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자, 국경절이라 길이 막히겠다."

"낭군님, 진정하시죠, 여기는 북경이 아니에요… 국경절이라도 길이 안막혀요…"

캐나다 국경절 7월1일 아침, 남편과의 대화이다.

캐나다에 온지 8개월밖에 안되는 남편은 아직도 가끔 여기 상황에 그다지 익숙치 않은 발언을 한다.

예를 들어…

"캠핑 두번째날에는 우리 나가서 사먹자, 음식 준비해가지 말고."

"사먹자고? 어디서? 뭘? 언제?"

"Campground근처에 农家乐 같은게 없니? 그런데서 해결하면 되지…"

"중국에서 살던 편리한 삶을 잊으시라오, 여기는 없어요农家乐,자칫 잘못하다간 마트도 없는 Campsite일수도 있구요,  레스토랑도 있을지 몰겠지만 몇시에 영업하는지,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을지 전혀 미스테리이니 밖에서 끼니를 해결할수 있을거라는 환상은 일찍 버리시는게 바람직합니다."

2박3일의 캠핑, 짐은 거의 이사짐 수준이다.

SUV를 중국에 있을때는 큰차로 착각 했었는데, 캐나다에서 살다보니 너무 작아서 진짜 한번 어디로 떠날때마다 물건이 넘쳐 골치 아프다.

나의 꿈 트럭은 언제 이루어 질려나. 트럭만 있으면 그냥 매주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3일동안 여섯끼를 밖에서 먹어야 한다.

여름이라, Cooler에 얼음을 반박스 채워넣고 여섯끼 뭘 해먹을지 미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그 계획대로 해먹어야 펑크가 안난다. 음식을 잘못해서 엎지르거나, 태우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그 끼니는 굶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옆집에서 뭘 해먹는지 보지도 말고, 먹고 싶어 하지도 말아야 한다. 어차피 갖고 간것만 먹을수 있는 상황이니.

하나하나 체크를 끝내고 드디어 작은 SUV를 꽈악 채워 넣고, 심지어 차 위에까지 싣고 출발. 남편이 걱정하시던 차 막힘은 당연히 없었고, 사춘기 아드님이 좋아하는 현시대(?) 노래를 들으면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텐트 설치하고, Airbed 세팅 마치고, 맛있는 저녁도 해먹고, 캠핑에 없어서는 안될 Campfire 도 피워놓고, 멍때리기 시작.  캠핑의 하이 라이트는 Campfire 옆에 담요를 쓰고 의자에 앉아서 마시는 맥주의 꿀맛이 아니겠는가.

이틀밤을 지낼 우리의 집.

네식구가 8인용 텐트을 사용하니 Airbed King사이즈도 들어갈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여서 좋은것 같다.

밖에서 구워먹는 새우는 참 별맛이다.

씻어서 내장 제거해서 갖고 가면 그냥 기름에 굽기만 하면 끝.

버터에 구우면 더 맛있는데, 버터는 쉽게 녹아버려서 갖고 다니지 못한다는.

이튿날, Campsite 근처에 있는 Hiking Trail에 갔다. 길옆에  있는 꽃들이 너무 이뻐서 꺾으니, 한국어를 몇마디 할줄 모르는 아들이 " 妈妈,你这个举动,영 깜찍하다. "  이 단어는 정확히 사용할줄 아는구나.  페트병에 꽂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 So fancy! " 하면서 즐거워 한다. 

다람쥐가 자주 방문한다.

놀러온 다람쥐 한테 초코파이 선물.

자기전, 해바라기씨를 놓았더니,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 까서 껍질만 남음.

저녁때가 되니 사슴들이 무리지어 온다.

미안하지만 줄만한것이 없구나.

채소는 우리 먹을것만 사와서 아까워서 못 주겠고, 간식은 너희들이 안먹을것 같고.

다른 집에 가서 찾아 먹으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핑크빛 노을을 보고 

넷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목적없이 걷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또 밥 먹을 시간이 오고…

인터넷이 안된다고 투덜투덜하는 두놈.

아예 신호 자체가 없는곳.

Office에 가서 문의를 했다. 혹시 wifi는 아니더라도 핸드폰 신호가 있는곳은 어딜까요?

산 정상 쪽으로 운전해서 나가야 한단다.

(착한)엄마는 이 기쁜 소식을 애들한테 전하고, 운전해서 산마루 쪽으로 인터넷 찾으로 고고.

아빠가 갑자기 신호 터졋어 한다. 다들 급히 핸폰 꺼내서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있는듯이.

신호가 잘 터지는 쪽에서 길옆에 차를 세워놓고 각자 할일들을 하심.

드디어 아드님의 얼굴에 미소가 띄고 이젠 댔다고 돌아가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하루에 한두번 인터넷 연결이 되게 만들어 주니 감지덕지 해 하시는 아드님.

같이 캠핑에 와준것만으로도 감사하구나.

그 다음날, 커다란 스쿨 버스가 Campground에 도착, 어린 애들이 Schoolbus, Schoolbus 하면서 뛰어다닌다. 뒤에 아주 멋진 오토바이까지 척 싣고.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delivery 해주는 차량인가하고 생각했는데, 스쿨 버스를 Campsite에 Setup하는걸 보고, 궁금증을 못참는 엄마는, 애들이 극구 말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찾아가서 인사를 했다.

스쿨버스가 맞고, 캐나다 스쿨 버스는 10년에 한번씩 처리하니, 그걸 사서 전부 개조하여 RV (Recreational Vehicle) 로 만드셨다는 Missionary 노부부.

돈이 많이 들어서 겨울에는 일해서 돈을 모으고 여름에는 운전하여 이곳저곳 교회를 방문하신다는… 스쿨버스 안에 들어가서 참관도 했다. 침대, 화장실, 주방은 물론하고 샤워실까지 있다. 에어컨에 냉장고까지 있음.

기름값이 지금 장난 아닐텐데 스쿨버스 한번 움직여서 어디로 갈려면 비용이 얼마나 나오는가 하니 아주 간단한 계산방법. 1km에 1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신다. 허걱. 200킬로만 달려도 200불이네… 그분들의 얘기에 따르면 기름값이 비싸긴 하지만 호텔에 묵지 않고, 밖에서 사먹지 않고, 스쿨버스 안에서 밥 해먹고, 샤워하고, 자고 모든것이 해결이 되니 가격이 비슷하다고 하신다.

스쿨버스가 Campground에 도착한 이튿날,  부릉부릉 소리와 함께 60세도 훨씬 넘으신 두분,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썬글라스에 가죽잠바까지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신다.

참 멋진 인생인것 같다. 아주 소박한 옷차림에 자유의 영혼.  명품 하나 걸치지 않으셨지만 인생자체가 럭셔리 한것 같다.

Campfire를 각별히 좋아하는 남편,

하루종일이라도 불을 피우면서 놀수 있다고 하신다.

밤에는 그렇다 치고, 낮에도 자꾸 불을 지피겠다고…

Firewood가 한주머니에 12불이라고, 그러니 나무 막대기 하나에 1불.  아껴써야 한다고 겨우겨우 달래놓고 Beach에 나갔다 왔더니, 자기가 이것저것 종이 같은걸 태우면서 놀고 있는데, 맞은편에 사시는 분이 휘발유통을 들고 오더라고, 혹시 불이 안지펴져서 그러나 싶어서 도와주겠다고.

"감사하지만 Campfire 불 지피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심심해서 그냥 불놀이 하고 있다"고 얘기 했단다… 그러니 웃으면서 돌아가서 커피 한잔 따라다 주시더라는.

참 인심이 후한 동네인것 같다. 

2박 3일 후다다닥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아침 해먹고 이틀동안의 보금자리를 철수하고 집으로 갈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차가 배터리가 다 나갔다.  어떡하지… 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장비도 없는 상태.

옆 텐트에 애기 엄마하고 차가 배터리 나가서 시동이 안걸린다고 하니 남편이 mechanic 이라면서 남편을 불러 오겠다고 한다. 그분이 오셔서 상태를 체크하고 자신의 트럭을 몰고 오더니 charging을 해주셔서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우리보다 옆에 분들이 더욱 기뻐하시는듯.

Campground를 빠져 나오면서 창문을  내리고 3일동안 잠깐 만난 사람들과 goodbye를 하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좌회전 길이 따로 있어서 들어섰고, 나의 차가 첫차량.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신호등이 바뀌지 않는다.

무작정 기다리는데 뒤에서 백발인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리시더니 나한테로 오셔서 창문을 두드리신다.  조금 앞으로 세워줘야 신호등이  active 한다고. 내가 차를 신호등과 좀 멀리 세웠던 탓인걸 그제서야 알았다. 경적 한번 누르지 않고, 일부러 차에서 내려서 설명해주시는 할아버지. 나땜에 뒤에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짜증한번 부리지 않고 빵!빵! 한번 누르지 않고.. 마음이 따뜻해 난다. 

10살이 지나서부터 아이들은 급격히 성장한다.

아들이 대학을 가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시간이 제발 천천히 흘러줬으면 좋겠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데, 그 품안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날줄은 몰랐다…

언제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캠핑을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일단 거부를 않하고 따라주니, 爱折腾 하는 엄마는 보름에 한번씩 캠핑을 여기저기 예약해 놓았다.

어느덧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캠핑, 

그  즐거움은,
가기전 뭘 해 먹을까 고민하는 즐거움, 

음식을 준비하는 즐거움,
차 뒷자석에 Sleeping bag 과 각종 물건들로 휩싸인 사이에 아이들이 끼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
가는길에 하늘에 떠있는 이쁜 구름을 보면서, 커가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는 즐거움, (집에서는 딱히 좁은 공간에서 마주칠 일이 없는 사춘기 아이들과 차안에서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속 대화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밖에서 마음껏 연기를 피우면서 고기를 구워 먹는 즐거움,
가끔 차가 고장이 나고, Campsite에 정전이 되는 등, 매번 캠핑때마다 예기치 못했던 당황한 일들을 당하는 즐거움,
늦은 밤까지 해변가에 서서 붉은 저녁노을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연한 핑크빛으로 변해가는것을  바라보는 즐거움…

그래서 캠핑은 항상 옳다…
그리고 장비는 점점 늘어만 간다…
온집 네식구가  72시간 찰떡같이 붙어 있는 느낌이 좋고, 다음번에는 또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제 짐을 부리고 다음번 캠핑을 준비해 보자…

3일동안 먹을 메뉴부터 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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