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할 결심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혹은 길이었단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것들과 결연히 ‘손절’한 덕에 지금이 있는 거고, 그 시간을 잘 놓아줬기에 새로운 인연을 쌓을 수 있었다.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아, 의미 없이 전한 말은 가해 없는 피해를 만든다. 뜬구름 잡기가 더 재밌었던 그때. 어쩌면 나 또한 철없이 내뱉은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

되돌아가기에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에서 ‘전 남친’과 ‘전 직장’은 참 닮아있다. 한때 스치기만 해도 미련이 뚝뚝 흘렀던 그 부름은 시간이 흐르면서 빛바래졌다. 한때 전전긍긍하며 월요일을 그리도 밉게 했던 그 터는 이제 우스갯소리로 꺼낸다.

그런데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혹은 길이었단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것들과 결연히 ‘손절’한 덕에 지금이 있는 거고, 그 시간을 잘 놓아줬기에 새로운 인연을 쌓을 수 있었다.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힘든 순간에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다는 누군가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지나 보니 참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나약하게도 많이 울었고 아예 주저앉아버릴 때도 많았다.

지나간 인연은 껄끄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 줄만 알았던 사람을 마주한 그 순간에 나는 왜 인지 죄를 지은 사람이 된 듯 피하고 말았다. 그리도 친하고 좋았던 사람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했다. 자의적으로 끊어낸 관계도 있지만,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 누군가는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고 마음 시리게 한다.

연애는 콩깍지가 서서히 벗겨지는 과정이라고들 한다. 그러고서는, 비로소 상대방의 본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그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해서 일까, 어떤 사람들을 동경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취향인지 선명해졌다. 예전에는 쉽사리 단정하지 못했던 대부분의 일 혹은 인연을 이제는 놓아줄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는 정말 빈껍데기일지 아니면 안에 단단한 알맹이가 들어있을지는 겪어보지 않고서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늘 그래왔던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사람들과 순간들에 온 시간과 마음을 쏟는다. 누군가에게는 어리석음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낌없이 쏟아부은 후에야 한 줌의 후회도 없을 것을 알기에, 불현듯 찾아오는 한낱의 미련이 얼마나 서글픈지 알기에.


썸네일 BY geumb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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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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