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우리가 종종 하는 말이다.  

20여년 전, 나는 대학교 졸업하고 6개월이 좀 넘어서 한국으로 가게 됐다. 그 6개월이 나에겐 처음 겪는 암흑기였는데 막 졸업하고 취직은 안되고 집안 사정도 최악이었고, 이제 정말 부모님께 손 벌릴 수가 없게 되어서야 독립이라는 게 그냥 부모님 곁을 떠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당장 생활비부터 벌어야 했기에 회사 규모 따지지 말고 전공과 상관없는 일이라도 무작정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세상은 참 무서웠다. 첫 직장은 사장이 사기꾼이었다. 나를 데리고 외근이라며 간 곳이 다단계 모임이었다. 두번째 직장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겨 일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호구 관계를 빌미로 5000원을 뜯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가서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나는 새 직장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고, 이제 내 인생이 제 길을 찾아가는 건가 라는 생각에 많이 들떠 있었다.

한국에 도착해보니 정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더 들떴다. 그래서 주말에 동료가 오일장에 가자고 할 때도 아무 생각 없이 냉큼 지갑을 챙겨 들고 따라 나섰다. 처음 보는 길거리 음식부터, 각 종 농수산물, 각설이 차림을 한 엿장수, 장사꾼의 호객 소리까지, 보는 것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한껏 신났다. 지갑을 도둑 맞기 전까지는…… 

졸업하고 함께 동고동락하던 친구가 거금을 들여 사준 지갑, 그 속엔 아버지가 용돈으로 쓰라고 주신 200불, 미처 환전하지 못해 동료에게서 빌린 한화 10만원이 있었다. 거의 내 전 재산이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냐고? 당연히 말도 못하게 속상했다. 

처음 한국에 가서 치른 신고식! 덕분에 붕 떠있던 나는 다시 지면에, 현실에 안착하게 됐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처한 상황, 내가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둘러 볼 수 있게 되었고 진정한 홀로 서기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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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글쓰기 연습하는 두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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