나는 중국 교포 3.5세로서 한국에 온 지 3학기째이다. 3.5세라 함은(이렇게 세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편으로는 교포 3세가 되고, 할아버지 쪽에서 보면 4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비록 한국인(‘한민족’이라고 썼으나 편집자가 필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수정함)이지만 중국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다른 외국인과 똑같이 많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연습이 필요했고 지금도 다 깨닫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에 온 지 며칠 후, 동갑내기인 연구실 친구가 다른 동료들을 “오빠, 언니”로 호칭하는 것을 듣고 신경 쓰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연구원 동료들을 “-씨”를 붙여서 호칭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동료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당혹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이를 말한 후에 동료의 “제가 오빠군요.”라는 말이 나를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했다. 25년을 살면서 나이에 대해 이렇듯 직설적인 질문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고, 두 살 많은 같은 학번의 친구를 오빠라고 불러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적 연령에 기준해, 몇 년 선·후배라 할지라도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고 언어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나마 형과 오빠는 ‘거거(哥哥)’로, 언니와 누나는 ‘제제(姐姐)’로 번역된다. 이는 이름 외에 가능한 호칭이 두 가지로 줄어든 셈이나 대신 서로 애칭을 부름으로써 친근함을 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꼬우휘(高輝)’라는 친구는 ‘쑈휘일(小輝兒)’이라며 이름의 앞에 작고 어릴 ‘쑈(小)-’나, 맨끝에 앳되고 친근함의 의미인 ‘-ㄹ(兒)’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나의 인샤(銀霞)라는 중국 이름은 마지막 자를 ‘샤(霞)-’하고 길게 불려졌다.
한국어와는 달리, 중국어는 경어표현 체계가 아주 간단하다. ‘너’와 ‘당신’을 다르게 지칭하는 대명사가 있는 것 외에는 많은 경어 표현들이 사라졌다. 이런 언어 문화에 25년을 살아온 나에게 한국의 경어 표현에 민감했고, 표현의 선택에 고민하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14개월이 흐른 오늘,일종의 불평등한 관계로만 알아왔던 한국의 인간관계에 대해 서서히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후배가 선배를 존경하고 따르는 한편, 선배는 후배를 생활 전반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선·후배라는 사회적인 관계와, 가정적인 관계 등이 맞물려서 이뤄지는 한국의 인간관계가 다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캠퍼스 여기저기서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느라 정신없는 선배들의 모습과, 고분고분 잘만 따르는 앳된 신입생들의 귀여운 모습. 전에는 무작정 한국의 잘못된 선·후배 관계라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모습들이 가득한 학기 초의 캠퍼스에서 느껴지는 생기와 한국 특유의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서 오는 봄 학기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출처 : 연세춘추(http://chunchu.yonsei.ac.kr) 2000.12.04일자 1407호
—
무려 22년 전에 쓴 글이다. 이 글을 쓸 당시에 애라도 낳았으면, 그 애는 이미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그렇게 길고 긴 세월이 흘렀다. 글을 다시 읽어 보니 한없이 부끄럽다. 지금 같은 주제로 쓰라면 또 아주 다른 글이 나올 것 같다. 그 글은 뒤로 미루고, 일단 몇 자만 고쳐서 여기에 옮겨 온다.

아하하 캐나다 교포엄마들이 “언니”문화에 대해서 씹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왜 언니냐며,너무 싫다며. ㅋㅋㅋ
놀이터 가면 다섯살 여섯살 되는 초면인 애들끼리도 너 몇살이야? 하고는 그럼 내가 언니네~ 하면서 호칭 정리 하는거 보고 웃었던 기억도 있네요.
대학교는 선후배 문화라 그렇다 치고 아이 학교 엄마들도 서로 언니 동생(한국인엄마들만 하는 특유한 현상)하는거 보고 식겁했던 적도 있네요. 다른 엄마가 좀 연상인 엄마에게 언니~ 하니 바로 반말로 답하는 걸 보고(물론 둘은 호칭정리하는 과정이 있었겠지요)…저는 지금까지 누구 엄마라고 부릅니다~ 나이 좀 더 먹었다고 나한테 반말하는 건 내가 싫으니. 한번 언니면 계속 언니니 ㅋㅋㅋㅋ 너무 격없이 친해질려고 하지말고 적당히 선을 지키고 예의를 지키라는…
이런 한국문화에 관한 글 좋아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저는 언니라 잘 부르기도 하고, 누가 언니라 불러 주는 것도 좋아요. 안 부르면 또 안 부르는 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 새로 만난 남성을 오빠라고 부를 나이는 지났고요. ㅎㅎ
파릿파릿 들레는 이런 생각을 했군요~
앗, 파릿파릿 건강한 하나씨 댓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