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3년의 8월의 어느 무더운 저녁 아홉시. 타이 방코크 국제 전화청.
   서른에 가까와 보이는 웅장하고 시체멋이 다분히 풍기는 한 사니이가 전화청 복무대에 다가가더니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에게 국제전화를 걸어줄수없겠는가고 영어로 친절하게 묻는다. 처음 출국했을 때에는  꿈에도 볼수 없었던 이국의 아름다운 향토풍정에 도취되여 신기함과 황홀함에 이리둥절하기만 했던 그가 이제는 두번째로 다시 상선에 올라 싱기포르, 대만, 타이,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여러 나라들을 돌며 촌티를 말끔히 씻고 영어로 능란하게 척척 걸었다. 짬짬이 여가를타서 배운 영어회화가 생활의 한몫을 막을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한동안 기다리니 국제선로가통했다며 전화 송수화기를 넘겨준다. 목당강지역번호와 전화번호 239883을 적어주니 목단강시에서 사시는  이모네 집에 바로 연결되였다.
   얼마간 이야기를나누던 사나이가 사니이가 갑자기 악 !  소리를 지르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낯에. 혈색을 잃고 휘청거렸다. 두줄기의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마침내 사나이는 맥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노란. 머리, 까만 눈,  검은 피부로 각이한 동서방인들의  의아해하는 눈길이 일제히 사나이에게 쏠렸다.  동행했던 한국 선원이  쓰러진 중국사니이를 붙안고 《명남이, 이게웬일잉이요, 이게웬일이요!》하고다급히웨친다.
  몄분간의. 쇼크후 사니이는차츰 정신을 차렸다.
  《아, 이게무슨일이냐. 하느님도 무심하구나…》
  청청벽력이였다 !  너무나도아픈 일격이였다. 그의 다섯살난 귀여운 아들이 ,  어느 아이들보다 더 준수하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아들 용이가 ,  그의. 생명과도 같은 아들용이가 석달전에 천진에 있는 처가집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것이다!  처음 어선에 올랐을 때도 용이가너무나 보고파 1년만에 귀국한그가 아닌가…
  2
   반년전이였다.  어선에 인차오르라는 통지가 위해시 여행사에서 왔다. 2차 출국의 기회였다. 그때 75세의 아버지가 급시로 중풍을 일구었다. 의사는진단을 거친후 얼마 계실것 같지 못하다고 조용히 말했다. 내가장자로서 아버지의 림종을 지켜야 아닌가  돈이 아무리 중하다 하더라도 이만한 효도는지켜야 하는것이 인간의도리가 아닌가.
  사니이는 행장을 다시 풀어두었다.가정에서는 가까운 친척들이 다 모이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입고가실 옷까지 마련해 두었다. 그러던 아버지가 며칠 지나더니만 기적과도 같이 음식도잘 잡수시고 안색도 다시 좋아 질줄이야. 사니이는 열흘 동안이나 아버지의 침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열흘이 지나자 위해에서 또다시 두번째 전보가 날아들었다. 더는 지체할수 없었다.  그는떠니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위해에 머물러 북경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표도 다 사놓았다. 그런데 떠나려는 전날에 고향으로부터 온 동향에게서 이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눈물이 솟아올랐다.  통탄과후회로 가슴이 저미는듯 아려났다. 장자로서 이보다 더한 불효가 어디 있단  말인가 !  허나다시 돌아기기에는 시간이 허용치 않았다. 그는 북망산 길에 오른 아버지에게 불효를 빌면서 모든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북경으로부터 일본으로가는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
이제는 아들마저 잃었다.  
  그렇게 생기발랄하던 아들 용이, 온 가정과 동네분들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하다싶이 하던 용이, 배놈의 세계에서만이 느껴 볼수있는 혹된 고독과 그리움에 못견뎌 잠자리에 들기전에는 꼭꼭 꺼내여 보던 아들의 사진, 짠물에 녹아나는 하루의 피로를 잊게하던 사랑하던 아들을 이 세상에서 더는 볼수가 없다.
  사니이는 이 험악한 현실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살고싶은 욕구도 욕망도 깡그리 잃어버렸다. 하루에 18시간 노동제, 파도의 시달림으로 하여 생기는 어지럼증,  몄달동안 인가를 볼수없는 황량한 바다우에서의 적막과  고독, 수면부족과 고된 로동이 하루하루 이어 질떼도  이를 악물고 끄떡없이 버티고 나온 사나이, 그사니이가 오늘은 절망을 느낀것이다.
  돈, 돈이 진정 무엇이란 말인가? 그개도 안 먹는다는 돈때문에 나서자란 고향을 떠나 아내는 낯설고 물선 타관땅에서 식당일에 부대끼고 자기는 차가운 바다위에서 정처없이 이리저리 시달리는것이 아닌가.  그 돈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을 보지 못한채 눈을 감으셨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생일을 하루 앞둔 봄날에  따관땅에서 부모 먼저 저세상 길을 떠나고만것이다!
  사니이는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방코크의  밤거리를 이리저리 누벼 한국인이 경영하는 《코리아 술집앞》에 멈춰섰다.
  사니이는 호주머니에서 200딸라를 털어 술상우에 메친다.
 잘 살아보려고 번 돈이 아니냐, 버는 돈이 이니냐?! 이제 잘 살아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만취된 사니이는  휘청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국제전화청으로 돌아갔다.
 《이모. 집에 알려-주오. 난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않겠소! 내가 용이의 골회함을 보기전에는 내게 있어서 용이는 영원히 가슴속 깊이 살아있단 말이요. 난 영원히 배놈으로 살겠소!》
  사니이는 진정 돌아가지않기로 작심했다.  그냥 바다에 몸을던져버리고 싶었다.
   그가 몸을 실은 배는 일본,싱가포르, 대만,뉴질랜드 등 여러나라들을 돌며 파도세찬 태평양의 바다물결을  헤가르며 가고 또 갔다. 사니이는 배와 같이 울렁거리며 이어져가는 자기의 인생을 검토했고 절망과아픔을 끝도 시작도 없는  허허공간으로 쉬임없이 날려보았다. 그 망망한 세계에서 모든것들을 깡그리 잊고싶었다.
4
  바다를 오고 가던 배는 어느날  대만섬에서 닻을 내렸다.  뭍에 오른 사나이는 익숙한 언어와 조국에 돌아왔다는 느낌과함께 고향, 안해와 형제부모들이 못견디게 그리워났다.
 연약한 여인으로서 제살점을 잃은 안해. 남편을 여의고 이어 하나밖에 없는 친손자를 잃은   년로하신 어머님, 그들의 고통인들 어떠하랴. 그아내와 그어머니를 위안해야 할 내가 아닌가.
  한국선장과 떼질하다싶이 하여 한달의 말미를 얻은 사니이는  대만국제공항에서 북경으로 향한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귀국할때에는 일본제 색텔레비죤이요, 일가친척들의 선물이요, 아들애에게  줄 놀이감이랑 가득 사들고 갔었지만 오늘은 홀몸으로 비행기에 몸을 싫었다. 한국선장이 동정은 하면서도 한달후에  돌아오지 않을가봐 옷이요,가방이요 하는것들을 내놓지 않은 원인도 있겠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았고
 그렇지 않았던들 또 무엇을 사간단 먄인가?! 하루 빨리 집에 가고싶은 마음뿐이였다.
  북경공항에 도착한 사나이는 즉시로 북경-목단강행 급행열차를 잡아탔다. 몄날 며칠동안 여로에서의 피로와 슬픔에 시달리며 끼니도 제대로 에우지 못하다보니 사니이는 몹시도 수척해졌다.
  사니이의 고향마을 해림시 해남조선족향 홍성촌은 예나제나 다름이 없었다.  때는 가을철이라 마을은 이따금 개짖는소리가 들릴뿐 스산할 정도로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높고도 넓은 벽독집, 몄년전에 심어 놓았던  대문 량켠의 버드나무,  백양나무를 켜 촘촘히켜 세운 울바자, 고향집은 여전히그 모습 그대로였다.
  순간 아들애가 《아버지-!》하고부르며 퐁퐁 달려와서 와락 품에 안겨온다. 사니이는 아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눈앞의 귀여운 아들의 모습은 현현한데  도무지 포동포동한 손이 잡히질 않는다.
  지나친 그리움이 환각을 불러일으킨것이다.
  처음 귀국했을때 한시도 자기의 곁을 떠니지 않던 용이, 출국길에 오를 때에는 《아빠 가지마 하고!…》하고 그렇게도 슬피 울던 아들 용이가 아닌가!
 문고리를 잡고 들어서니 아내가 실성을하고 년로하신 어머니가 통곡을 하고 사니이의 귀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일가친척들 그리고 동네 이웃, 친구분들이 비통에 젖어있었다.
  강인한 사니이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속으로 삼키는 피눈물은 바다를 일구고 세찬 파도가 가슴벽을 사정없이 울리지만 사니이는 용케도 참아왔다.
 어머니가 실성을 하고 아내의곁에 늘 의사가 붙어있는데 남자대장부가 어떻게 눈물을 흘릴수 있으랴! 사나이는 옆사람들이 의아해 하리만치 침착했다. 여느때와 마친가지로 이야기를나누고 녹음기를  사와서 노래를 틀어놓았다. 자형들은젊은 처남이 이렇게 마음이 모진줄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누구도 없는조용한 어느 하루,
 사니이는 남동생과 술상에 마주앉았다. 제일 믿음직하고 마음속의 비통과 하소연을 열어놓을수 있는 유일한 혈육이 그래도 친동생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무치는 아픔과 슬픔은 어찌 술만으로써 달랠수가 있단말인가? 사니이는 드디여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두남자의 흐니끼는 울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마음속의 비통과 아픔을 한꺼번에 털어놓던 사니이는 마침내 정신을 잃고 까무러치고 말았다.  정신을 잃은 남자는 실성상태에 빠졌다. 헛손질을 휘휘 젖고 갑자기 벌걱벌컥 일어 났다가는 않기도 하였다. 의사가 달려왔다. 진정제 주사를 놓아 주고는 머리를 저으며 내일도 계속 이러면 녕안정신병원에 보내란다. 이틑날 사니이는 정상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슬픔으로 하여 창자가 처져 내리며 배를 아프게 자극하는 통에 수술을 하지않으면 안되였다.
  사나이는 목단강병원에서 치료를받았다.천주교를 믿는 어머니는 자기의  믿음이 모자란 탓이라며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또 한밤중까지 일어나시여 정넝껏 기도를 드리며 가정의 안녕과 자식들의 건강을 빌었다.
  휴가를 맡은 한달 동안 사나이는 꼬박 병원의 침대위에서 나날을 보냈다. 젊음의 생명은 드디여 완쾌되였다. 뉴질랜드로부터 약정한 시간이 지났으니 속히 돌아오라는 선장의 친필로 쓴 편자가 날아 들었다. 한사람이 모자라도 항행이 어려워지는 배위의 사정을 사나이는 잘   알고 있었다.
 사나이는 자신을 파도 세찬 바다에 다시 한번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 드높고 거세찬 바다위에서 굳센 의지를 벼려내고 여윈 영혼을 살찌우려는것이다. 그 검푸른 물결속에 어제와 비통과절망을 깊숙이 묻어 버리고 광풍취우 속에서도 끄떡 하지않는 드팀없는 삶의 자세를 키우려는것이다.
  사니이는 아내와 함께 천진으로갔다.  세집 한채와 남새장사매대를 차려준후 위해로 향했다. 파도 높고 암초 촘촘한 태평양의 새 항로가 사니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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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이

林海的儿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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