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날들>은 김경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할아버지가 이주를 결정했고 아버지가 새로 이사한 고장에서 뼈를 굳히며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나'와 형제들은 이 고장에서 태여나 자랐고 어른이 되면서 하나 둘 고향을 떠났다. 

후남언니는 한국으로 갔고 철주오빠는 배 타러 나갔고 '나'는 러시아로 갔다. 

이주하기 전, 한국으로 가기 전, 배 타러 가기 전, 러시아로 가기 전에 그들은 떠난 후의 생활이 어떤지 잘 모른다. 직접 겪기 전에는 알수가 없다. 직접 겪느라면 원래로 돌아갈 수 없는 '다른 사람'이 되여버릴 것이고, 그 '다른 사람'이 되기 전에 그 사람의 느낌을 알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느 도시에서 살지,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할지, 결혼을 할지말지, 아이를 낳을지말지, 결정을 내린 이후의 생활은 나름 상상해볼수는 있으나 알지는 못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야생문제라고 한다.

***

카프카와 다윈은 결혼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다. 카프카는, 결혼을 하면 본인이 원하는 리상적인 작가가 될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혼하지 않기로 정한다. 다윈은, 연구하고 습작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삶에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고 판단하여 결혼하기로 정한다. 

      (다윈이 결혼의 장단점을 이렇게 적었대요)

각자 원하는 삶이 다르다. 서로 다른 선택이지만 자신의 삶을 활짝 꽃피우려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임에는 동일하다. 

할아버지는 살길을 찾아 이주를 결정했다. 후남언니는 풍족한 생활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철주오빠는 돈도 벌고 체면도 세우려고 배를 탔다. '나'는 남자친구를 따라 러시아로 갔다. 

자신을 꽃피우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함과 동시에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친구와 가족이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갈수 있으나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 후남언니는 빨리 잘 살고 싶어서 가족을 떠났고 몇년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또한 어떤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면서도 큰 흐름이나 우연에 내맡기기도 해야 한다. 소위 오픈 마인드를 가지는거다. 그런 면에서 '내'가 러시아에서 홀로 돌아올 결정을 내린 건 잘한 일이다. 

정답은 없다. 

***

큰 선배님이 나를 안타까워하신다. 애도 이젠 많이 컸으니 바짝 힘을 내서 공부도 하고 일에도 도전하렴. 60세까지는 일을 할수 있게 톺아야지. 

살이 데는줄 모르고 따가운 물속에 퍼져있다는 위기감이 자주 들기는 하다. 헌데 따뜻해서 일어나기 싫기도 하다. 

2년전에도 고민만 하다가 주저앉았다.

사는 곳이 바뀐다면, 하는 일이 달라진다면, 과연 어떨지 겪기 전엔 알수 없다. 망아지가 강을 건너는 식이다. 

자신에게 물어보고 있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수 있는가. 내가 절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곳이 과연 절벽인가. 손을 뗄수 없다는 것도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돌다리를 두드려 봐야겠다. 조심조심.

눈부신 날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

hana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2
좋아요
오~ 오~
1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