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에 길들여진 나는 매일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에 찌들어 있었다. 주문할 때 배달 앱의 满减 이벤트에 맞춰 제일 가성비 좋게 시키게 되고 웬만하면 과식으로 이어졌다. 가끔씩 직접 해먹을 때도 있지만 소시지, 참치캔, 치즈 등 팍팍 넣어 칼로리 폭탄을 만들고 양은 또 어마 무시하게 많이 만든다.

그동안 본능과 욕구만 탑재한 채 “자율주행” 하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서서 튀어나온 뱃살을 움켜쥐고 한참을 고민했다. 두 가지에 대해 생각했다. 식습관과 운동.

Q 평생 이렇게 지낼 건가?

A (자신 있게) 운동할 거다. 음식도 건강하게 먹고.

Q 그럼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건가?

A … 조금만 더 즐기고?

Q 이미 충분히 즐기지 않았나? 할 일을 미룰 때마다 느껴지는 그 찝찝함을 굳이 방치할 이유가 있나? 어차피 할 거라면 지금 시작하는 건?

A … …

그렇다. 이미 충분히 즐겼다. 할 일을 미루고 노는 것으로부터 분비되는 도파민에 중독돼서 호르몬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다.

노예 생활을 하고 있던 방에서 욕구라는 커튼을 거두고 객관적인 시선이라는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 풍경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명확했다.

판단이 서니 음식에 대한 내 욕구가 마법같이 잘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하루 두 끼, 매번 과식하던 데로부터 하루 세끼 적당히 먹기 시작했고 지인과 외식을 즐기면서도 배가 부르면 딱 멈추고 과식하지 않으며 요리해도 적당히 하기 시작했다. 하루 권장 칼로리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많이 먹었다.

야채도 많이 먹는데 고기만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전에는 매주 두 번 정도 대충 운동하던 데로부터 나름 열심히 (근력운동 40분 + 유산소운동 20분) 매주 5~6회 운동하기 시작했다. 필요성을 느끼고 하다 보니 점차 적응되고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잘 느껴지기 때문에 운동으로부터 오는 피로감이나 통증이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온다.

거실 겸 헬스장이다. 헬스장 회원이지만 매일 집에서 맨몸 운동을 한다. 

참고로 손목 스트랩은 등 운동할 때 필수템이다.

두달전 체지방 27% -> 현재 16~17%

오랜 기간 방치해둔 “자율주행”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줬고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시스템 패치도 해주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목표에 언제 도달할지 모르지만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취감들이 연료가 되어 지속적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밥을 먹을 때 맛없는 것부터 먹고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다. 마지막 한입의 그 맛이 여운으로 남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 놈들과 먹을 땐 맛있는 것부터 노려야 된다. 안 그러면 맛도 못 볼 수 있다)

내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맛없는 반찬)을 미루고 논(맛있는 반찬) 것은 그 과정이 길어서, 먹는 것처럼 한두 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눈앞의 욕구에 많이 의존해 있었기 때문인듯하다.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밥 먹는 것처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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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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