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비  
           
          흰구름 

남산 비탈에서 비바람 맞으며
자란 싱싱한 자작나무
산 아랫마을 어느 초가집의
어엿한 마당비가 되였다

새벽부터 마당을 열심히 쓸었다
돌멩이 모래 먼지까지 말끔히 쓸었다
겨울이면 눈도 쓸었다
소 잔등도 쓸고 닭똥 개똥
가리는 것 없이 쓸었다

심지어 개싸움 말리는 데도 한몫하고
마당에 나온 쥐새끼도 때려잡았다
가리는 것 없이 힘들게 일하면서
살갗이 베이기도 하고
뼈마디가 끊기기도 했다

할 일 없을 땐 굴뚝 옆 처마 아래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하고
피곤할 땐 누워 있기도 했다
못 말리는 세월 탓으로
몸이 여기 저기 망가졌다

닳고 닳아 뼈마디 부러지며
몽당빗자루 되였다
더는 일할 수 없게 된 몽당빗자루
조용히 아궁이에 들어가
흰 연기 피어올리더니
자작나무 손짓하는 남산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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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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