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읽은 동화들은 언제나 따스하고 희망적이었다. 선한 사람이 보상을 받고, 사랑과 용기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현실에는 동화 같은 일 따윈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 된 후로는 동화책을 더이상 찾지 않았다. 악이 처벌받지 않고, 선함이 보상받지 않는 세상을 보며 그건 아이들 이야기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화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예전에 알던 동화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들은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더래요.”식의 해피엔딩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이겨낸 고난에 마음이 갔다. 백설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먹었고, 신데렐라는 계모의 학대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른의 나이가 되니 동화 속 완벽한 결말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고난 속에서도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서이다.

여전히 동화책에 손이 가는 어른으로 살아간다. 동화에서 희망을 찾고 희망을 현실에 맞게 해석하며 위로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동화는 말한다. 삶이 쉽지 않은 건 곧 해피엔딩이기때문이라고, 그러니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엮어나가면 된다고, 어떤 모습도 동화일 수 있다고.


썸네일 BY 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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