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흰』을 읽어나가던 중, 한 단어에서 시선이 걸려 넘어졌다.

“분명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 그렇게 일축하기 어려운 진지한 어조로 쓰여진 글이었다.”

‘일축(一蹴)’이 대체 무슨 뜻일까? 모르는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한 일(一)’에 ‘찰 축(蹴)’.일축하다 = 한 번에 발로 차 버리다, 곧 단호하게 거절하다, 단번에 부정하다라는 의미였다. 

나는 一蹴를 본 즉시 중국어에서의 표현이 떠올랐다.바로 一蹴而就. 이 말은 “한 번에 이루다, 단번에 성공하다”라는 아주 긍정적인 뜻이 아닌가? 성공, 완성, 성취의 뉘앙스 말이다. 그렇다면 왜 一蹴(일축)은 거절이고 부정일까? 같은 글자 蹴인데 왜 뜻이 이렇게 다를까?

궁금증에 못이겨 一蹴而就의 해석을 찾아봤는데 한 발로 차서 꼴대에 공이 차들어갔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일촉은 그냥 차버려서 부정적인 거절이고 一蹴而就는 꼴대에 바로 차들여서 적극적인 성공인 것이였다!

나는 문득 축구가 떠올랐다. 

'아! 그럼 축구의 축도 이런 뜻이였구나~'

중국어에서는 단순히 ‘발(足)로 하는 공놀이’라 해서 足球라고 하지만, 조선어의 축구는 애초에 이름 속에 ‘차다’라는 역동적인 행위가 들어가 있었다. 

足球라고 하면 발과 공이 보인다. 하지만 蹴球라고 하면 차는 사람의 다리 근육이 보인다.

만약 우리가 축구를 족구(足球)라고 불렀다면 어땠을까. 왠지 공을 살살 굴리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또 발구라고 했다면 더 이상했을 것이다. “발구 하자”라고 말하면, 누가 진지하게 뛰어들까. 그 말에는 전력 질주도, 강한 슛도, 몸을 던지는 태클도 들어 있지 않으니까.

한 글자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여기까지 데려왔다. 언어는 이렇게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게 한다.

순간순간 깨닫는 즐거움을 만긱하며 나는 다시 한강의 흰색 표백된 숲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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