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계획에 없었던 6일짜리 하와이 여행을 가게 되였다.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빅 아일랜드 등 여러개의 섬들중에서 오아후 섬에 있는 하와이의 중심 – 호놀룰루로 말이다. "계획에 없었다"라고 함은 와이프가 가는 하와이 출장에 갑자기 함께 가기로 되였기때문이다. 공짜로 머무를수 있는 호텔이 주어지기도 하고, 또 년말이라 회사일이 바쁘지 않아서인 것도 있다. 어찌 되였든 나한테는 6일의 휴가였고 와이프가 일 하는 첫 3일 동안을 위한 솔로 여행계획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가보게 되는 관광지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은 거의 다 정해져 있는거 같다. 북경에 가면 천안문과 만리장성을 꼭 보아야 하고, 룡정에 가면 일송정과 용두레 우물을 꼭 보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간다는 설레임을 안고 온라인으로 하와이에 가면 꼭 해야 할 것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미 하와이에 다녀온 직장 동료들한테서도 조언을 구했다. 알아본 결과 호놀룰루 해안은 약한 파도때문에 서핑을 배우는 초보자들한테 천국이라고 한다. 다른건 몰라도 호놀룰루에 가면 서핑만은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아직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운동이라… 운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끌리는 정보였다. 그래서 마지막 3일동안 다른 여행지를 돌아보고 또 스노클링과 같은 운동을 하기로 하고 나 혼자서는 서핑을 배우기로 했다. 바다수영도 이미 해보았고 운동신경이 좀 있는 나로서는 혼자서도 배울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 생각하면 이것은 무모한 시도였다) 온라인으로 서핑을 배워주는 영상들을 가기전 한주의 시간을 이용하여 많이 보았다. 보드 우에서 헤염치기, 보드 우에 걸터앉기, 보드 우에 서기, 밀려오는 큰 파도를 피하기, 파도 타기…. 등 단계별로 보면서 배웠다. 이제 가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서핑 첫째날 – 첫 서핑을 혼자서 체험하기

도착 이튿날, 준비한 옷을 챙겨 입고 바닷가로 나갔다. 보드를 빌려주는 곳이 여기저기 꽤 많았다. 여러군데 알아본 결과 가격은 인터넷에서 예약하는거랑 거의 비슷했다. 보드만 빌리는 가격은 30$에 한시간, 80$에 하루였다. 그리고 1:1 교련을 선택하여 90분짜리 강습을 받으면 120$이였다. 

오늘 첫째날에 1:1 강습을 받는게 나의 계획이였다. 가는 길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약간 무서운 아저씨(? 서핑은 잘해 보임)들이 앉아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중 한명이 나를 불렀다. 서핑 배우지 않겠냐고 말이다. 보기에 전문적인 조직이 아니고 개인들이 하는 비즈니스인거 같아서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있는 전문 서핑 보드를 빌려주고 교련을 예약할수 있는 부스를 찾아갔다. 온라인에서 세일하는 가격으로 99$에 하기로 다 정하고 나니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부스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이 아까 내가 지나쳐온 아저씨들 그룹에 가서 한명을 데려 오고 있는 것이다. 왜 이제서야 설명하는지는 알수 없으나 들어보니 교련들이 다 예약된 상황이고 이 분들도 거의 프로답게 잘 가르쳐 준다고 했다. 또한번 거절하고난후 나는 Yelp에서 (大众点评이랑 비슷) 평점이 제일 높은 부스로 갔다. 교련이 모두 예약되여 한명도 없음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이제서야 꼭 미리 예약하고 가라던 직장 동료의 말이 생각났다. 하는수 없이 일단 내일의 1:1 강습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무모한 도전일지는 모르나 한주동안이나 영상을 보면서 배운대로 한번 혼자서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80$에 보드를 온 하루 빌리기로 했다. 영상에서 배운대로 먼저 보드에 연결된 줄을 나의 발목에 묶었다. 그리고 보드를 물속에 넣었으며 곧 엎드려서 바다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첫 체험이였기에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내가 지금 정확하게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채 영상으로 배웠던 대로만 기억하면서 따라 하였다. 

드디여 대부분의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위치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이때 첫번째 문제에 봉착하였는데 좀처럼 보드 머리를 해안쪽으로 돌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드에 걸터앉기도 쉽지 않았다. 영상으로 볼때는 참 쉬었는데… 몇번이나 물에 빠지고 아득바득 체험하면서 겨우 조금씩 익혔다. 나의 체력 90%를 헤엄치기, 보드 머리 돌리기와 걸터 앉기를 하는데 써버린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파도 타기란 거의 불가능하였다. 다른 서퍼들처럼 배 머리를 돌리고 엎드려 파도를 기다리다가 오면 타려고 했지만 아예 불가능하였다. 파도가 올때 그걸 앞질러야만 탈수 있는데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도 앞지를수가 없었다. 매번 파도는 나의 보드를 위로만 밀어 원 위치에 있게 하고 자기만 쓱 빠져 지나갔다. 

서핑을 처음 경험해 보는 나는 4시간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보드에 엎드려 있어야만 했다. 단 한번도 보드 우에 서보지 못하고 말이다. 사실 파도를 타지 못했으니 일어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였다. 운동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경험이였고 "조금만 더 하면 될거 같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그냥 서핑은 안될거 같았다.

서핑 둘째날 – 1:1 강습

어제 교련과의 1:1 강습을 예약했으니 안될거 같아도 일단 1:1 강습까지는 받아보기로 했다. 정해진 예약시간과 장소에서 교련을 만났고 강습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90분으로 진행되는데 첫 20분은 해안의 모래위에서, 나머지 70분은 실제 바다안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강습을 거치면 100% 무조건 보드우에 서서 파도를 탈수 있다고 보장했다. 어제 처음으로 서핑을 경험하고 큰 타격을 입은 나는 반신반의 했고 여러번이나 물어봤다. 꼭 서서 파도를 탈수 있냐고? 만약 못하면 어찌 되냐고? 그의 대답에는 돈을 환불한다는 조건은 없었지만 무조건 파도를 탈수 있게 해주겠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이런 질문과 답변을 뒤로한채 강습은 시작되였다. 바다가에서 그는 나한테 보드랑 함께 헤엄치는 법, 두 팔로 보드 머리를 돌리는 법,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파도를 탔을때 보드 위에서 일어서는 법, 일어선후 팔을 벌리고 자세를 낮추어 평형을 유지하는 법 등 4가지를 주요하게 가르쳐 주었다. 인터넷에서 본거랑 거의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방법들이 있었다. 특히 보드 머리를 돌리는 방법은 나중에 해보니 힘도 적게 들고 쉬웠다. 

이 정도로만 배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기본적인것들만 익힌후 드디여 그와 함께 바다로 헤엄쳐 들어갔다. 일정하게 들어간후 그가 먼저 멈춰섰고 보드에서 내려 물안에 섰다. 사실 꽤 깊숙하게 헤엄쳐 들어왔지만 성인이 설수 있는 깊이 였다. 그리고 아까 배운대로 나보고 보드머리를 돌려 해안쪽을 향하라고 했다. 그가 옆에서 하나씩 가르쳐주니 어제 혼자서 시도할때보다 쉬웠다. 돌리고 나니 그가 보드를 잡아주며 하는 말이 1) 그가 "Go"라고 소리치면 죽을 힘을 다해서 헤엄쳐 앞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2) "Up"이라고 소리치면 무조건 아까 모래우에서 배운대로 보드에서 일어서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드에 엎드려 해안쪽을 바라보면서 파도를 기다리며 대기중이였다. 뒤도 돌아 보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걸 따를 내가 아니다. 나중에 혼자서 파도를 타려고 할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거리랑 다른 경험들을 배우려고 조금씩 돌아보면서 기다렸다. 

드디여 그의 첫 "Go" 외침이 들려왔다. 진짜 죽을 힘을 다해서 양 팔로 헤엄쳤다. 신기하게도 어제랑은 달리 내 보드가 파도를 앞질렀고 첫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와~ 이 경험은, 보드에 속도가 붙으니 신기했다. 그리고 그의 두번째 지령인 "Up"을 듣지 못하고 엎드린 채로 파도에 밀려 해안쪽으로 향해 갔다. 속도가 줄어들어 거의 정지한후 보드 머리를 돌려 보니 꽤 밀려왔다. 교련은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다시 헤엄쳐 가기에는 체력이 꽤 소모되는 거리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시도해보려고 열심히 헤엄쳐 갔다. 도착하니 나한테 방금 왜 일어나지 않았는가고 물어보는데… 사실 이렇게 빨리 첫 파도를 탈줄을 몰랐고 내가 타기나 한건지, 일어나도 되는건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파도를 탄것이 맞다면서 이번엔 무조건 일어서 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건 내가 어제보다 헤엄을 빨리 쳐서 파도를 탈수 있는게 아니고, 그가 뒤에서 보드를 파도 앞으로 힘껏 밀어주기에 탈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파도가 올때마다 그가 밀어주는 힘을 빌어 한번. 두번, 세번…. 파도를 타고, 속력이 붙은 보드에서 일어서려고 시도하고, 헤엄쳐 다시 그가 있는데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첫 몇번은 파도를 탄후 일어서는 과정에서 평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물속으로 빠지곤 했다. 그런데 한 4번째 쯤인거 같다. 드디여 일어서기에 성공했다. 이런 첫 느낌은 참 짜릿하면서도 신기했다. 보드에 서서 파도를 타고 파도에 밀려 해안쪽으로 간다는게 말이다. 이때에야 비로소 그의 약속이 진짜라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계속하여 파도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전체 과정을 몸으로 익히기 시작했다. 일어서기란 파도를 앞질러 보드에 속도만 붙으면 참 쉬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파도를 앞질러야 한다는 힘든 전제 조건이다.

여러번의 체험끝에 90분이라는 강습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그도 다음 손님이 있기에 서둘러 떠나려 했다. 마지막으로 그한테 물어봤다. 파도를 어떻게 타냐고? 어떻게 하면 앞지를수 있냐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대로 조금은 쉬운 팁을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웃으면서 "It takes time"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여기에는 아마 팁이 없고 많은 시간의 단계별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3일만의 서핑 시간이 주어진 내가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돌아가서 LA의 바닷가에서 해도 되지만, 아무튼 혼자서 파도 타기란 엄청 힘든가 보다.

서핑 셋째날 – 혼자서 재도전

어제의 일어서서 서핑한 짜릿한 경험을 잊을수가 없었다. 나의 몸은 벌써 지칠때로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또 도전하라고 명령했다. 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기도 했고 말이다. 적어도 첫째날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보드를 빌린 후 바다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려고 할때 이것은 나의 무모한 도전임을 느꼈다. 이틀 연속 보드에 엎드려 있었던 관계로 보드랑 맞대고 있는 갈비뼈가 아파왔다. 보드가 생각보다는 딱딱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의 량쪽 갈비뼈 부근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어제 교련이 남긴 말처럼 파도타기란 시간이 필요했다.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마다 파도를 앞지르려고 하는데, 체력을 헤엄치거나 보드 머리를 돌리는 등 다른 곳으로 너무 많이 소모하다보니 아무리 힘껏 헤엄쳐도 파도앞에 설수가 없었다.  딱 한번, 아주 우연하게 앞지를뻔한걸 제외하면 거의 첫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20cm만 더 빨리 나갔어서 파도를 앞지를수 있고 탈수 있었을 것이다. 3일 연속의 도전이였고 체력도 고갈난 상태라서 2시간만에 해안으로 향했다. 

3일동안의 도전 소감

서핑은 힘들다. 서핑에 필요한 근육 혹은 특정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수영할때 소모하는 체력은 달리기할때의 4배라고 들었다. 수영 100미터이면 달리기 400미테에 해당하다는 말이다. 서핑도 짜릿한 순간을 빼고나면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헤엄치고 바다우에서 파도를 기다리느라 평형을 잡는데 체력을 써야 할것이다. 그러니 어찌보면 수영보다도 더 힘이 든다. 적어도 아직 체력을 어떻게 분배하여야 하는지 잘 모르는 초보자한테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첫째날의 실망으러운 생각은 버릴수 있었다. 교련이 해준 말처럼 시간을 들여서 더 연습하고 시도하면 언젠가는 파도를 앞질러 나가면서 서핑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달리기나 축구 등 다른 운동처럼 아무데서나 자주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다음번의 서핑을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충족한 체력만 있다면 해볼만 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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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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