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선생님이 "이건 다음해 배울 내용인데…" 라고 하시면 "이미 배워서 압니다"라고 말하는 동무들이 반을 넘는 것 같다고 한다. 

간혹 선생님이 "이건 밖에서 다 배운 내용이지?" 하시면서 지나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면 아이는 멍을 때린다고 한다. 알아듣지 못하니까.

아이는 소학교에 갓 입학해서 몇달간 영어학원을 다니다 그만둔 이후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내는 숙제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하는 공부가 없다. 

주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선생님도 종종 선행학습을 당연하게 생각하시고 강의하다보니 아이도 슬슬 초조해진 모양이다. 그렇다고 학원에 다니는 것은 거부하는 눈치다.

***

초기에 애플폰이 출시될 때 아침 일찍 매장에 가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에 줄을 서는 사람이 많아지자 다음 출시때엔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한명만 선행학습을 한다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여러명이 선행학습을 한다면 선행학습의 우세가 크지 않을 것이며 대부분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한다면 우세는커녕 악성순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런 악성순환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은 두가지라고 한다.

첫째, 서로를 믿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기.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둘째, 경쟁에서 탈퇴하기.

애플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한달 늦게 사용하는 것이다. 

1년을 먼저 배워서 얻는 우세가 고중입시, 대학입시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유지된다 하더라도 먼저 배우고 반복해서 배우느라 소모한 시간과 정력이 아깝지 않은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터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넘치는 것이 무엇이고 모자란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균형을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주변 아이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하여 그게 당연한건 아니다. 시간으로 앞뒤 수십년을 보고 공간으로 좀 더 큰 세상을 본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겐 공부가 넘쳐나는 일일 것이다. 

<토지>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사람이란 사철 눈 오는 곳에만 있이믄 푸른 풀밭 같은 것은 모리는 벱이고 반대로 푸른 풀밭에만 살고 있이믄 눈에 덮인 곳을 모릴 기다. 어디 사람만 그렇겄나? 만물이 다 그럴 상 싶은데… 저거들만 풀밭에 사는 줄 알고 저거들만 눈구덕에 사는 줄 알고, 그러니 천지가 넓고 사통팔방이라는 것을 모리기는 피장파장인 기라

***

학원을 권장하는 대신 아이를 위로했다.

– 조바심 낼 필요 없어. 다른 애들이 1년 먼저 배웠다고 부러워할거 없어. 지금 배우는 것만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면 돼. 다만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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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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