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눈물나도록.

오늘 가을은 텅하니 비여있습니다.  그뉘의 추방은 아니였을텐데 농부에게만은 골고루 나뉘여지지 못한 가을입니다.  납작하니 붙은 벼알들을 행여 자꾸 깨물어보지만 그들 인생만큼이나 깔깔만 벼껍질만 입안에서 맴돌뿐입니다.  둔덕넘어 콩은 작달막한 키에 쟁그랑 소리 한번 내지 못한채 그들 마음만큼이나 후줄근하게 쓰러져있을 뿐입니다.  저 산밑의 옥수수는 염글지 못한 작은이삭를 가볍게 업고 그들 몸무게만큼이나 갑삭하게 메말라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메돼지가 짓밟고간 그밭에 구경 이제 더 거두어들일 무엇이 남아있겠습니까?  언젠가 가져다 놓은 허수아비는 애들의  동요속에서처럼 착하게 곡식들을 지키고 서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서운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결코 무심하지 않아서 땀흘린만큼 거두어들일거라고 믿어가는 그들의 그 소박한 희망에 사무치게 바라는 가을의 은혜는 결코 없습니다. 

가을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눈물나도록.

그들은 차겁게 떨어지는 비방울을 구부정한 등으로 받으며 아무런 원망없이 숙명같은 몸짓으로가을을 합니다. 얼굴에서는 비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줄지어 흐릅니다.  어쩌면 그들의 몸에서 흐르는 모든 수분은 땀으로 화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까칠한 얼굴로 그러나 많이 정직하고 그러나 번화한 세상에게 비굴해진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풀물이 가득 묻은 발뒤축과 모지라진 손끝이 부끄러워 누구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변변히 들어보지 못하는 그들입니다.  이 세상을 향해 투정이나 불평을 린다거나  또자신들의 아픔을  호소하거나 팽개친 적은 단 한번도 없는 그들입니다. 다만 그 진 아픔을 안으로 안으로 단단하게 품어갈 뿐입니다. 자신의 것인 삶을 그냥 껴안고 찌들대로 찌든 삶속에서 땀내를 진동하며 살아있을 뿐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름 그 자리를 알아 땅에 떨어져 혼을 다해갈 뿐입니다.

가을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눈물나도록.  

어쩌면 내보기에 그냥 살아있는 것이지만 그들은 힘차게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침보다 빨리 집을 나가 저녁보다 늦게 집에 어옵니다.  결코 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 끈질기에 달라붙은채 그들을 혼자 보내지 않는 가난인데 그 축복도 없는 무서운 가난속을 헤매이면서도 또다시 오는 봄에 씨앗을 묻어가며 꿈을 품을 수 있는 그걸 우리는 기막힌 경이라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로지 땅에 엎드려 땅을 믿고 하늘을 믿어 드팀없는 마음입니다.  그 철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들은 절망을 모르고 오늘까지 순박한 미소 하나를 주름진 얼굴에 피워올리며  버티여낼 수 있었는가 봅니다.  그들의  좌절을 모르는 땀방울앞에서 감히 다가설 수 없는 기상을 느낍니다.  그들은 다만 욕심만큼으로 따라주지 않는 이젠 많이 허술해진 몸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마음과 달리 삐걱이는 걸음걸이에 한탄도 해보며 굽어드는 등을 간신히 펴보기도하며 애써 힘을 모아봅니다.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길을 모른채
그림자처럼 어둡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외면하는 이들을
당신은 용서하지 마십시오

세월이 험하게 스쳐간 자취를 모른채
시들고 허물어져가는 어깨를 비웃는 이들을
당신은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불편해진 당신의 몸을
이제 그만 용서하십시오

그 마음을 바라보기가 너무 안스러워 나름대로 아파하며 지어보았던 <<용서>>라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용서하거나 용서받을  무엇이 있다는 걸 단한번도 생각조차 못하는 너무나 착한 심장입니다.  오로지 겸허하게 다 받아들일 뿐입니다.  간혹  세상을 달관한 표정을 태연스레 짓는우아한 이들이 밭을 일구고 곡식을 키우며 자연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사치를 너그러이 받아줍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도 보아주지도 말해오지도 들어주지도않는 이 고요한 날들을 한순간도 살 수 없으리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그 생존보다 삶을 고민하는 시늉을 하는 고상한이들이  한뉘 땅에 엎드려 두더지처럼 땅을 파는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론해도 당사자인 그들은침묵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여기 이 땅에서 몇시간만 지나면 이내 떠나 그 도심속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 평범을 평범으로 살아내는게 가장 큰 비범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 그말의 진가를 그들의 몸에서 깨닫습니다.  그렇게 모질게 고단한 일상들을 평범으로여겨 평범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나는 그 어느 철인의 말을 빌어 비범이라는 단어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미친듯이 자기가 하는 일에 정직한 최선을 다하는 그들,  어느 누가 이세상앞에 자신의 존재를 이토록 정성껏 증명해왔습니까? 그래서 어느날 뒤따르던 황소가 차라리 크게 울어주고 알알이 영근 곡식들이  한줄한줄 적었던가요?  그래서 그들은 알려지기 위해서 몸부림한 적 없지만 그누구보다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던 걸가요?  그래서 여운이라는말에 무식하기까지 하겠지만 이제그들이 떠나고나면 저 하늘과 이 땅 그리고 그사이 넘치는 푸르름이 오래도록 허전해하겠지요?

이 가을앞에 가장 당당히 오만을 부릴 수도 있는 이는바로 그들 뿐이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허나 가장 겸허하게 가장 낮게 허리 굽혀가는 그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운 걸가요?  눈물나도록?

이렇게 가을이 아름다워지는 날이면 그들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습니다.  그들의 판난 손을 따스한 입김으로 불어주고 싶다고., 그들의 지친 등을 자근자근 두드려주고 싶다고,  그들의 바람과 비에 바래진 가슴에 입맞춰주고 싶다고… 그러나 메마름을 초연한 것으로 살아 어쩔수 없이 실감을못한채 겉도는 나의 위로가 그들의 혼절하는 가슴에 가닿기나 할가요?

가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눈물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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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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