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조절 실패, 살찐 허리둘레 정도로 늘어난 글…

*침샘 주의보 발령! 눈물샘(?) 주의보 발령!

*읽기만 해도 배부르고 추억 돋는 ‘글’상차림.

*뭘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다 준비한 푸짐한 '글'상차림.

*상다리 부러뜨릴 각오로 쓴 노랑글방만의 진수성찬.

*글로 차린 음식 대잔치, 누구든지 써거지게(대단히) 환영합니다!

*천천히 씹으면서 '읽'으면 체하지도 않고 더 맛나답니다~!


A: 나 요즘 살 쪘지 뭐야..ㅜㅜ 겨울엔 살찌기 참 좋은 계절이야 ㅋㅋ

Y: 겨울에는 밖에 나가기 싫고 집에만 누워있고 싶은, 동면하기 좋은 계절이지. ㅎㅎ

A: 밖을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 먹을 것이 넘쳐 나는 계절이기도 하고. ㅎㅎ

Y: 그렇지~. 계절마다 밥상이 달라지고 제철 과일들을 먹는 재미가 쏠쏠했지!

A: 요맘때 쯤에 딱 언배(冻梨)를 먹었었는데! 

Y: 초록색 플라스틱 바가지에 물을 떠서 배를 퐁당 넣고 허망 밖에 내놓아서 얼궈 먹었지. 

A: 지금보다는 겨울에 눈도 많이 내리고 영하 20도를 넘는 날씨여서 냉장고가 없어도 가능했지! 자연의 선물같은?! ㅋㅋㅋ

Y: 그때 새벽에 비몽사몽해서 일어나 녹은 배를 먹곤 했었지. 지금은 주변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몰라도 그때의 맛과 추억을 재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A: 맞아! 요란을 피우긴 했어도 그때가 참 좋았었지! 너는 설에 밴새 싸바?

Y: 그럼! 입쌀밴새도 싸보고 물만두도 빚어봤지. ㅎㅎ 그리고 찐빵 반죽은 따뜻한 곳에 담요를 하루 정도 덮어서 쉬게한 후에 만들었지. 나물이나 고추를 말거나 콩나물을 심은 것도 아느새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간편한 것만 찾다보니 사시장철 비슷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아.

A: 우와! 우리는 역시 통하는게 있다니까! 물밴새는 설에 먹었지. 미리 밴새를 싸놓았다가 12시 땡 하면 어른들은 밴새를 삶았고, 나는 신이 나서 사촌언니랑 마당에 나가 지토(폭죽)을 터뜨렸어. (따따따당땅땅 터지는, 소리가 제일 요란한 50cm짜리 빨간색 폭죽. 언제였던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환경문제로 폭죽을 판매하지 않아서 그후로는 조용한 설을 보냄.) 우리 집은 물밴새를 쌀 때 50전짜리나 1원짜리 동전도 씻어 넣었어. 어느 설날에는 아무리 먹어도 동전이 안 나오는 거야! 그래서 나올 때까지 먹겠다고 물밴새를 세 사발은 먹었었어! 그땐 참 ‘위’대했네. 지금은 밴새를 싸 본지도 너무 먼 옛날같아. (또 한번은 골탕 먹일 작전으로 와싸비를 밴새에 넣었는데, 외삼촌이 당첨된거야. ㅋㅋㅋㅋㅋㅋ 그때 너무 웃겼어! 와싸비의 그 뒷골까지 쨍해나며 눈물이 핑 나는 매운맛 알지? 나는 옆에서 안 먹으면 복이 달아난다고 꼭 먹어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떨었지. 내가 안 당한게 천만다행이지 뭐야. ㅋㅋㅋㅋㅋ)

Y: 하하하. 세 사발이나! 그걸 꼭 찾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었지! 명절을 많이 다이나믹하게 보냈구나. ㅎㅎㅎ 여담으로 나는 12시 전에 자면 눈썹이 허얘진대서 버텨보다가 결국 포기했었던 기억이 있어. 지금은 명절에 꼭 같이 모여야 한다는 관념이 조금 옅어진 것 같아. 더구나 코로나 땜시 각자 명절을 보내거나 명절이 아니여도 가끔씩 안부나 묻고 소소하게 모이는게 다지.

A: 나는 진짜 눈썹이 하얘진 적도 있었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외삼촌이 복수로 밀가루를 눈썹에 발라놓았더군.) 코로나가 참 많은걸 바꿔놓았지. 오히려 명절에 모이면 어색해. (그새 각자 보내는 명절 분위기에 적응이 된건가…) 겨울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너무 많아! 넌 겨울 하면 뭐가 떠올라?

Y: 겨울이면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이나, 어렸을 때 탕후루도 많이 사먹었었지. 그리고 집에서 찐빵도 해먹고 시래기 된장국에 팔팔 삶은 돼지고기가 맛있었지  참! (츄릅).

A: 와우! 귤을 안 먹고는 겨울을 못 보내지! 학교 끝나면 대문 앞에 탕후루 장시(장사꾼)들이 서있던 것도 새록새록 떠오르네! 벼짚단(?)에 탕후루를 꽂아서 팔았지 아마? 난 두부랑 김치로 소를 한 김치뽀즈(包子)를 진짜 좋아해! 소가 모자라서 반죽이 남을 땐 사탕가루나 홍탕가루를 넣어서 탕보(糖包)도 하고 화쫸(花卷)도 하고 만티(馒头)도 하고 얇다랗게 밀어서 소금 솔솔 뿌려 기름에 굽어 먹기도 했었지.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그냥 이었을걸?) 시라지(시래기) 장국에 삶은 돼지고기는 접시까지 씹어먹을 맛이었지… 음… 꼬르르륵… 츄릅! (팥을 넣은 패끼뚜볼(豆包, 단팥빵)은 가마에서 꺼내자마자 '앗 따가바라(뜨거워라)!'하면서 호호 불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한명이 꼴까닥 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패끼뚜볼은 참 요상한 음식이었다. 먹고 나면 ‘불불이’가 된다. 방귀를 불불 뀐다고 하여 '불불이'인데, '방기툴랑재'라고도 놀렸었다.)

Y: 그러고 보니 겨울에는 목감기가 잘 걸려서 생강이랑 배에 흑설탕을 넣고 끓여 먹었던 기억도 나. 배를 삶아서 따뜻하게 먹었는데 아플 때 먹으면 힐링되는 맛이었지.

A: 맞다맞다! 어머니는 배랑 冰糖 같이 끓여서 드셨어. 그리고 겨울엔 김치도 많이 먹었어!!

Y: 어렸을 때 살던 집에 김치굴도 있었는데 무서워서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거의 천연 냉장고였어! 아마 감자랑 채소도 거기에 다 보관했었던 것 같은데. 겨울날 차가운 김치를 꺼내서 슥슥 썰어 된장국에 밥 말아서 거기에 척 올려 먹으면 진짜 한끼 뚝딱이었는데!

A: 하하하하하. 요즘 애들은 김치굴 구경을 못해봐서 어쩌나! ㅎㅎㅎㅎ 겨울이 오기 전에 김치를 많이 담궜지. 배추김치, 채지, 영채김치, 갓김치남방고치도 절구고 마늘도 절구고. 다 겨울에 입맛 돋구는 밥반찬이었잖아. 영채김치는 고구마에 올려 먹어도 참 맛있고. 영채김치는 또 막 엉켜서 꼭 누가 젖가락으로 눌러줘야 하는데, 요즘 말로 깻잎논쟁 같은거였지. ㅋㅋ

Y: 아. 영채김치 진짜 맛있었는데, 못 먹어본지가 몇년 된 것 같아. 영채논쟁. ㅎㅎㅎ

A: 영채논쟁! ㅎㅎㅎㅎ 맞다맞다! 식초냄새! 겨울에 감기 걸려서 코 막히면, 부수깨(부엌 아궁이)에 불 땔 때, 벌겋게 달아오른 잰배가매(조선가마?)에 식초를 팍 둘렀어! 그 냄새 한번 맡으면 코가 직방으로 뚫렸지. 锅包肉 그 식초 냄새의 10배는 될껄 아마? 지금은 다 너무 그립네…

Y: 그리고 아궁이에 감자랑 고구마를 넣었다가 꺼내 먹으면 진짜 맛있었는데! 근데 아궁이에서 올라온 냄새 때문에 중독돼서 한동안 힘들기도 했었지.

A: 투박하지만 그때의 맛을 잊을 수가 없지! 그땐 아파트보다는 단층집이 더 많았었고, 그래서 멘내 먹고(일산화탄소중독)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꽤 있었지! 나도 한번 멘내먹고 어질어질 한적이 있는데, 퇴원하고 집에 가니 엄마가 시쿤 김치물 한사발 챙겨 주신게 기억나! 받자마자 벌컹벌컹 원샷을 해버렸지! ㅎㅎㅎ

Y: 그래도 너는 양호했구나. ㅎㅎㅎ 나는 밖에 화장실이 있던 때여서 화장실을 가려고 나갔다가 밖에서 비틀거리면서 어정쩡하게 걷다가 넘어지고 혼자 생쇼를 벌였던 기억이 있어. ㅎㅎ 한겨울에 냉면을 먹고 정신 차렸었지.

A: 한겨울 하니 삥궐(冰棍儿)이 막 떠오른다. (화룡시병원 앞에) 서시장에 가면 아이스크림 장사꾼들이 박스 채로 여러가지 아이스크림을 쪼로롱 내놓고 팔았는데, 골라 담는 재미도 있고, 한 열개씩 사와서 식후 아이스크림 타임도 가졌었지. 짱구 그려진 아이스크림이랑, 녹두 아이스크림이랑, 그냥 시허연 老冰棍이랑. 지금도 파는지 모르겠다.

Y: 아! 다 너무 맛있었지. 지금도 아마 있지 않을까. 한국에 있다보니 그런 맛은 찾을 수가 없구려.

A: 새삼 고향이 그리워진다야. 생활하는 환경이 변하다 보니 먹는 것도 변했어. 어머니 손에서 클 때는 거의 때마다 된장국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된장국을 찾게 안 돼. 아무리 요령을 피워도 깊고 시원한 풍미를 낼 수가 없더라. 요즘도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직접 콩을 삶아 메지(메주)로 장도 담그고, 삶은 콩으로 즉석에서 콩햄도 만들고, 오니비장이랑 썩장이랑 다 직접 만들었는데… 간장도 뽑고. 삶은 콩을 기계에 넣으면 으깨져 나오는 것이 하도 신기해서 자꾸 해보겠다고 막 참견했어. ㅎㅎㅎ

Y: 아! 맞아. 메지를 아마 천장이던지 거기 매달아 놓고 지냈었지. 그땐 그 냄새가 그렇게 신경 쓰이진 않고 그냥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마늘이나 파 냄새도 엄청 민감하잖아.

A: 옳지무! 메지를 짚으로 묶어서 천장에 매달기도 하고, 바닥에 짚을 깔고 그 위에 올려놓기도 했어. 메지에서 보시시한 곰팡이가 올라오는 것도 관찰하고. ㅋㅋㅋㅋ 썩장은 또 제일 따따산(따뜻한) 구들쪽에 이불을 푹 덮어서 놓았는데, 호기심이 많은지라 안에 뭐가 있는지 열어보고 싶은거야. 뭔지는 말해주지도 않고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고 해서, 궁금한데 왜 못 보냐며 입이 한말이나 뿌주가게(삐죽) 나와서는… ㅋㅋ 그러면 또 어머니가 “입에 똬리를 틀어도 되겠다”고 놀려줬지.

Y: 아하.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구나. ㅎㅎㅎ 어렸을 때는 아무리 반항해봐도 결국에 부모님 손바닥 안에서 놀았지.

A: 그러게 말이야. 쓰고 보니 이렇게 많은 음식들이 그때엔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고, 지금은 그 추억들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구나. 가끔 그런 생각도 해. 물론 많은 것들이 너무 편해졌고, 없는 걸 찾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뭐라도 배워둘 걸 하는 아쉬움도 있어.

Y: 맞아.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식, 그때의 손맛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는게 안타깝기도 하네. 엄마 말이 그건 애를 낳고 가정을 이루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데, 일단은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보는 수밖에!

A: 명언이 따로 없군! 행복 수다였어! 후후훗!


대화가 메인요리였다면, 여기서부터는 식후 티타임: 

*말린반찬

볕 좋은 가을이면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가지며 고추며 무우를 썰어서 말리는 고생을 자초하셨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안 좋은데 하지 말라고 말려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셨다. 그 고생을 하신 덕에 겨울에는 먹거리가 넘쳐 났다. 말린 가지말린 고추는 참 좋은 반찬이었다. 특히 꼬독꼬독한 식감이 살아있는 무끼짠지(무말랭이무침)은 별미였다. 만티랑 먹어도 잘 어울리고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크다만 마대에 담아 파는 빨간 고추를 말려서 고추가루까지 내시고서야 이젠 겨울에 먹을 걱정 안해도 된다며 시름을 놓으셨다.

*찰옥수수

가을철에 3개를 5원에 팔던 삶은 옥수수. 옥수수 앞을 지날 때면 발걸음이 자동으로 멈추는 마법에 기꺼이 걸려들었다. “장사꾼들의 인상도 잘 바라. 조선족 할머니들이 파는 옥수수가 깨끗하고 맛있다”며 맛있는 옥수수를 고르는 비법을 전수해주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귀전에서 들리는 듯하다.

*김치

김장을 해본 사람이라면 양념을 배추에 바를 때 입속으로 김치를 가져간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옆에서 일손을 거들다가 어머니가 입에 넣어준 배추 속깨기(속잎)가 그렇게 달고 맛있던지. 김치가 익어서 시쿨어지면 살짝 씻어서 김치닦개를 해먹었다. 김치는 진짜 버릴 것이 없는 음식이다. 멘내를 먹거나 멀미를 해서 머리가 띵하고 속이 울렁거릴 때 찾는 김치물, 시원하게 한사발 들이키면 감쪽같이 낫는다.

*썩장

추운 겨울에 곱돌장싸기(돌솥)에 볼롱볼롱 끓인 썩장은 뽀얀 국물이 일품인데, 그렇게나 구수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또 김치를 썩썩, 두부도 큼직큼직 썰어 넣고 끓이면 기가 막힌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추운 날 밖에서 너털던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

어릴 때 하교하고 학원으로 달려가던 길 모퉁이에 슈퍼가 있었다. 부모님은 퇴근 안 하시고 따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을 때 슈퍼에서 50전에 귤을 사먹곤 했었다. 그때 먹었던, 특히 겨울날 먹었던 귤 한알이 왜 그렇게 맛있던지. 사실 지금은 푸짐하게 한더미씩 쌓아놓고 먹는 귤인데, 그때는 하나에도 배부르고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냉면

냉면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언제든 찾게 되는 나의 소울푸드였다. 지금은 광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꼭 냉면을 사주곤 했었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그런지, 추워도 꿀떡꿀떡 넘어가는 면발에 숨통이 다 트였다.


썸네일 by 몽지네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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