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게 된 것은 사고에 가까웠다.
막연하게 언젠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키우고 싶은 견종도 정했고 부르고 싶은 이름도 정했고 온갖 강아지 관련 영상을 섭렵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2018년, 십여 년 동안의 도쿄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방의 스타트업회사에 취직하였다.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뭔가 살아있는 것을 키우고 싶어서 화분을 들여놨지만 부족했다. 그때 남편이 우연히 SNS에서 지방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의 사진을 보지 못했다면, 나한테 당장 강아지 키우기는 힘드니까 고양이를 먼저 키워볼까 하고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럴까 하고 쉽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인생에 고양이는 없었을 것이다.
남편은 어느 가정집에서 태어나 보호소로 오게 된 6개월짜리 고등어태비 4자매의 사진을 보았고, 그중에서 제일 이쁘고 제일 애교가 넘치는 셋째에게 마음을 뺏겼다. 보호소에 연락을 하고 면담 날짜를 잡고 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고양이는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지?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온갖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교육 방송에서 하는 고양이 프로그램과 수의사가 진행하는 개인 채널의 영상들 몇백 개를 보면서 공부했다. 준비물이 뭐가 필요하고, 밥은 어떻게 줘야 하고, 어떻게 친해지고, 어떻게 교육하고 등등.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우리의 고양이가 아주 사납고 공격적인 성향을 띌 때 어떻게 치료하나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했다.
드디어 보호소 방문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일 얌전한 옷을 입고 출발했다. 보호소는 자동차로 1시간 가까운 거리인데 출발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소나기를 만났다. 첫 만남부터 불길한 징조 아냐?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보호소에는 몇십 마리의 고양이가 각자 케이지에서 생활 중이었다. 소장님은 여러 마리의 아주 작고 귀여운 새끼고양이들을 먼저 보여주면서 뜸을 들이다가 드디어 4마리의 고등어 자매를 보여주었다. 남편이 원했던 셋째는 이미 입양자가 정해져서 중성화 수술차 병원에 갔다고 한다. 아쉬움을 달랠 틈도 없이, 남편은 첫째에게 빠져버렸다. 첫째의 까슬까슬한 혀의 느낌과 우렁찬 골골송에 이미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나 첫째도 이미 입양희망자가 정해졌다고 한다. 서열이 제일 높고 도도해 보이는 막내도 입양자가 정해졌다고 한다.
그럼 둘째만 남았네? 사실 그날 만났던 둘째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이 안 난다. 구석에 쭈그리고 처박혀서 우리랑 눈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콧등이 벗겨져 있던 기억만 선명하다. “절대 병이 있는 거 아닙니다. 다른 고양이가 너무 그루밍을 해줘서 저래요.” 소장님이 황급히 말했다. “신중해요, 애가.” 소장님이 덧붙인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얘로 할게요.”
그때 무슨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리지도 않고, 아주 애교 넘치지도 않고, 빈말로도 이쁘다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개성 넘치게 생긴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 돌아서면 어떻게 생겼더라, 까먹게 되는 아주아주 평범한 고양이. 자매들은 다 입양처가 정해졌는데 얘만 홀로 남아있다.우리가 아니었으면 아마 꽤 오랫동안 입양을 못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말했다. 내가 데려갈게요. 소장님은 반색하며 두 주일 정도 시범 양육 기간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키워보다가 힘들면 다시 데려올 수 있다고.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얘로 정할래요.” 소장님이 몇 번을 다시 물었지만 내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솜이’는 우리한테 와서 가족이 되었다. 마치 사고처럼,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솜이와 같이 살면서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이렇게 서로 만난 것이 운명이 아니라 사고라서 더 소중하다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아내에게 이런 낭만적인 헌사를 남겼다.
광막한 공간과 영원한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우주에서 부유하고있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너와 공유하고 있는 찰나의 순간에 행복하다.

솜이의 보호소 쭈구리 시절 (왼쪽에서 세 번째)

솜이의 보호소 쭈구리 시절 (맨 뒤 쪽)

솜이의 보호소 쭈구리 시절 (제일 오른쪽)

자매들의 지나친 그루밍으로 콧등이 까져있었던 솜이

냥이를 키우고 싶은데 내가 키울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저는 이 글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솜이 이름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평생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일이긴 하죠. 그래도 내가 주는것보다 받는 사랑이 훨씬 커서 잘한 선택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솜이 귀엽습니다. 내성적인 친구였나봐요.
지금도 겁이 엄청 많아서 외부인이 오면 숨어서 안나옵니다ㅎㅎ
앙…케이지 안에 있는게 너무 안스럽네요…잘 데꼬 오셨어요!!!!! 솜이 憨憨한 매력이 있네요~ 저도 유툽 보면서 키운 일인….ㅋㅋㅋㅋ 윤샘 채널 보면서 별 걱정 다 하면서 키우다가 이젠 구충도 바쁘면 까먹는 집사가 됐네요~
오~윤샘의 마이펫 상담소 맞죠? 저도 그걸 보면서 공부했어요!!
맞아요~윤샘 왠지 믿음이 가서…중성화도 윤샘병원 찾아가서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