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일정 때문에 동경에 가게 되었는데 저녁은 만찬 일정이 다 잡혀 있어 그 다음날 점심 시간만 비게 되었다. 평일이라 누구를 부르기엔 애매하다. 그래서 혼밥 하기로 결정. 내가 오매불망 그립고 그립던, 만날 외우던 연변쵈을 먹기로. (참고로 내가 사는 데는 작은 곳이라 연변음식점, 조선족가게가 없음.) 아마 코리안타운 신오오쿠보(新大久保)에 가면 꼭 연변 양로쵈 맛집이 있을 것.
다만 내가 아는 가게는 없다. 그래서 일단 포털에 검색해 봤는데, 웬걸, 생각보다 정보가 없다. 이럴수가. 그쎄 이게 말이 됨까?!!!
구글 선생이나 야후 아즈바이한테 물어도 '도쿄 연변쵈'은 아무 검색결과도 보여주지 않는다. '동경 연변쵈'도 마찬가지. 백도 냥냥은 기대할 수조차 없고. 다시 '도쿄 양꼬치'로 검색하니 일부 가게나 맛집후기가 뜨긴 하는데, 한국 관광객들이 작성한 것. 한글 글쓰기 콘텐츠 생태계가 이리도 척박해서야 어디 쓰나. 그래서 나라도 하나 적어 보기로 한 것.
다만 나는 도쿄살이는 안 해봐서 어느 집이 진짜로 맛있는 지는 미지수. 이럴 때는 만능의 펑유쵈이 빠르지. 도쿄에서 맛있는 쵈집 추천 바란다고 올렸더니, 댓글들이 달린다. 대략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음.
1. 천리향 우에노 점(千里香 上野店)
나도 가게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곳. 원래 맛있다고 소문이 있음. 후에 맛이 좀 못해졌으나 최근은 주방장이 바뀌었는 지 다시 맛있어졌다고 함. 조미료 향이 좀 강한 편이고 연변요리랑 연변냉면 있다고 함.
2. 양탄장 우에노 점(羊炭長 上野店)
처음 들어 보지만 괜찮아 보임. 여기도 연변요리랑 연변냉면 있음. 사진에는 찹쌀순대도.
3. 다른양 우에노 점(羊不同 上野店)
역시 처음 들어봄. 小串이 맛있다고 함. 요리보다는 깔끔하게 쵈만 즐기려면 여기가 좋다는 사람이 있어서 여기가 끌림. 아, 그리고 투도온면이 있다고 함, 투도 사람으로서 이건 못 참지. 여기로 결정!!!
나는 위의 셋 중에 아무데도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순전히 감으로만 결정. 세 집 모두 맛있을 건 같음. 홍보글 아임다에, 오해하지 마쇼~ 기양 내 먹기 싶아서. 실제 가보까나 머 홍보해 줄것두 없이 장사 너무 잘됨다.
세 쵈집 모두 우에노(上野) 역에서 가까움. 연변쵈 집들이 신오오쿠보 쪽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내가 픽한 가게 '다른양(羊不同)'은 우에노 전철역 A4번 출구로 나오면 엄청 가깝다.
다만 나는 묵고 있는 호텔이 가게까지 걸어서 1킬로 정도의 거리라 전철은 타지 않고 오에노 공원을 산책으로 꿰질러서 갔다. 저녁 시간대는 예약 안 하면 오래 기다려야 된다고 하지만 점심 시간대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여유롭게 공원 광장에서 솔솔 바람 좀 쐬다가 11시 30분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 내 앞에 한 팀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두 번째 손님으로 입장.
가게는 길 옆의 2층에 위치하여 있었고, 1층은 로손 편의점이라 찾기가 쉽다. '다른양'과 '羊不同'이란 가게 이름 세트는 나름 센스가 있는 네이밍. 조선족이 지은 것임이 틀림없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 가면 바로 정면에 카운터.
인테리어도 나름 밝고 산뜻하다.
면적도 꽤 된다. 테이블이 적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익숙한 쵈 굽는 기계. 연변에서 제일 먼저 특허도 나왔다 했던가, 그렇게 들어 알고 있다.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시스템. 태블릿은 브랜드는 화웨이. 언어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선택 가능하다.
양고기 메뉴. 일단 小串(다섯꼬재, 아니 5개)을 주문. 역시 일본에서 쵈 먹자고 하니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혼자서 왔으니 양 조절도 쉽지 않고. 가게 이름을 건 특제 쵈이라고 하니 '羊不同特制羊肉串' 하나 주문해서 먹어 보기로 하자.
다음은 소고기 메뉴. 요즘은 연변에서도 소고기 쵈도 많이 소비된다지? 옛날에는 소고기 쵈은 훈춘에서만 디폴트 값이었는데. 일단 음… 연변특색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 오네. 황소를 '빨강소(赤い牛)'라 그런건가? 아무튼 요것도 하나.
이번에는 도투괴기, 아니 돼지고기. 나는 고기를 그 정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삼겹살은 쵈로 구워먹는 습관 자체가 없음. 내장은 좋아하니까 돼지심장 하나 주문. 족발은 땡기긴 하는데 혼자 온 오늘은 무리, 아쉬운 대로 패스…
여기서 잠깐 주목!! 이 집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있음. 사진에 2번째 이미지, 왕징 작은 콩파치(콩팥, 望京小腰)!! 이건 북경에 살아 보지 않았으면, 왕징 가서 쵈을 먹어 보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메뉴지. 이집 로반이 북경에 살았던게 분명함.
넥스트, 닭고기 메뉴. 닭날개 닭똥집 이런거 좀 먹고 싶긴 한데, 주식으로 투도온면도 먹어야 되니까 일단 보류.
사이드 메뉴는 어떨까. 와, 궈보러우!!! 아쉽지만 오늘은 이것도 패스할 수밖에. 말린고추 명태볶음두 있네… 와, 重庆脑花두 있구… 아… 오늘은 모두들 빠이빠이.
이윽고 다다른 주식 메뉴. 냉면 있구만. 온면은 그 옆에. 어라…?? 근데 옥수국수네? 투도온면은 옥수국수 아닌데?? 다대기 그림도 투도온면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온면인데??? 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온면을 먹자. 냉면은 집에서도 령도가 해준게 맛있으니까. 투도온면은 아니지만 옛날 감성이 묻어나는 시장 온면 맛일지도.
와우, 연변에서 쵈집 가면 이 금자탑 볶음밥이 빠질 수 없지. 오늘은 답정너 온면이니까 미안하지만 너를 먹어 주진 못하겠어. 잘가라 까지초판 아니 금자야 가지야. 연변식 소탕도 있는데 역시 눈물을 휘뿌리며 메뉴를 넘기자…
이밖에도 피쥬궈… 진짜 추억 돋네. 오늘은 눈 질끈 감고 너와도 안녕.
자,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음다. 역시 이렇게 삥훙차랑 봉봉쌕쌕이랑 왕자이 뉴나이랑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거는 조선족이 하는 식당 밖에 없지에?
중국 술도 잠깐 보여줄게에. 江小白(강소백)이 선봉장에 나섰고 二锅头(이과두)가 퇴로를 차단하고 있슴다.
말하다 보까나 점점 연변 분위기에 젖어들어서 연변말이 막 타자됨다. 연며들던 바에 어저느 끝까지 연변말루 하겠음다. 목탄이 올라왔음다에. 예, 옛날에는 숯이라구 잘 아이 했지므. 목탄임다. 발가스름한게 홍조가 오른거 같슴다, 빨리 굽어달라구.
왼쪽 우에 작은 접시 두개느 쑈차이 쩡쑹, 즉 서비슴다에. 외국에 오래살다보이 저 화썽두 맛이 영 새삼스럽게 친근함다. 아, 개구 우에 땐차이 할때 한나한나 다 얘기 아이 했는데, 쇠채깨비 한나랑 돼지요즈두 한나 시켔음다. 요즈람 다 알아듣지에, 콩파치. 료두 다 뜯어서 접시에 모셔놨구 즈란두 톡톡 쏟아놨구 빤진료두 두세숟가락. 알지에? 초자이 아니구 빤진료가 표준 연변말임다.
양고기 쑈촬부터 먹어 보기쇼. 작으니까 양념이 잘 배들어가서 더 고소함다. 정마 살살 녹슴다. 연변황소쵈이랑 다른양특색쵈 다 맛있는데, 내 개인적을루느 담에 오므 특색쵈으 시킬꺼 같슴다.
이거뚜 따로 시킨 양요즈. 이거는 肥腰라구 말해야 느낌이 삼다. 내 쪼꼬말때느 연변에서 이거 먹어본 기억이 없슴다. 개까나 양 콩파치 바깥에 기름이 한돌개 덮인거 검질해 뜯어내지 않구 그댈루 굽은겜다. 북경가서 첨 먹어봤댔슴다. 로바이 아무래두 북경에 쫌 있은거 같슴다. 당여이 북경 아이래두 다른데두 이게 있갰지마느. 암튼 입안에 들어가므 화~ 말두 마쇼. 양기름이 고소한게 쫘악 퍼짐다. 어째 이렇게 먹는지 바루 달토이 되지므.
피주 생각이 확 남다. 세계 각지에 피쥬르 다 파는데 낮술이기두 하구 좀 있다 차 타야 대서 게구게구 참았음다.
쵈 한참 굽어먹다가 한두꼬재 남았을 때 요때다 싶어서 온면 올리라 했음다. 옥시국시 보통 생각하는 그런게 아이구, 약간 둑실하고 살짝 납자다만한 고런 옥시국심다. 이렇게 묘사하므 알만하지에? 고기랑 푸짐함다. 김치닦개랑 다대기 양념이 있는데 풀어서 국물 마에보까나, 어땠갰음까? 내 우뇌르 확 돌직굴르 치구 들어오는 이 익숙한 맛은? 아 내기가 들어간 즙이였음다, 그 다대기란게. 이거라구사 거저 막 후루룩후루룩 빨려들어가는 맛이지므. 쵈로 배가 꽤나 찼는데두 깨끗하게 비웠음다.
우에 미처 올리지 못한 쵈 굽는 사진 한장 보충. 옛날에 자동을루 돌아가메 굽는 기계 없을 때 연변남자들 쵈 굽는게 생존용 기본기였음다. 연변에 젤 흔한게 쵈집이구 이사람 저사람하구 만날 먹을라 댕기는데 쵈 못굽으므 새가들인데랑 어떻게 잘 보이겠음까. 연변남자느 쵈이랑 태우므 서바 못가지므.
아, 개구 내 재밌는 옛말 한나 할게에. 글쎄 내 평일 점심 11시 반에 혼쵈 하구 있는데 쫌 지나까나 내 옆에 상에 다른 손님들 왔단 말임다. 모자 지간으로 보입데다. 남자아느 20대 초반? 대학 곰만 들어갔을까 말까한 나인거 같구, 녀성 분으느 50대 초반 정도? 얼굴 인상으느 일본사람으느 아이구 그렇다구 한족두 아인데, 들어와서부터 둘이 계속 일본말마 하더란 말임다에. 일본말 하는게 외쿡인 억양으 못 느끼겠지므. 그래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메 내 앞에 쵈으 계속 뜯구 있었음다.
갠게 또 한참 지난게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녀성 분이 들어오던게 '오~ 내 늦었음다, 오래 기다렸지에' 막 이래는겜다. 백프로 연변사람이지. 그때사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우리두 온지 얼매 아이 댔소. 갠데 〇〇느 어째 아이 왔소? 나느 오놀 우리 너이서 보는가 했는데?' 이래재쿠 머임까. 여기서부터 재밌슴다. 이때부터 세사람이 막 일어까 연변말 섞어가메서 대화르 주구받는데, 아이 정확하게 말하므 두 녀성 분마 막 섞어 말하는데, 맞은편에 남자아느 다 알아는 듣는 같은데 첨부터 끝까지 일본말마 하더란 말임다.
개서 내 알았음다. 아~ 야느 일본에서 나구 자란, 적어두 부모가 일본에 정착해서 대부분 시간 일본에서 자라구 핵교 다닌 경우구나 하구 말임다. 조선족들 이런 사람들 생각보다 적지 않슴다. 한족들두 이런 경우 많슴다. 모르긴 몰라두 이런 2세들이 한족들으느 몇십만은 되잴까? 우리 아느 만약에 계속 일본에서 자라므 이땀에 어떻게 될지.
일본에 살므 자연스레 또 이렇게 되는 같슴다. 중국말이나 조선말루 잘 번역이 아이 되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것두 있구, 일본사회두 다양성이 모자라서 그런것두 있구. 2세들이 조선말, 그것두 연변말으 알아듣는것두 헐치느 않지. 중국에서 어떤 대학에서 선생질하는 사람이 일본 와서 조선족 모임 참가했는데, 자기느 일본말 모르구 좌석에 다들 조선족인데, 자기르 앞에다 두고 양옆에서 일본말 해가지구 빈정이 상했다는 얘기르 들은 적이 있슴다. 그 선새 심정으 리해 못하는거느 아인데 그 선새두 참 한나마 알구 둘으느 모르긴 했음다. 그럴수두 있겠다 이런 생각까지두 해봤으므 좋겠다 싶슴다. 우리두 북경에 살메 조선족들끼리 만나두 직장 얘기랑 하므 저절루 중국말 하게 될 때두 있었잼까? 다 비뜨름한게 아인가 하는 생각이 듬다.
말하다 보이 쫌 포티르 한거 같은데. 다른양, 양뿌퉁 이집 진짜 갠채슴다. 양로쵈 썰썰이르 뗐슴다. 담에 또 오기 싶슴다, 혼자 말구 집사람들이람 같이. 음… 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99점.
쌍하이맨(상해면)에 매운 도라지까지 있었으므 정마 완벽했겠음다. 이것마 들에오므 '혀끝에 연변'이 아이구 추억여행까지 한번에 다 답새길수 있음다. 로바이, 들었지에? ㅎㅎㅎ
궁금한거느 또 못참아가지구 나오메 챈타이에서 복무워이하구 물어봤음다. 중얼루, '니먼 쩔 로우반 쓰 초우섄주마?'. 대답하는게 올탐다. '얜지런'. 연길사람이람다. 복무워이 대답하는거 보까나 이분두 조선족임다. 로바이 북경에서두 좀 살았잰가 물어보까나 잘 모르겠는데 아마 옳을게람다.
다시 한번마 말하기쇼. 로바이, 쌍하이맨 좀 어떻게 해보기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