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하기전에 이미 쉬고 싶어진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하게 되는 것이 없다.
해야할 일이 태산 같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한마디로 의욕이 없다.
원래 삶이 이런 것인가? 아니면 이제야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들어선 것인가?
가시는 열정에 심폐소생술을 줄곧 해왔지만 나의 열정은 오로지 죽어가는 열정을 살리는 의욕에만 남아 있다.
열정은 이미 죽었다. 오래전에!
니체가 신의 죽음을 소란스럽게 알렸을 때에도 무척이나 절망스러웠을까?
아니면 인간의 영원 회귀를 인지하면서 약간의 희망을 보았던 것일까?
나는 두렵다.
세차게 다가올 세속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미 죽은 열정이 기정사실로 자리매김 될까봐.
더이상 당찬 자신을 보유할 수 없게 될까봐.
영원히 투쟁하거나 침몰 될까봐.
그런데 나는 그 어떤 결정을 내릴 의욕도 없다.
마치 세속과 혼인을 맺어야할 비운의 신부처럼 말이다.
이미 쉬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