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희 작가는 결혼을 하기 전에 사랑은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련애, 절로 벌어지는 사건, 전뇌의 변연계에서 도파민을 마구 밀어내주며 사랑의 행위가 절로 일어나도록 협조해주는 짧은 시간. 작가님은 절로 벌어지는 사랑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 신의 령역이라 했다

결혼 후 사랑은 행하는 것이란다. 일상, 지속적인 노력. 그 어떤 신경전달물질의 협조도 없이 의식적으로 행해야 한다. 도파민이 남발되던 시기의 희미한 기억을 안고. 혹은 희미한 기억조차 소실된 나날, 지겹거나 가쁜 숨을 한 모금씩 토해내면서

[차곡차곡 책屋] 17 신영복의 엽서 X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내가 쓰고 세상이 읽는다, 우리나무 (wulinamu.com)

밥을 같이 먹었을뿐인데 온 몸의 기운을 다 내서 설레고 떨리고 기뻐했는지 아이는 이튿날 하루종일 피곤해했다. 

사랑이라 하기엔 너무 풋풋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소녀의 감정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녹는다.

간혹 설레임 비슷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잘 생겨서, 일하는 모습이 멋져서, 다정해서, 배려심이 많아서 등 '객관적인' 리유를 추출해야 하는 어른으로 되여버린 나의 마음에 따스한 해빛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세 자전거의 노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에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닮은 아이들의 몫인걸"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내게도 그 애를 찾아 두리번 거리고 그 애를 제외하곤 다 흐릿한 배경으로만 보이고 자리를 비우면 한없이 허전하던 소녀시절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모른채 그냥 그렇게 되던 시절이다.

지금은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그건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콩깍지를 씌운것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어른인 나는 같이 밥을 먹을때보다 함께 등산을 할때 상대에게 더 쉽게 끌릴수 있음을 알아버렸다. 등산으로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뛰는걸 상대에게 반해 그런줄로 뇌가 착각하기때문이다. 

엄마인 나는 아이가 안전한 상태에 있음을 확인하기 전에 가장 나쁜 상황을 상상하면서 불안에 떨기도 한다. 밤중에 밖에 나가는걸 우리 부모님이 왜 그리 무섭게 막았는지 알아버렸다. 

저절로 일어나는 사랑을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고 또한 잊고 살다가, 아이의 저절로 일어나는 사랑을 지켜봐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깨알만한 위험도 수박만큼 크게 느껴져 불안하고 두렵겠지만 관심과 믿음을 가지고 한발 떨어진 곳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른도 혹여 설레임, 떨림, 기쁨과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면 이를 합리화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그 소중한 순간들을 온전히 즐기라고 말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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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주일에 세번 얘기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눴는데 어미의 일부 걱정에 대해 그럴수도 있겠다고, 그 전에는 생각지 못했다고 어느정도 수긍해줘서 시름이 좀 놓입니다. 대화만 잘 되게 관계를 유지해두면 큰문제 없을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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