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나에게 아주 상징적인 한 해였다.

몇 년 동안 나는 나를 제한시키는 외부의 모든 규제들과 강요에 대항하며 나름 전투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투쟁적으로 달려온지 9년 차, 나는 또 다시 倒吊人의 공간에 들어서게 되었다. 倒吊人은 12번째 타로카드다. 이 카드 속에는 거꾸로 매달린 남자가 있다. 아주 사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발상이지만 12 라는 숫자는 나의 생일 날짜와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倒吊人을 나의 계시자로 받아드린다. 자기반성 시리즈-조선족 편을 작성하다보니 역시나 12화에 이르러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중반에 나는 지인으로부터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큐레이터를 소개받게 되었다.  큐레이터는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 작가와 영국 현지 작가의 콜라보 전시를 몇 차례 진행한 바가 있다. 이번에 그는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작가에 관한 전시를 구상하고 있었다.  전시 장소는 대림동으로 제안했고, 몇 몇 작가는 제안서에 있는 논쟁적인 부분 때문에 이 전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는 처음에 이 전시에 요청 받지 못했다. 그래서 전시에 요청된 지인한테 큐레이터와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몇 번 부탁했다. 내가 그토록 이분을 뵙고자한 것은 이 전시가 자칫 잘못하면 대림동을 또 다시 화제의 대상으로 만들어 정작 대림동 주민들에게는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서다.

우여곡적 끝에 나는 큐레이터를 뵙게 되었다. 아주 실례이지만, 초면에 나는 거이 신경질적으로 이 전시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였다.  큐레이터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말들을 묵묵히 기록하고 있었고 자신의 기획안을 바로바로 수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 기획에 있어 큐레이터는 자신이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진행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이 전시를 진행함에 있어 예상할만한 민감한 지점들과 그 해결책에 관한 생각들을 공유했다. 

전시는 총 8명의 외국인 작가와 한국인 작가들로 이루어졌다.

아래는 전시 도록에서 발췌한 전시 소개글이다. 

아래는 중국어 버전이다.   

아래 이미지들도 전시 도록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전시에 대한 나의 비평글은 아래에 첨부하였다.

이탈 된 ‘하위주체’-『C Town-별 일 없는 동네』展(미발표)

2018년 7월23일 대림동에서 진행된 『C Town-별 일 없는 동네』 전시는 현재 영국에서 거주 및 미술 활동을하고 있는 이승하 큐레이터가 독립 기획한 전시이다.

이승하 큐레이터는 영국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 작가들과 영국 작가들의 공동 전시를 수 차례 기획 한 바가 있다. 이 큐레이터는 한국 출신 작가들이 영국이라는 타지에서 갖고 있는 시선과 영국 출신 작가들의 시선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작가들의 관심사와 현지 한국인 작가들의 관심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조사한 바로는 한국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 작가들은 아주 드물었다. 그나마 중국인 출신 조선족 작가들이 한국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승하 큐레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2017 년 『꽁시, 꽁시;朋友的力量』展을 알게 되었고, 이 전시의 기획자를 통해 그 전시에 참여 된 작가들을 연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시 기획을 알게 된 작가들은 초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작가들은초기에 기획자가 대림동 일대에서 전시 장소를 지정한 민감성과 ‘대림동’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내세워 전시 제목을 지었다는 것에 반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 주제로 기획을 하는 자체가 그것이 어떤 취지로 하게 되었든 조선족 혹은 대림동을 대상화 시킨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그것이 몇몇 작가에게는 과다한 부담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이러한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진행이 가능할 법 했다.

기획자는 여러 작가들의 의견를 받아드리고,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전시를 진행 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전시의 제목 또한 수 차례 수정한 바가 있었고, 결국엔 『C Town-별 일 없는 동네』[1]로 규정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큐레이터의 서술은 아래와 같다.   

“……작년에는 영화 <청년 경찰>에서 대림동 일대가 범죄 조직이 기반한 우범지역으로 묘사되며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산 바 있듯 외부인의 눈에는 이 지역 이 종종 부정적인 인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해당 전시는 대림동 일대가 서울의 여느 동네처럼 크고 작은 갈등과 화합 속에서 지극히 보통의 일상을 영위해가는 무탈한 동네, 그래서 어쩌면 ‘별 일 없는’ 동네임을 피력한다. 이 도시 공간과 지역 주민의 생활을 미술 작업의 주제로 반영한 본 전시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지역 내 상업 공간과 길거리에서 진행된다. 환전소, 노래방, 당구장,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직접 호스트가 되어 미술 작품을 각 점포에 초청하고, 점포를 찾는 손님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관객이 된다.”

필자는 이 전시에 참여된 일원으로서 기획자와 많은 생각을 공유했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필자는 대림동 일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즉 되도록 대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방식 또는 폐를 끼치지 않는 전제에서 작업을 구상하고 있음을 알려드렸다. 필자는 한 작가의 정체성이 어디에 속해 있든 그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속한 공통체를 대변 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러한 자격 또한 주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시는 필자 외에도 최명, 신광, 김송휘, 황호빈 작가와 한국인 출신 박혜민, 우민정 작가 그리고 독일인 출신 아그네스 볼코비츠 이렇게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전시 마지막 날 토탈미술관에서 진행한 “월요살롱”에서 기획자는 이번 전시에 대한 발표를 하였고, 토탈 미술관 공식 블로그 계정에서는 아래와 같이 발표 내용을 정리 하였다.

“이 지역에 대한 미디어의 왜곡된 묘사와 국적/세대/계층 간 반목을 조장하는 담론들에 대항하는 문화행동”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지게 된 이 전시는 동네 곳곳(예. 대림동 구인광고벽, 명장 당구장, 알파 환전소, 중식당 전가복, 대동강 노래방 등)을 전시 공간 삼아 이루어졌다. ……” (출처: 토탈 미술관 <월요살롱> 블로그)

본 전시가 진행 되는 과정에 의도적 목적성을 띄는 홍보는 부재했다. 또한 작가들은 전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지역에 대한 꽤나 깊은 통찰과 배려를 일삼았다. 그 결과 정말 별일 없는 듯이 전시가 시작되고 끝이 났다. 때문에 주민들은 전시에 대해 긴장할 필요도 경계할 이유도 없게 되었다. 도리어 미술관 하나 없는 지역에서 잠시나마 눈길을 이끌었던 작품들은 주민과 행인들의 ‘진정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했다.

화이트 큐브에서 늘 고민거리가 된 미술작품의 자율성 그리고 대안 공간에서 실행한 수많은 전시 시도들은 늘 반듯하게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미술과 일상을 연관 지으려는 수많은 시도 속에서 항상 무언가가 빠져 있는 듯이 공허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진정한 관심’인 것이다. 가르침의 목적으로서의 미술이 아닌, 아카이브식 성과로서의 미술도 아닌, 참여의 목적으로서 강요된 미술은 더더욱 아닌 그 어떠한 우월인식 혹은 허세를 부리지 않는 노력과 시도들이 어쩌면 동시대 미술 실천이 궁극적으로 찾아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아닐가 생각한다. 그러한 기준에서 『C 타운-별 일 없는 동네』전시는 꽤나 그럴 뜻한 사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 “전시 제목을 Chinese Town이 아니라 C Town이라고 짓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1) 주민들이 지역 이미지, 집값 등의 이유로 차이나 타운이라고 불리기를 별로 원치 않는다. 2) 조선족을 중국인이라고 일괄해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3) 이 지역에는 중국인 뿐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는 점 이라는 설명.” (출처: 토탈 미술관 <월요살롱> 블로그)

2018 글/2021 수정

전시 (클릭)

토탈미술관 <월요살롱> 발표 (클릭) 

2018년 나는 이 전시의 오프닝 작업으로 대림동 거리에서 <귓속말>이라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그 후 나는 드디어 심신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토록 수고스럽게 또는 허무하게 무언가와 맞서 온 나 자신을 단 한번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았다. 나는 대림동을 걸으면서 만신창이가 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귓속말> 퍼포먼스 

<귓속말>퍼포먼스 국내사이트 (클릭)

<귓속말>퍼포먼스 외국사이트  (클릭)

 <자기반성 시리즈-조선족 편> 은 어떻게 보면 나에 관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어떨 때는 아주 사적인 것이 아주 공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자기 반성'은 내가 부정하고 싶은 것, 내가 회피하고 싶은 것, 내가 벗어나려고 하는 것, 내가 혐오하고 있는 것, 내가 인정하기 싫은 것을 눈앞에 나열하고, 포개고, 기록하면서 직면하는 것이다. 직면 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나에게 가했던 모든 속박으로부터 풀려 나아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았다.  

이번 시리즈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해왔던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 여기서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

kimjean312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21
좋아요
오~ 오~
1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