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보면 지루할 때가 있다. 기억이 안될 때도 있다. 진짜 학문연구라는 것은 파고 들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재미가 필요하다. 자조 섞인 재치도 필요하다. 위트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아래 영상은 하버드 대학의 두 漢學者(sinologist) 사이의 짧은 대화이다. 그런 위트를 보여줬다고 할까. 

왼쪽은 William C. Kirby(柯偉林), 오른쪽은 Peter K. Bol (包弼德). 

출처: HarvardX 유튜브 공식채널

유튭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oHEGv6Ebrs

삘립 링크: https://www.bilibili.com/video/BV1nu411f7gt?spm_id_from=333.337.search-card.all.click

외국인이 중국의 조대 순서를 외운다는 게 쉽지는 않을거다. 중국인이라 하여도 누구나 다 외우는 것은 아니니. 

익숙한 선율에 라임을 맞춰 즉 押韻하여 가사를 맞추다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흥미가 생기고 기억이 헐해진다. 참고로 위의 노래에서 운을 밟는 韻字인 둘째 줄과 넷째 줄의 마지막 글자 宋과 東은 중국의 운서에서 제일 첫 번째로 나오는 東韻[ung]이다(宋韻이 약간 다르지만 시를 지을 때는 허용범위내). <两只老虎>라는 동요의 선율에 알맞는 작사라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방식에 대해, 그건 내용을 이미 아는 사람들이나 노래도 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대뇌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곁들어 들어오는 정보를 더 반긴다. 그게 힘이 덜 드니까. 원플러스원 같은 자본주의 방식을 더 좋아하나 보다. 

어릴 때 이런 방식으로 따분한 내용을 외운 적은 없었던가? 소학생행위규칙 같은걸 달달 외웠던 적이 있었고… 정지용의 <향수>는 조선어문 과문에 꼭 나오던 내용이고 시험에도 외워쓰기가 자주 나와서, 후에 어문선생님께서 한국에 노래로도 나와있다고 들려주셨는데 그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링크 클릭, 가수 얼굴이 나오던 화면이었지만 목소리는 이 분이 맞으셨다)

태정태세문단세 이러면서 조선 왕이름 순서대로 외우기, 물론 이건 우리가 어릴 적에 외운 건 아니다. 자라면서 역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 했던 것들. 

조선왕송(클릭)

아, 뭐 <독도는 우리땅> 노래도 따지고 보면 주입식 교육용 홍보송이 아닌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줄 알고, 덕분에 누구든 일본인이랑 독도문제로 말싸움이 붙으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라는 독도 지리적 위치부터 읊을 수 있게 됐다. 좀 더 애국자들은 2절까지 불러서 '경상북도 울릉군 도동산 육십삼,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까지 읊어버리면 싸움은 KO로 끝나는 거다. 

참고로 4절 가사에 나오는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다. 현재 <조선왕조실록>은 한책 당 23페이지 정도라서 50페이지는 없고, 그 중 지리지가 제52책부터 제59책까지이다. 연속으로 게산하면 제 54책의 4페이지가 누계 50번째 페이지에 해당하는데, 그 페이지 셋째 줄 내용은 다음과 같이 경상도 경주부의 竹長縣에 관한 것이다. '50페지이 셋째 줄'은 그냥 발음하기 좋아서라는게 설이다. 라임에 살고 라임에 죽어야지 역사적 사실 따윈 중요치 않다. 

물론, 밝혀두지만, 독도의 주권을 부정하려는게 아니다.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 가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어쩌다 독도에 '독'자만 나와도 정치적인 발언이 되는 세태가 되었는지. 

출처: 국사편찬위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뭐 음치라도 괜찮다. 선율이 없어도 괜찮다. 박자 맞게 4.4조, 3.4조 시조로 가던, 오언이나 칠언으로 한시로 가던, 모스부호 불러주 듯 대뇌에 규칙적인 신호 입력을 해주면 우리 뇌는 최면이라도 걸리 듯 덜컥거리면서라도 움직이고 싶어하나 보다. 

암, 그렇지. 한번 해봐서 좋으면 좋은 거고. 효과가 있든 없든 너무 진지하게 달려들면 이상해지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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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돌다가 고전과 씨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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