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밥 먹었니?
Y: 밥 뭇나? 킄
A: 밥 묵다. 똥두 쌌다.
Y: 잘했구나. 요즘은 SNS로 별의 별걸 다 공유하던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점점 집순이가 되어가고 있음.
A: 하긴 그래. SNS가 아주 매끄럽게 일상에 개입하고 있지. 편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다만 그로인해 점점 사회성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너는 어떤 공유들을 말하는 거야?
Y: 내가 주로 본 것 중에 사람을 부류로 나눠서 ‘요즘 MZ세대들의 특징’, ‘직장에서 겪는 꼰대짓’, ‘진상 손님 대처법’, ‘운전할 때 비매너’ 등등 개인이 겪은 일들을 공론화시키는 영상이 인상 깊었어. 또는 아주 사소하지만 삶에 필요한 꿀팁이나 해괴망측한 기행이나 별의별 내용이 다 있어서 온라인 세상이 현실에 비해 더 커진 느낌이야.
A: 나도 SNS하다가 많이 봤어! 재밌는 것도 많았어. 특히 너가 말한 저런 주제들을 재연하는 동영상들을 보며 많이 웃었어. ㅎㅎ 내용이나 질에서 억지도 물론 있었고, 유용한 것도 많았어. 나는 ‘1분 뚝딱이’ 요리 쇼츠를 즐겨 보는데, 쉽고 빠른 요리 레시피를 공유해줘서 몇번은 직접 시도하기도 했어. 공유가 연대감을 증진시키는 데에는 한몫 톡톡히 하는 것 같아. 그런데, 온라인 세상만 들여다 보면 정말 네 말처럼 현실을 자각하기 힘들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
Y: 맞아! 연대감이 커져서인가 이 커다란 지구촌에서 나는 아주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느낌도 들고, 내 삶의 본질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 콘텐츠를 접할 때도 그 내용보다 누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가 더 궁금해져. 자신만의 무언가를 다듬고 만들 생각은 내려놓고 무작정 이끌려 다니는 느낌이랄까.
A: 오오! 세상을 알아 갈수록 나의 존재가 너무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지. 자신만의 무언가를 다듬는 노력을 하면 내가 단단해져서 덜 휘둘리면서 살 것 같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목표를 정해야 좋을지, 노력의 대상을 뭐로 하면 좋을지, 그 다짐의 시간을 너무 길게 가지다 보니 다음 단계로 진전은 없고 미뤄지기만 하고 있어. (흠.. 의식의 흐름이란! SNS에서 공유로, 댓글에서 연대감, 이젠 다짐까지 비약을 해버리네. 하하)
Y: 다짐을 다지다보니 그 색이 바래서 뭘 다짐했는지도 잊어버리려 해. 초심을 잃지 않고 자기 길을 걸어가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깨닫고 있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 ㅎㅎㅎ)
A: ㅎㅎㅎㅎ 멋진 말이네! 요새 작심삼일의 뜻이 긍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거 알고있어? 예전에는 작심삼일이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면, 요즘은 매일 다짐하고, 매일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과 몸을 다듬는 사람들에게 쓰인다는 군?!
Y: 오~ 신박한걸!
A: (실은 내멋대로 의미를 바꾼거야. 하하)
Y: 단 3일간이더라도 어찌되었던 견지하긴 한거라는 말은 들어봤어. 그렇게 짧은 3일이 모이다 보면 뭐가 달라져도 달라져 있지 않을까? 개미 눈꼽 만이라도…
A: 바로 그거야!! 단박에 알아봐주네! ㅎㅎ
Y: 정작 나는 똑같은 매일을 반복하고 있어서 작심삼일도 대단해보여. ‘더 글로리’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서 자기 인생을 걸었는데 내 이 박약한 의지로 무언갈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까 싶어. 너무 정석대로 인생을 살아오려고 한 것 같아.
A: 오호! 문동은 독했지. 철저하고. 복수는 아니더라도 언젠간 인생을 걸고 싶은 날이 올지도? ㅎㅎ 클래식한 인생이 어때서. ㅋㅋ 너가 주인공인 인생이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봐온 넌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하고 독한(?) 사람이야. 겸손해서 그런거지.
Y: 워~워~! 너무 과분한 말을 들으니 손과 몸이 쪼글쪼글해지는 것 같아. 항상 내 옆에는 더 든든하고 어른스러운 네가 있었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같은 사람, 나는 그 옆 팔랑이는 잎사귀.
A: 하하하하. 잎사귀 하지마. 떨어지면 안돼!
Y: 걱정 마. 다음해에 또 돋을거야 ㅎㅎ.
A: ㅎㅎㅎㅎ (초롱초롱한 눈빛 발사!)
Y: ㅡ
(하트 눈빛 발사!)
A: v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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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글방 위쳇계정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많이많이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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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이 죽일 놈의 SNS 알고리즘! 디지털 디톡스 합시다! (그 대신 우리나무를 많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