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섹스앤더시티에는 그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캐리 역의 제시카파커가 드레스룸에 옷이 미어터지는지라 절친 세명을 불러서 패션쇼 겸 옷장 다이어트를 한다. 옷입기를 지쳐하지 않는 주인공이 옷을 차례로 입고 나오면 친구들이 “그건 둬”, “그건 버려” 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 카드를 들기. 

고것 비슷한 일을 얼마전 나도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갑자기 하게된 이사 덕분이었다. 떠나온 내가 돌아가지 못하여 짐정리는 자연히 잔류한 사람이 떠맡게 됐으니, 영상통화를 하면서 남편이 방 한칸씩 보여주고, 물건의 거취를 결정하는 판사의 역할은 내가 했다. “그건 두고, 그건 가져오고”와 같은 다정한 주문으로 시작하여 나중엔 그것도 귀찮아 제2언어를 살려 要와 不要로. 

이삼십대에 열번도 넘는 이사를 했던지라 이젠 도가 틀법도 하나, 오랜만의 이사는 또한번 버거웠다.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전향하고, 자꾸 버리다보니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중도진영에 머무르기까지, 물질에 관해 가져야 할 올바르다는 가르침들은 웬만한 이데올로기 못지 않게 그때그때 나를 휘둘렀다. 그런 갈팡질팡은 어떤 사람으로 살겠는가와 같은 꽤 중요한 의지도 담겨졌으므로 그건 결국 나에 관한 선택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와 달라진건 예전에는 그 물건들을 보면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면, 지금은 한때 나에게 선택받아 내집에 들어온 저들에게 어떤 의리같은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일을 반기면서도, 두고 온 낡은 것에 대해 정작 가지는 그런 빚진 마음. 

그럼에도, 새로 이사온 곳을 옛집을 재현하는 박물관으로 만들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많은 것을 제자리에 두고왔다. 낯선 공간에 원래의 모습을 하고 있을 저들을 보는 것 또한 어색할테니. 

오래된 모든게 그런것 같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익숙한 음식도 살기 편한 고장도, 떠나면 허전하고 곁에 두면 익숙하여 애틋함을 잊는다. 그리고 모든 새 것은 헌 것이 된다. 

너와 내가 좋아서 사들인 물건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것과 저것, 새것이던 예전 자태는 잃었으나 소중히 여겼고 유용했던 것들. 그리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것들까지. 

要인가 不要인가, 원하냐 원치 않느냐는 결정은 적당한 리듬을 탄 Yo, Yo~가 되어 읊조려졌고, 오래된 공동살림을 헤아려가며  우리는 쉽게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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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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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때 나에게 선택받아 내집에 들어온 저들에게 어떤 의리같은 이상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일을 반기면서도, 두고 온 낡은 것에 대해 정작 가지는 그런 빚진 마음. -따뜻한 구절! 이사힙합 yo-yo🎶 잼게 읽었고 2023년은 지치지 않는 랩을 기대해보기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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