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는 늘 책임이 뒤따르고, 뒤따르는 책임을 짊어지다 보면 어느새 시작이 미워질 때가 있다.

분명 내가 해왔던 결정들인데, 마냥 해맑게 웃어넘겼던 순간들인데,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되돌아보게 되는 출발점. 내가 돌아볼 수 있는 명확한 무언가가 그 출발점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당장의 상황을, 발등에 떨어진 불을 외면할 수도 없으니.

글을 쥐어 짜내는 게 내 업인지라, 무언가를 반복해서 되뇌다 보면 어느새 고루한 사고에 스스로가 파묻혀진다.

마냥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어찌 됐든 발을 맞춰 굴러가는 매일이라 나름의 스릴과 재미도 있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하는 생각은 분명 아주 많이 달라져 있다. 6일 전 서두를 뗀 이 글에 6일 후 다시 살을 붙이는 지금 내 마음가짐이 또 달라져 있는 것처럼, 무엇인가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다.

사람마다 좇는 가치가 판이 하다는걸 새삼 실감한다. 나와 상반된 사람을 마주했을 때 마냥 재미있게 그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냥 한 귀로 흘리고 나머지 한 귀는 닫아버린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고집이 그만큼 세서일까.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주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가치는 때가 되면 알아서 빛나기 마련이다. 악착같이 해내야 하는 매일이라서, 당연하지 않은 행복이라서 더 값진 지금, 시작할 때의 無에서 무언가라도 손에 잡히는 오늘이 꽤 뿌듯하기도 하다.

시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찌 보면 한 구석탱이에 불과할지도.

거창하게 부풀리는 것보단 담대하게 지나치는 게 후회를 더는 방법일 수도.

조각조각 접어 보낸 시간들이 찢겨 지고 무너져도,

조금의 변화라도 지어냈다면 ‘존버’에 의미를 두기로.

그래, 오늘도 ‘존버’했음.

(썸네일 by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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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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