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코가 너무 간지럽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병원을 찾았다.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난 후 진료실로 향했고 의사는 컴퓨터로 검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큰 병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 걱정없이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니 너무 당혹스러웠다. ‘이게 맞아? 잘못 본 거 아니야?’ 하고 무작정 의심을 하게 되었다.
‘혹시 반년 뒤에 수술해도 괜찮을까요?’ 이제 곧 개학이라서 방학 후에 수술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혹시라도 안 좋은 거라면 너무 오래 기다리면 큰 일 나요. 당장 다음 주에 수술해야 해요.’ 의사는 이 병이 꽤 심각한 듯 말했다.
이 정도로 심각하면 더 큰 병원에 가서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료의뢰서를 써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면서 이정도 작은 수술은 여기서 해도 되니 굳이 큰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진료의뢰서는 못 써준다고 했다.
방금 전까지 이 병을 심각하게 말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큰 병이 아니라고? 어떻게든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큰 병원의 예약을 빨리 잡을 수 있어 검사 결과지를 들고 찾아갔다. 의사는 내가 왜 큰 병원에 왔는지 난해한 듯 계속 검사 결과지를 보았다.
‘수술 할 필요 없어요. 이거랑 전혀 상관없고, 그냥 알레르기 때문이예요. 약 좀 처방해드릴께요.’
처음에 봤던 그 의사는 내가 외국인인 걸 알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모든 환자들한테 다 그런 건지,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병을 잘 못 봐주는 건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네.’ 이런 경험을 듣고 난 후에 가족이 나한테 한 말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을 겪고 난 후면 꼭 디스를 했을 텐데, 이제는 웃음만 나오고 뭐라고 말하기조차 귀찮아졌다.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 경험이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