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손을 키보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종일 딜리트 키와 스페이스 바 사이 그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다.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새하얀 백지를 까만 글자로 채우기가 이리도 어려웠던 걸까?
.hwp는 질려버려서 .scriv로 바꾸기까지 했다.
머물러서 고여있는 느낌이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은 언젠가 말라 없어진다.
마르기 전에, 감각마저 새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기 전에
빨리 도망가자.
정처 없이 바다를 표류하는 느낌이다.
안전하게 표류를 마치자.
표류의 끝은 행복일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