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선전()으로 간 지는 2년 남짓 된 듯싶다위챗 모멘트(朋友圈)에 좀처럼 근황을 알리지 않던 그가 어쩐 일로 사진 여러 장을 공유했다친구와의 셀카취기가 살짝 도는 그의 얼굴에서 내가 읽었던 건 분명 즐거움이다반갑기도 하고 나름 잘 사는 것 같아 평소 좋아요에 상당히 인색했음에도 오늘은 기꺼이 눌러줬다그런데 누르기 무섭게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힘들단다어른인 게 싫단다. 2분 전에 올라온 사진 속 사람과 동일인인지 순간 의심스러웠다물론 늘 느끼고 있는 바지만,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원래 슬픔이 없다.

    꽤 오래전에 서울대의 김○○ 교수가 책 한 권을 냈는데그것은 불안한 청춘들의 필독서로서 한 시절을 풍미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나도 중학교 때 이 책에 심히 매료됐던 기억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나는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였고 저자의 논리를 상당 부분 내면화했다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명제가 불편했다청춘은 아픈 게 당연한가미안하지만 아픈 건 환자지 청춘이 아니다사회 진출 대신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시작된 이른바 힐링과 자기 계발 열풍은 청년의 아픔을 그저 게을러서’, ‘노력하지 않아서로 규정해낸다그러면서 곧장 이어지는 게 어른들의 지긋지긋한 라떼는 말이야청춘들이 아픈 건 병든 사회와 치료제의 부재 때문이다사회를 병들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우리에 앞서 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낸 어른이다나는 책에서 김○○ 교수가 이런 사회를 대물림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을 일언반구도 보지 못했다그의 책은 병든 사회에 대한 처방전도 아니고 아픈 청춘을 위한 치료제도 아니다잠시 고통을 망각하고 정신승리 하도록 부추기는 환각제와 다르지 않다결국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기성세대의 책임을 은닉한 채 모든 문제를 청년세대에게 전가하는 아주 기만적인 발화이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2차 성징이 끝나면 어른인가구레나룻이 덥수룩하면 어른인가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거치면서 어른이 되는가그것도 아니면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며 봉양의 의무를 이행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는가제대로 된 기준이 없는있을 수도 없는 어른과 아이의 구분은 상당히 인위적이고 자의적이다우리는 은연중에 아이는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아이는 어른보다 못한 존재란 관념을 당연시해왔다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은 소위 어른에게 특별한 권력을 부여한다본인의 뜻과 의지에 반()하는 사람을 철없는 아이로 몰아세워 가르치고훈계하고책망하고심지어 폭력을 가할 수 있는 권력.

    어른인 게 싫다는 그에게 나는 한참 고민 끝에 왜 꼭 어른이 되려 하냐고 답장을 주었다이 글은 그 답장의 연장선이다어른과 아이의 이분법은 세상이 임의대로 정한 사회적 규범이다나의 꿈은 평생 아이로 사는 것이다그리고 나의 벗들도 세상의 기준과 어른의 비위에 맞춰 안락하게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잘못된 규범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여기서 말하는 아이는 경제적으로정서적으로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존재가 아니다어떤 꼰대의 지적질에도 휘둘리지 않는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내가 걷고 싶은 길을 나의 속도로 걷는나만의 세계를 가진 그런 아이가 되자는 말이다기독교 경전인 성경에는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의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다괜히 있는 얘기가 아니다세상을 버텨내는 수많은 아이에게 자그마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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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Ner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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