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두가지 습관이 있다.
꼼짝 안하고 반나절씩 앉아 있는 습관, 사로 잡혀 납득이 될때까지 곱씹어 생각하는 습관.
량날의 칼처럼 공부나 일에 잠시 도움이 되는 대신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사납게 된다.
고3시절 일주일간 저녁 11시까지 공부했다가 그다음 일주일은 링겔을 맞으며 보냈다든가 일을 빡세게 하던 시절 탈진된 나머지 우울증 테스트를 찾아해봤다든가.
어떤 습관은 기질과 관련돼있어서 잘 바뀌지 않는다. 혼자서 괴로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트집을 잡아 남편과 싸우거나 아이를 못마땅해하는 등 가족을 괴롭히는 경지에 이르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되였다. 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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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아침 일찍 집에서 Keep 앱을 따라 운동했다.

첫 일년은 그렇게 하루 평균 30분씩 움직이니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하지만 효과가 좀 보이니 느슨해졌는지 이듬해에는 운동시간이 하루 평균 20분으로 줄었고 세번째 해 봄에는 다시 우울감이 찾아왔다.
쟁개비열정으로는 안되겠구나. 다시 책을 읽고 반성하고 3년을 견지하기로 자신과 약속했다.

다시 Keep 앱을 따라 꾸준히 움직이고 동네 수영장에도 다니고 하는 사이에 사무실이 이사하면서 같은 건물에 헬스장이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5분을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며 칼퇴근을 시도하는 내게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헬스장은 그야말로 황홀한 선물이였다. 거의 매일 점심 내려가 단체운동을 했다. 요가, 줌바, 복싱, 가리지 않았다. 움직이면, 땀이 나면 그냥 개운하고 좋았다.
그러다 점심시간을 좀 더 엄하게 단속한다는 부서 지침?이 있어 단체운동에서 개인코칭(PT)으로 넘어갔다. (권력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배로 과시하려는 상사가 아니꼬와 소위 "지침"을 얘기한 회의가 끝나자마자 내려가서 PT카드를 끊었다. 나는 살아야 하고 내게는 운동만이 살길이니까)
그리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근육이 팍팍 떨어진다는 나이에 접어들자마자 운좋게 근력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때맞춰 점심시간을 엄격히 단속한게 얼마나 고맙던지)
처음엔 가벼운 근력운동부터 시도한지라 집에 오면 Keep 앱의 정다연님 따라 더 움직였다. 음식은 가공식품보다 생신한 해산물과 채소를, 탄수화물보다 단백질과 채소를 더 섭취하려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거의 10시간씩 한달 좀 넘어 운동하니 헛살이 쫙 빠졌다. 그러다 근력운동 강도가 올라가니 점차 집에서 운동할 기력이 없게 되였다. 점심시간 네댓번의 운동만으로 일주일간 빵빵한 체력과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되였다.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니 가족들도 운동을 계속하라고 응원해줬다.

그렇게 근력운동을 시작한지 10개월이 된다. 3년간 운동 견지하기로 약속한지도 2년반이 지났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여버린것 같다. 심폐기능도 좋아져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반나절씩 앉아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운동하는 시간만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머리를 비운다. 운동이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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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내게 치유의 시간이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떠나 온전히 내게만 집중하는, 살아있는 내 몸을 느끼는 기쁨의 시간이다.

운동은 내게 게임의 시간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또한 그것이 보이고 느껴지는 즐거운 시간이다.
운동은 운동뿐이 아니다.
운동이 있어서 내 일상은 더 맑고 평온하고 소중하다.


멋집니다. 그리하여 저도 오늘부터 운동을 다시한번 시작해야 겠슴다. 쟁개비열정 말고 뜨끈하지만 오래가는 열정으로.
아… 그리고 그린 이미지들 여전히 너무 좋슴다. 취저임다. 색연필로 직접 그리는건가요?
뜨뜨사게 꾸준히 운동하시길 ㅎㅎ
그림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색연필이랑 马克笔로 그렸습니다. 휴가라 여유가 나니 오랜만에 그리게 됩니다
멋져용 👍 나도 나에게 맞은 운동과 방식을 찾는 중이라 도움받고 가네용 🤛
이런 글 올리기까지 수많은 걸림돌들이 있었겠네요. 그래서 더 좋아보입니다.
네. 꿰뚫으시네요. 걸림돌은 지금도 있지요, 다만 피하고 넘는 재주가 많이 늘었습니다
“살아있는 내 몸을 느끼는 기쁨의 시간이다”
진짜 공감이 되는 한구절 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쏟아지는 정보 속에 묻혀있다가
산책이든 스트레칭이든 어떤 운동이든
오로지 나의 육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로 소중한 것임을
저도 올해에 들어서 상반년 꾸준히 하면서 느꼈습니다.
요즘 수업으로 과제로 힘들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게을리 했고
그랬더니 피로가 오히려 더 잘 풀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때마침 하나의 글과 그림을 보니 저도 다시
살려고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멋져요! 나는 운동을, 나르시시즘으로 해요 하하하하. 내가 나를 멋있어할 일이 잘 없는데 운동할 때 만큼은 내가 너무 멋있어 죽겠지믄요.
아홉달이 지났네요. 지금은 권태기입니다. 하하하하. 겨우내 오른 살은 내리지 않고 근육량은 쪼매 올랐으나 무시해도 될 정도이고 운동 기능은 코로나 감염 전으로 회복이 안되고…당분간은 지금 상태를 겨우 유지할수 있을 정도로 살살 움직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