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열서넛 때 학교를 그만뒀어. 공부를 잘했는데, 할아버지의 아버지어머니가 한컬레밖에 없는 할아버지 신발을 감추면서 학교를 못가게 했어. 아버지가 아프셔서, 맏아들인 할아버지가 일을 해서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했지.

외할아버지는 공부도 잘했고 당장 일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았으나 대학을 직접 못가고 중등전문학교로 갔어. 대학시험이 몇년간 끊겨있을때거든. 

외할머니는 열서넛때 아버지를 여의셨어. 지식분자들을 타도하는 운동에 휘말려서 갇히고 맞고 하시다가 돌아가셨대.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갇힌 곳에 밥을 날랐지.

공부는 하기 싫지만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게 아니야. 어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했어. 

할아버지, 아버지 두 세대의 노력으로 이젠 좀 살만해졌고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후원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야. 너 대신 단어를 외울수도 없고 문제를 풀수도 없어. 내가 공부하면 내 머리에 들어오지 네 머리로 가지는 않잖아.

공부를 꼭 해야 하는것도 아니야. 네가 원한다면 지원할 수 있다는거지. 

일을 찾을 때도 돈만 따르지 말고 너 자신이 활짝 필 수 있는 쪽으로 가. 그게 뭔지는 천천히 생각해보렴.

***

오늘의 열서넛에게 그대들의 열서넛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의 열서넛은 다른 문제들을 안고 삽니다. 입시자격, 심한 경쟁, 결핍의 결핍, 전자제품과 정보의 범람…… 

넘치는 것을 덜어내고 모자란 것을 더해주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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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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