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날아올 수도 있었던 걸
나는 천천히 걸어서 도착했어
너는 언제 와있던 건지
날 기다리고 있었어
어쩌면 놓쳤을 뻔한 생각들이
날 불편하게 만드는 생각이어도
어떻게 됐든 하는 게 나았던 것 같아
너에게 바라는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흔치 않는 상상을 했었는데
언젠가는 말하게 될 줄은 알았는데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어
나는 너의 세상을 엿보고 싶었어
그게 천국이든 아니든 가보고 싶었어
또 너가 보는 걸 나도 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색이든
한 번은 칠해보고 싶었어
아무 의미 없이 걷기만 했는데
시간은 쉼 없이 채워지고 있었어
나는 다다랐을 쯤에서야
정신을 차렸나 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좀 헤맸는데
어차피 지나야 할 길이었어
어디쯤 왔는지도 감이 안 잡혔는데
언제부턴가 선명해지더라구
나는 너의 세상을 엿보고 싶었어
그게 천국이든 아니든 가보고 싶었어
또 너가 보는 걸 나도 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색이든
한 번은 칠해보고 싶었어
시간은 조금 걸려요
무언가를 알아채기 전까진
늘 그래왔듯이
다 됐다는 기분이 들면
모든 게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나는 너의 세상을 가보고 싶었어
구렁텅이든 아니든 빠져보고 싶었어
또 너가 보는 걸 같이 보고 싶었어
그게 무슨 색이든
완전히 잠겨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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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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