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오후 늦게 일어난 아이 

– 이번주 수학숙제 하기로 했지 

= 지금은 안할래

– 그럼 언제 할래

= 암튼 지금은 하기 싫어

아빠가 끝내 못참고 버럭 했다.

– 나가! 공부도 안할거면 집에서 나가! 

그리고 내쫓았다.

아이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고 울었다.

***

아빠는 이튿날아침까지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아이를 깨워 어서 일어나 공부하라고 호통쳤다.

일어나 밥상에 마주앉은 아이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일어나긴 했는데, 무서워서 시키는대로 하기는 하는데, 가슴이 답답한게 우울증에 걸릴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아빠가 밖에 나간 사이에 책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문기척이 나면 화들짝 놀랐고, 문제를 풀면서도 아빠의 무서운 모습이 중간중간 떠오른다고 했다. 

어른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아빠가 집에서 힘을 쓴다는건 군대가 총구를 백성들에게 향하는 것과 비슷하다. 믿고 의지할 힘이 나를 향하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무기력감을 느낄것이다. 

***

후회가 밀려왔다.

공부가 뭐라고…

아이 아빠에게 이번주 계획, 요즘 아이와 나눈 대화 등 초조함을 더할 우려가 있는 얘기를 한 것이 후회됐다. 주말도 거의 쉬지 못해서 바짝 긴장한 상태에 있는데 붙는 불에 키질을 한 것 같다. 

나의 불안을 나누려 하다가 상대의 불안함을 증폭시켰고,  결국 광기라는 불꽃을 만나 폭발한것이다.  

소위 앞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허황한 집념으로 지금 여기에서 누릴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깨뜨리고 말았다.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서로 보살피고 사랑하고……이미 주어진 행복이 산산쪼각으로 박살났다.

***

이제 시간의 힘으로 천천히 복구해가야겠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셋째날 넷째날은 눈에 뜨이게 나아졌다. 

아빠가 아이를 깨우지 않았고, 실컷 자고 깨난 아이가 도리여 의아해했다. 

아빠가 식사하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으니, 아이가 밥을 먹을땐 밥만 먹으라고 주의를 주었다. 평소에 아빠가 하던 잔소리이다. 그래그래 알았어 하면서 아빠가 휴대폰을 치웠다.

아빠가 엄마의 국을 마시니 아이가 都是你惯的라고 나를 나무랐다. 아이 아빠가 자주 내게 하는 말이다. 그래, 你们都是我惯的, 你俩还互相看不惯, 다 내 잘못이다. 

***

'어디든 미꾸라지 한마리가 꼭 있는 원인은 우리가 처한 힘든 상황이 그런 표적을 필요로 하기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표적으로 삼지 않기. 왜냐하면 아이에게 어른의 힘은 너무 위험하니까.

아이는 그냥 믿어주고 사랑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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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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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가 좀 많이 놀랬을것 같습니다. 지금 하기 싫지만 안하겠다고 한것도 아니고, 기다려주면 했을지도? 이미 어른이 된 입장에서는 부모님 입장도 알것 같고, 아이 마음도 알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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