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거지가 됐다.

주 3~4회 알바를 한다.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한 커플의 대화에 귀가 쫑긋했다.

여: "…조선족은…뭐지?"

남: "거기에 예전에 우리나라 독립군도 있었어"

여: "그래? 근데 왜 하는짓이 양아치 같어?? 짜증나게 왜 우리 나라와서… 그래도 조선족은 중국인이 잖아? "

남: "어디서든 정착이 안되니까…"


내가 잠시 나를 잊고 살았다.

수년 동안 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되묻고 회의하고 부정하고 투쟁하면서 일종의 화해를 시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내가 뿌리칠려고 들면 오히려 더욱 단단히 부여잡게 되는 참으로 요상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부터 무엇을 통달해서 사유의 차원이 상승되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가 머물고 있는 사회에 동화되어 망각해서인지 더이상 "조선족"에 대한 발짝 버튼이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던 커플의 짤막한 대화에서 내가 그토록 뿌리치고 싶었던 정체성을 어드덧 그 어느때보다 철저하게 뿌리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케케묵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억들이 다시 환기된다.

내가 여태까지 관심가져왔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문제들은 실제로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를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고 수용하는지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때론(아니 다수의 정황은)

조선족은 한국인의 '편협함'을 능멸하고

한국인은 조선족의 '수토불복'을 역겨워한다

그리고 이 사이에는 화해를 허용할 수 없는 굳건한 '이데올로기들'이 담을 쌓고 있다.

그래서 남아있은 것은 이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들이다.


살아났니? 제목을 쓸때에는 지난 몇년간의 학창 생활과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소감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오! 어쩌면 발짝 버튼이 조금은 작동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정체성이 소환되고 있다.


공생과 양극

'무'에 이를때 망각, 나태함과 오만이 호시탐탐하고 있다.

'유'에 얽매일 때 고통, 분쟁, 치열함이 역사를 만든다.

참으로 값진 설날 퇴근길이다.


살아났구나.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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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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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뭐 굳이 망쳐놓은것까진 아니지만, 굳이 파친코 멋진 말을 빌리려면…ㅋㅋ 그렇기에 괜찮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그런대로… 100년도 못 사는 인생, 그들도, 우리도, 그 누구도. 그냥 제멋에 할거 다하고 살면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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