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들이 우거진 신작로가 있다. 옹기종기 마을들을 옆에 끼고 오불꼬불, 올리막 내리막 마을뒤켠으로 에돌아간 길이다,

어릴적 그 길을 따라 봄이면 달래 캐러 과수원에 가군 했었다.꽤나 먼 길을 타박타박 갈수 있었던것은 길옆에 뾰족뾰족 싹이 돋는 수양버들이 그늘을 던져주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이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개울물에 달래를 씻어가지고 돌다리우에 앉아 두발로 개울물을 차면서 산새들의 지저귐에 넋을 잃던 그때 ,

22살 철없던 시절.

“공연보러 가기오.”

하고 청드는 그이와 함께 저녁길에 나섰다. 진소재지로 가려면 그 신작로를 따라 7리쯤 걸어야 했다.

그이와 손잡고 걷다가도 먼 곳의 자동차불빛이 비추면 수줍은 마음에 그이의 손에서 내 손을 빼고는 그이 뒤에 숨어 걷던 나였다.

아침에 온 비에 질척질척한 길을 가다가 한곳에 이르니 땅을 분간할수없게 물이 고였다.

“내가 안아 건늬워줄께.”

대답할 사이도 없이 그이의 품에 안기였고 몇발자국 안되는 그 구간을 지나는데 마음은 왜 그렇게 출렁이는지.

결국 나는 그 길을 따라 몇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의 그이한테 시집왔고 남자의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에 일하러 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그 길에서 기다리는 안해로 되였다.

저녁무렵 수양버들 우듬지에 노오랗게 걸리는 노을을 마주하고 이제나 저제나 남편을 기다린다.때론 손잡이뜨락또르를 몰고 때론 자전거를 타고 내 기다람에 실망 주지 않고 돌아오는 남편의 얼굴엔 웃음이 항상 어려있다. 어쩌다 한번 웃음없는 얼굴로 돌아오니 내가 물었다.

“왜 오늘은 웃지 않아요?”

“너무 지쳐서…”

순간 나는 코마루가 찡해났다.

이젠 혼자가 아닌 아들애와 함께 이 길에서 남편을 기다릴수 있게 되여 행복하다. 남편이 더는 “우리 란이”가 아니라 “우리 림아”하며 아들애부터 반기지만 질투할수없이 즐겁다.

내가 예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한편의 중편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문화는 길을 따라 전파된다. 독자들은 동의되는가…”

지금 마을뒤 신작로에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이 길이 언제면 개변될까? 10년전에는 바쁠거 같아.”

하고 한탄하던 때가 어제같은데 어느새 길우에 자갈 실은 자동차며 굴착기며 뜨락또르가 분주하다.

우리에게는 랑만이 슴배인 길이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불편한 길이였다.

여러 마을과 진소재지를 이어놓은 그 신작로길은 자주 수리하는데도 한번 비만 오면 흙탕길이 되고 마르면 길 곳곳에 크고 작은 웅뎅이가 생긴다. 그 길로 손잡이뜨락또르를 타고 갈때면 한참 엉뎅이가 아파야 하는것이다. 택시들도 손님싣기 꺼려하여 급한 볼일 있는 사람들은 꽤나 비싼 요금을 내고 택시에 앉아다녔다. 가을이 되여 그 길 웅뎅이에 길옆 가로수에서 떨어진 락옆이 소복이 쌓일때면 자연이 만든 그릇에 담긴 노란 락엽이 랑만적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사실 시장보러 가기도, 가을철 싣걱질에도 또 학생들의 통학에도 골치거리였다.

헌데 그 길이 콩크리트포장도로가 되단다. 길옆을 따라 몇메터 간격으로 우거진 수양버들, 몇십년 자랐을지 모르는 그 수양버들들이 전기톱의 드르렁소리에 하나 둘 넘어갔다. 밑둥만 남은것을 굴착기가 다시 송두리채 뽑아낸다.

문화를 실어나르는 길, 앞으로 더 많은 경제문화가 그 길따라 오리라. 하지만 그 길따라 가는것은 무엇일까?

어스름 초저녁이면 길가 공터에 마을사람들이 줄레줄레 모여든다. 한낮의 더위도 가셔져 한담하기도 좋다. 공사중인 길에 대하여 중구난방 떠들다가도 목소리를 낮춰 한창 돌아오는 “한국갔다 온 사람”들에 대해서 수군거린다. 불법체류단속에 걸려 돌아오는 사람들, 한국행이 어렵고 비좁은 길이라지만 한집건너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 어려운 길로 많이도 나갔었다.

“수길이도 왔습니다.”

“글쎄 왔다더구만.”

“4년 가서 벌었으니 돈도 꽤나 벌었겠습니다.”

“헌데 요즘 각시와 날마다 다툼이라오.”

“왜요? 돈도 벌었지 아이도 공부 잘하지 오랜만에 만난 부부 깨알이 쏟아지겠는데.”

“각시가 남편 없을때 사귀던 남자와 아직도 관계를 못 끊는다는구만. 남편이 온 다음에도 함께 있는걸 몇번이나 본 사람이 있다오.”

“돈을 벌어오니 가정이 흔들리는군요.”

“지금 그런 세월이라네.”

그 말을 들으며 언젠가 보았던 한구절이 떠오른다.

“돈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뒤문으로 도망간다.”

정말 그렇게 되는걸까. 우거졌던 수양버들숲같은 사랑과 랑만은 어느새 사라지고 뿌리채 뽑히는 수양버들밑둥처럼 우리의 삶의 진실도 뿌리채 흔들리고있잖는가.

남들이 돈 벌고 돌아오는 때 남편은 그제야 한국수속에 달라붙었다. 려권도 만들어왔다. 그 갈색의 려권을 보니 남편이 당장이라도 비행기 타고 멀리 날아가는듯해서 마음이 알알이 젖어든다. 손잡고 걷던 그 길이 나한테 머나먼 기다림의 길이 될듯해서.

수양버들이 없는 휑한 그 길로 손잡이뜨락또르를 몰고 오는 남편의 변함없는 고동색 얼굴, 순진한 사랑이 우리한테 영원할것을 믿어본다. 그 어디에 있더라도.

록음으로 무성하기도 하고 락엽으로 그윽하기도 하던 그 길. 지금은 넓고 평탄해진 그 길, 새 길을 환호하는 사람들, 누구도 수양버들을 묻지 않는다.

이제 겨울이 오면 한점 거침없이 불어오는 서북풍을, 이마를 째는 그 추운 바람을 어찌 나 혼자 맞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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