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군가의 흥얼거림이 된 노래, 노래로 공허함을 채웠다. 가사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몰입했던 그때. 노래는 나의 계절이었다.

#봄을 아픔이라 생각했었다

mp3가 보편화 되기 시작했을 즈음, 방학이면 누워서 같은 노래를 반복재생하는 단순한 ‘감정 노동’을 반복했다. TV에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을 시간 맞춰 챙겨보고, 자연스레 내게도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가수가 생겨났다. 지금은 자주 이용하지 않는 QQ 배경음악도 기분에 따라 바꿔보고, 내 인생 대표곡을 사뭇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었다.

가장 노래에 심취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래도 울적함이 묻어난다. 밤잠을 설치게 한 사람과 관계들. 그 속에 파묻혀 오늘 내가 올려다본 그만큼의 하늘이 전부라 생각했다. 내딛는 발자국마다 서툴렀고 힘겨웠다.

그런 나의 중2병(?) 감성을 조금이나마 알아준 가사들을 곱씹었다. 노래는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됐다. 나는 누군가의 노랫말을 들어주고, 그 노랫말은 다시 내 이야기를 읊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뜨겁고 아리게 행복했던 여름, 가을

여름은 한없이 뜨겁지만, 그 틈에 좋은 기운이 흘러넘친다. 이젠 다시 없을 여름방학 때문일까. 꼭 무더운 여름날 오르는 산, 펼쳐진 바다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가장 뜨겁고 반짝이는 추억들을 모아 여름에 담았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멜로디를 좋아한다. 쉽게 마음을 파고드는 가사가, 꾸밈없는 노랫말이 깊숙이 박혀있다. 굳이 채워 넣고 덧칠하지 않아도 꾸밈없는 그 자체로 빛나는 기억만큼 소중한 건 없다.

충분히 복잡한 인생을 한 구절의 가사로 함축시켜본다. 누군가의 취미, 친구, 이벤트가 된 노래. 우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퍼포먼스다. 빛나는 우리의 순간들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깔아본다.

#행복을 손에 쥐여준 겨울

겨울은 아늑하고 포근한 행복을 손에 쥐여준다. 따뜻한 붕어빵, 고구마 등 간식거리와 이따금 내리는 눈송이가 쌓여가는 계절이다.

노래와 음절에는 형태가 없는데 왜 꼭 손에 잡힐 듯 선명할까. 사랑에 빠진 마음을 알아주듯 심장박동을 같이 해주고, 울적한 날에 느린 위로를 건넸었다. 산타는 캐럴과 함께 나타나고, 계절을 돌아온 내 생일에 노래방을 가는 게 낙이기도 했다.

멜로디를 입으면 매 순간이 빛을 입는다. 겨울에 내리는 눈이 꼭 어여쁜 색을 머금은 것만 같다. 나는 단순하게도 그 하얀색이 좋고, 형태없는 노래가 좋고, 꾸밈없는 가삿말이 참 좋다.

#사계 끝

봄의 향기가 불어와 꽃을 피우고 지운다. 계절에도 끝이 있다면 멋지게 이별하는 법을 배워내야겠지. 세월을 담은 노래가 내게 이별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모진 세월을 지나 비로소 과거의 찬란함을 알게 될 때, 나는 아쉬움 없이 웃으며 작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 계절 끝, 다시 돌고 돌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된다. 몇 번을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계절의 순환이, 이 끝없는 반복됨이 있어서 매일을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썸네일 By 몽지언니: https://grafolio.naver.com/works/1580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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