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일하다가 점심 시간에야 비로소 은하를 만났다.
우리는 회사 식당에서 한 밥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근데… 은하도 표정이 약간 어색하다.
어쨌든 밥을 대충 먹고 우리는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셨다.

“저기… 은하야, 부탁이 있는데… “
“응? 뭔데? “
“저기… 나 오늘 저녁에 효명이 집에 초대 받아 밥먹으러 가는데… 너.. 같이 가줄래? 오해는 마! 나 혼자 아니고 아마 여러 명이 초대되여 있을꺼야… “
은하가 당황한다.
“내가…? 내가 거긴 왜? “
나는 나하고 효명이하고의 일이며, 그제 저녁 일이며를 은하한테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사실 효명이한테 관심이 없거든…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 내 녀자친구인척… 하면 안될까? “
“뭐? “
은하가 당황한다.
“내가 효명이 부모한테 거기 있는 회사 애들한테 너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얘기 해서 오해를 막으려고… “
은하가 커피잔을 내려다 본다.
“근데… 이 방법이 괜찮을까? 그럼… 그 담부터 우리는 회사 공개커플로 지내야 하지 않어? “
나는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렇긴 한데… 내가 지금 사면초가야. 어떤 방법이 없을까? 그냥… 어떻게 이번 한번만 날 도와주면 안 돼? “
“그렇긴 한데… 생각을 해봐. 나는 회사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 녀직원이고… 애들한테 소문이 잘 못 났다간… 내가 여기서 어떻게 있지? “
아… 그렇구나…

전에 한 남녀심리를 분석하는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녀자들은 일에 봉착하면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고, 남자들은 어떡하나 일에서 빠져나올려고 한다나…
난 철이 없이 내 생각 밖에 하지 못 했네…

어쩌지?
그냥 은하한테 사랑을 고백해버려?
음… 이건 아닌데…
이건 소심한 내 성격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처사인데…
이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데 은하가 다짐한 듯이 침을 삼키더니 입을 뗀다.

“그럼… 이렇게 하는건 어때? “
“응? 어떻게? “
“일단 우리가 그런 사이라고 서뿔리 공개하기보단… 니가 저녁에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한테 엄청 관심이 있다는 것을 그냥 보여주면 안 될까? “
오호라, 그렇구나!
그럼 잠시는 다른 사람들의 입은 막을 수 있겠네!
“그거… 좋은 방법이긴 해. 근데… 너 그래도 괜찮겠어? “
은하가 쑥스러워 하며 웃는다.
“아님 어떡해… 니가 그렇게 곤난해 하는데… 친구로써 널 도와야지… “
은하가 고마웠다, 눈물 이 날 정도로…
그는 역시나 현명한 녀인이다.

나는 얘기를 끝내고 흐뭇한 마음으로 실험실로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은하는 빠지는데 없는 애란 말이야!
이런 애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 하면 나의 인생에서 아주 큰 랑패일 것이야!
그럼 좋아!

저녁에 그 자리에서 특히 효명이한테 내가 은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줘야지…
근무자리로 돌아와 보니 아직 오후 근무 시간이 쫌 남아있는터라 실험실엔 내 짝꿍 준이 밖에 없었다.
날 보고 준이가 다가온다.
“저기, 인호야… 너 그날 저녁 효명이랑 잤어? “
난 당황했다.

“너도 들었구나… 나 절대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하늘에 맹세코 단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단 말이야! 너 나 못 믿어? “
준이가 날 위로한다.

“내가 너를 못 믿으면 누가 믿겠니? 근데 애들한테 헛소문이 떠돌 수도 있어… “
“어떡하지? 근데… 너도 알지? 나 은하 좋아하는거… “
“그럼! 일단 당황하지는 마. 헛소문은 언제든 풀릴 것이고… 너 효명이랑 안 잔거 정말 잘 한 일이야… “
“응? 무슨… “
“사실… 나만 아는 일인데… 효명이 좀 깨끗하지가 않아… “
“응? 무슨 소리… “
사실 들어보니까 효명이는 그 귀여운 외모로 여러 남자들과 스스럼 없이 잠자리를 허용했다는…
응? 이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네…

“그러니 인호야, 니가 효명이하고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은건 정말 너한텐 신의 한수야! 니가 그랬다고 소문만 잘 못 나면 은하도 저리 가라고, 니가 그런 파렴치한 녀자랑 결혼해야 할 수도 있었어… “
나는 정말이지 이런 사실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날 저녁에 참고 저지르지 않은건 내 생에서 제일 좋은 선택이 아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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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

오랫만에 다시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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