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아무 이미지

나는 참으로 슬프다 

이렇게 자주 슬픈 나는 분명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단단하다 

그 어떤 역경도 이제 나를 부숴놓지 못할 것이다

나는 너무 민감하다 

너무 민감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 

너무 민감한 감수성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에 이미 너무 많이 부서져 있었다

우리는 그 부서진 유리 파편들로 다시 뭉쳐진 덩어리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불투명하다 

그렇게 서로의 부서짐을 알아보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를 갖게되면 다른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때론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어왔던 것과는 별개의 것일 수도 있다

그 갖고 싶은 것과 사랑하는 것이 동일한 대상 일지라도

그러하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 

따라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현재 일 뿐이다 

과거는 지워진다 미래와 함께 

그 덕에 나는 더 풍요롭고 밝고 유쾌하다

왜냐하면 나에게 주어진 기억은 현재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수없는 상심의 유리 조각들을 품을 수 있겠는가 

민감한 사람은 망각 속에 피신처를 두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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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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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개의 것일수도 있다. 갖고 싶은 것과 사랑하는 것이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구절에 공감. 인간은 자기에게 뭐가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갖고 싶어하는 욕망의 덩어리니까요.

  2. 첫구절부터 마음이 뭉클하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나도 풍요롭고 밝고 유쾌한 사람인데
    너무 자주 슬프다.
    그래서 공감이 갔나보다.
    갖고 싶은것과 사랑하는 것이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결국 가져보면 내가 그토록 사랑한 건 아니였구나 싶을때가 많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더 많은것을 갖고 싶어한다는 말이 맞다.
    민감한 감수성을 대놓고 티 내기엔
    차분하고 덤덤하고 침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눈을 감고 몽상이나 망각의 힘을 자주 이용한다.
    거기엔 평행세계 같은 다른 나만의 세상이 있다.
    그 세상에선 맘껏 슬퍼하고 미친듯이 좋아해도 챙피하지 않다.
    상심의 유리조각들은 거기서 다이아몬드로 빛난다.
    자주 슬퍼서 오히려 좋다.
    삶의 현장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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