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비여있던 앞집에 새 주인이 이사왔다.그것도 시골에서 보기 드문 30대 젊은 부부가.80고령의 할머니까지 모시고 있어서 다시 보게 된다.거기다가 6살 우리 아들과 동갑내기 영이라는 예쁜 딸애까지 있어서 뒤집에 사는 내가 은근히 기뻤다.제 또래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우리 아들애가 이젠 친구가 생겼다.

떠나가는 사람들의 뒤모습만 보이던 마을이 며칠사이 흥성흥성 해졌다.자리 궂히고 살 사람들처럼 넓은마당 주변 울타리를 꼼꼼히 손질하고 앞집 딸애와 우리 아들애가 앞집 뒤뜰에서 소리소리 지르면 뛰여다니다가 우리 집 웃방에 놀이감을 한가득 늘여 놓고 들락날락하여 오랜만에 사는 기분이 난다.

그런 앞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노란 바탕에 흰 얼룩무늬가 간 허리 늘씬한 고양이.밤중에도 야옹야옹 울어대는 소리를 가담가담 들을수 있고 낮에도 뜰에 나설때면 짚가리쪽에 숨어드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여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가 생겨 즐거워 하는 아들애를 보면서도 기쁘고 초저녁에 뜰에 나서면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듯 어두컴컴하던 앞집 뒤창문이 귤빛으로 노랗게 빛나고 있어 썰물 빠지듯 점점 사람들이 새여나가는 마을의 모습에 허전한 나의 마음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들애는 앞집 고양이가 무척 부러운 모양이다.

“엄마,우리도 고양이를 사오면 좋겠어요.”

“응,그래.파는곳이 있으면 사줄게.”

나는 언제나처럼 건성으로 대답한다.기실 고양이를 키운다는것은 나에게 있어서 절대로 될수없는 일이였다.

나는 고양이를 싫어한다.싫어하는 정도뿐이 아니다.어딘가 소름 끼치고 두렵기까지 하다.린불처럼 싸늘하게 빛나는 그 눈을 보아도 오소소 뼈속까지 한기가 느껴지고 쥐를 냠냠 먹었을 주둥이를 음식그릇마다 대여볼걸 생각하면 진저리가 쳐진다.또 그 그렁그렁하는 가래끓는 소리와 밤에는 이불까지 기여드는 행동까지,어떻게 내가 고양이를 키울수 있는가.

그래서 나는아들애에게 거짓말한다.아들애의 간절한 소망에 물 끼얹을수 없어서.

“그래,고양이를 사줄게.”

그럭저럭 계절은 겨울에 접어 들었고 앞집 영이 엄마가 로씨야로 간다는 소문이 돌더니 거짓말처럼 얼마 안되여 훌쩍 떠나갔다.

집에는 80고령의 할머니와 6살 영이와 그리고 영이아빠가 남았다.

어느날,아들애가 말했다.

“엄마,영이네가 시내로 이사간답니다.”

그리고 흥이 나서 내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했다.

“영이가 이사갈떄 고양이를 나에게 주겠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그럼 어찌 되는가? 나는 절대 고양이를 키울수 없다.시시각각 신경을 돋우며 들락거리는 고양이를 마음편히 키울 자신이 나에겐 없다.수시로 이불속에 기여들수 있는 고양이를 집안에 두고 어둠속에 잠을 잘수 있다는것을 상상할수도 없다.

앞집에서도 이사간다고 짐정리를 하고 있었고 나는 아들애가 유치원에 간 다음 앞집 영이아빠한테 조용히 말했다.나는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으니 영이가 주겠다 하더라도 말려 달라고.

휴일날,우리가 외출한 사이 영이네는 훌쩍 이사을 가버렸고 그후부터 우린 야옹야옹 애처로운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영이네가 고양이를 데리고 가려 했는데 집에서 나간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그대로 가버렸다는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들려오는 고양이의 극성스러운 울음소리에 배가 고파 그러나 하고 어딘가 측은한 마음에 먹다 남은 생선붙이를 내여다 줬더니 슬며시 다가오는 얼룩고양이,뜰에서 홀로 모래를 놀이감차에 싣고 부리며를 하던 아들애가 친구를 만난듯 반색하며

“야옹아,야옹아,”

하며 쪼르르 다가가 안으려 하는데 고양이는 불에나 덴듯 홱 돌아 번개같이 줄행랑을 놓았다.아들애도 깜짝 놀라 내여든 손도 내리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는다.

그때부터 앞집 고양이는 사람을 피하는듯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때때로 들려오는 울음소리만 고양이의 존재를 알려줄뿐. 영이가 가버려 친구가 없어진 아들애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엄마,영이네 고양입니다.”

하고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점점 뜸해져 가고 어디가서 배를 곯는건 아닌지.혹시…혹시 죽은거나 아닌지,하는 생각에 어딘가 쓸쓸함이 몰려왔다.내가 키우진 못해도 그래도 귀여워해주는 누군가의 집에서 잘 살기를 바랐는데.

마을길 걷다가도 먼 울바자 귀퉁이에 언뜻 비치는 고양이의 그림자만 보여도 앞집 고양이가 아닌가 목을 기웃하게 된다.몇번인가 노란 얼룩고양이를 본듯하여 앞집 고양이가 아닌가 자꾸 눈길이 간다.

이제 다시 비여진 앞집,초저녁에 뜰에 나서도 귤빛 불빛대신 시커먼 그림자를 하고 있는 앞집을 보며 가슴시린 바람 한자락을 느낀다.

봄이 되여 주인 없는 앞집 뒤뜨락에 앵두꽃,살구꽃이 하얗고 분홍 불길처럼 화사하게 타오르고 있는데 그 꽃나무 아래에서 살금살금 기여가는 고양이의 자취가 들리는듯 하여 나는 다시금 울바자사이를 기웃거리게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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