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는 설날이 좋았는데, 어른이 되고나니 무척 부담스러운 일정으로 느껴진다. 친척들과 인사하고 밥먹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면 에너지 소진이다. 그 일정 나도 힘들고, 가족 친척분들은 더 힘들것이다. 누구를 위한 설인가… 무튼 서른을 넘어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나는 여러 모로 불편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게, 그런 순간들이 설날이 되면 배로 늘어나니 올해 설은 친척집을 가지 않고, 그냥 어느 평범한 휴일처럼 가볍게 보내기로 했다.
除夕날 서울을 벗어나 가까운 카페를 검색하니 용인에 있는 포레스트 아웃팅스라는 카페가 보인다. 화려한 이미지에 끌려 엄마와 둘이 가보기로했다. 1층부터 4층까지 화려한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곳곳에 포토존들이 있다. 손님은 줄지어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은 적었다. 긴긴 대기 줄따라 빵하나 고르고, 파스타 하나에 샐러드 하나 커피 두잔으로 주문을 끝냈다. 화려한 빵들 사이 홀리다 홀리다 결국 소금빵을 골랐다. 크림이 가득찬 크로아상은 눈으로 보는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는것 같았다. 주문을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손님들이 가득차있어 앉을 자리 찾느라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인파를 뚫고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몇번 부디치고 겨우 손님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았다. 신발 벗고 앉을 수 있는 자리 여서 좋았고, 포토존과 가까운 곳이어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페 풍경 주문한 음식을 먹어보니 맛은 평범했다. 快餐을 먹은듯한 느낌이다. 커피도 그냥 평범하다. 그래도 손님이 이렇게 많이 붐비는데, 아마 맛보다는 가족과 앉아 이야기 하고, 사진 남길 수 있는 실내 대형 공간이라는 것이 큰 메리트인것 같다. 한 가족은 남편이 아내와 태어난지 백일도 안될것 같은 아이를 찍어주는데 좋은 각도와 예쁜 표정을 포착해서 찍는것이 아니라, 그냥 한거번에 수십장씩 찍어댄다. 귀찮은가 보다. 그래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한팀 하팀 가족들 모두 그 순간 만큼은 행복해 보인다. 나도 대기하다 틈새 뒤에 사람한테 부탁해 엄마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시는데 그러기에는 뒤에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1층에 내려가 사진 몇장 더 찍고, 내가 좋아하는 후지 카메라로 식물 사진 몇장 더 찍고, 카페에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도 여전히 줄지어 입장하는 차량들을 보면서 서울 사람은 여기에 다 온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한 음식 돌아 오는 길에 아울렛 잠시 들려, 가벼운 쇼핑도 하고, 빅빅 세일 중이라 기분이 더 좋았다. 다시 이 카페에 갈것 같냐고 엄마에게 물어 보았다. 엄마는 다시 가고 싶단다. 다행히 이번 코스는 마음에 들었나 보다. 사람은 너무 많아서 시끌 벅적한데, 음식도 막 너무 맛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편안해 한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것 같다.
저녁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밴새를 삶아 재미 없는 춘절 만회를 잠시 보았다. 춘절만회는 볼때마다 재미없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해마다 보고 있다. 중국 방송을 오랫만에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는 더 멀리 멀리 떠나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오 카페 이쁘네요. 좋은 시간의 기운을 빌어 더 멋진 새해가 되길 바람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