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진열된 편의점 냉장고 앞으로 발길이 향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무알콜에 손을 뻗는다. 마음이 심란한데 누구에게 털어놓기조차 힘에 부치는 그런 날, 혼자 조용히 삼켜내고 싶은 그런 날엔 무알콜 맥주를 찾는다. 대충 2+1으로 할인 중인 무알콜 맥주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집으로 향한다.
투명한 잔에 맥주가 차오르고 거품이 예쁜 소리를 내며 부풀어 오른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감각에 집중하여 꿀떡꿀떡 단번에 몇 모금을 마시고 나면 잔은 금새 바닥을 보인다. 그렇게 비었다 찼다 다시 비워지는 잔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은근히 잔잔해진다.
무알콜 맥주의 밍밍함이 좋다. 늘 자잘한 후회를 안겨줬던 알콜과는 달리 숙취도 없고 취하지도 않는다. 걱정 없이 겁 없이 마셔도 술을 이길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움이 좋다. 맥주 두 캔으로 마음을 달래고 나면 기분이 풀리고 아무 일 없는 듯이 ‘오늘의 할 일’을 마저 할 힘이 생긴다. 자기의 기분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조급함을 술잔에 무알콜 맥주를 따르고 또 비우며 필요할 만큼 시간을 종종 갖는다.
매일 생각한다. 그저 오늘의 할 일만 산뜻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오늘의 할 일을 말끔하게 끝낸 후 홀가분하게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한다. 남은 일이라고는 침대에 얌전히 들어가 이불을 덮고 발을 뻗은 채로 잠을 드는 것밖에 없다면 그거야말로 맥주 맛 나는 하루 아닐까 하며.
썸네일 BY 해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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