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피아노


머리위에 비가 내려서 우산을 썼는데
발이 다 젖었더라고 비가 아니였나봐
우울이 내려서 발이 잠겨
우울이 손잡고 발을 잠궈
이내 빗소리 사이에 끼여드는 새로운 음표
다행이도 세상은 눈치를 못 채
비속에선 흐느낌도 음표가 되니까
흠집 많은 악보는 코드를 어긋내
그럼에도 악기는 서사를 연주해
둘 중 하나라도 그쳐야
다음장으로 펼쳐 넘어가겠는데

오래 걸리네
굳이 무거운 핑계를 대자면
우산보다 발이, 발보다는 악보가

물 먹은 피아노/지현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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