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김영수
별들이 푸른
청명날 밤
옷매무시 다듬고 십자로에 나가
공손한 몸으로 서서 조상들을 맞이한다
살아온 삶을 낱낱이 술회하고
그들을 설레이게 하는 날
서로가 그리운 날 모아두었다가
마음 밝아져 울컥하는 청명이면
밤을 부여잡고 세상과 저승
귀담아 듣지 못한 말에
가슴이 별빛처럼 부서지며 눈물 흘리고 싶다
살아온 삶의 괴로움만큼
사랑이 한 곬으로 깊어 허약한 날은 많았다
꽃처럼 대지를 열어두고 찰나의 흐름에 예리하지 못해
사람이란 이름으로 늘 뒤척이던 세월을
그날을 되돌아보며 나는 왜소했다
잘 익은 술 한잔 조상님께 정중히 올리시며
수많은 아버지들에게서 사랑의 법 물려받기 위해
내가 아닌 그들 삶의 길로 다가 가기로
이 밤에 홀로 선 호흡소리는 청명했다
부디, 수많은 시공을 거슬러
나를 찾아 심어 놓은 유전의 꽃씨들이
별처럼,꽃처럼 얽히고 설키며
내 안의 대지에서 피여나시기를
<시선> 2020-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