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24일,
792일,
내가 이 앱에서 매일 따카(打卡, "출석체크")를 한지 2년을 훌쩍 넘어버린 시간이다. 하루 세끼 먹는 것, 그리고 6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 빼고는 내가 이렇게 오래 견지한 일이 있을가 싶은 이 일은 바로:
듀오링고(Duolingo)라는 앱에서 하는 독일어 공부. 
왜 독일어를 공부하냐 하는 물음에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다.
- 학생 때부터 독일인들이랑 팀워크가 잘 맞았기에
- 한때 독일계 회사를 다녔었고 그 와중에 A1-A2 (초급)수업 또한 열심히 들었었기에
- 독일에 가서 취직하겠다고 갑자기 북경에서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때려친 만큼 독일을 좋아했기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셋 다 "옛날" 얘기.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던 학교생활도 2015년에 막을 내렸고, 원어민 눈에는 유치원 애기 수준도 안되는 A2수업도 2017년에 끝, 그리고 독일취직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상해로 오게 된 것도 3년 전인 2019년.
정작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해야 할 2019년 전에는 작심삼일이던 듀오링고 앱 공부가 오히려 상해에 눌러앉게 되면서 매일 해야 하는 일로, 습관으로 굳어진 건, 내가 생각해도 참 상식적인 행동패턴을 벗어난 일이다.
여기서 잠깐, 듀오링고 앱은:
- 1) 맞춤형 교육, 2) 게임보다 재미있는 학습, 3) 어디서나 접근 가능 이 세가지를 사명으로 삼은, 세계 5억 유저를 갖고 있는 언어공부 플랫홈이다 (https://ko.duolingo.com/info).
- 사이트에서 서포트하는 언어만 해도 23가지, 영어를 사용하여 다른 언어를 배우려고 하면 40가지 언어중 하나를 골라서 배울수 있는 엄청난 스케일, 게다가 공짜 (유료회원을 가입하면 얻는 혜택이 있긴 하다만 일단 모든 자료가 공짜인 건 사실인 듯)!
End user 입장에서는 이 세가지 사명보다 더 와닿는 좋은 점들이 있으니:
-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여 배우기에 최적화된 수업:
- 빠르면 3분, 늦어봤자 10분 미만인 내용, 외부 환경에 근거하여 말하기 / 들은 내용을 타자하기 / 번역하여 쓰기 /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기…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취소하여 공부하기.
- 주중 최소 사나흘은 아침저녁 지하철에서 1시간 이상 부대껴야 하는 출근족으로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그 시간을 사용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심심할 틈이 없게 하는 고마운 존재.
- 실제로 충분히 많이 사용되는 단어/문장:
- 정해진 화제로 3-5분 둘이 하는 대화를 회화 식으로 풀어주거나 라디오처럼 들려주는 내용도 있거니와, 보통 수업에서도 몇십년 전부터 존재하는 교과서 식 문장 대신 조금 더 원어민적인 단어와 단어배치를 사용하고, 특히 간혹 전혀 편견이 없는 문장들이 나와서 당황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욕이나 부적절한 내용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게다가 흠 잡을데 없이 user-friendly한 UI/UX (앱 가입은 2013년에 했기에 그간 UI/UX의 발전을 제대로 봐왔었다. 최근에는 심지어 이 회사에 가입도 하고싶다 생각도 해봤지만 아쉽게도 회사가 북경에 있으니…), 질릴까 하면 생기는 이벤트들 (monthly challenge 등).

유일하게 아쉬운 건 2021년 가을쯤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중국이랑 기타 나라 App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다.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때에 직장인들의 No.1인 LinkedIn도 중국 버전을 따로 출시했고…
결국 중국에서 지금 듀오링고를 사용하면 거기에서 추가한 친구들과 앱 안에서 서로의 공부상황을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내가 정말 애용했던 weekly league (일주일 간 모르는 사람들 30-50명이 임의로 결정된 리그에서 일주일 사이에 버는 점수로 서로 경쟁하는 것)도 VPN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못하게 됐다. 나야 밥먹듯이 사용하는 VPN이지만 이 타격으로 아마 꽤 많은 중국 유저들이 기분이 잡쳤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친구추가를 안 하고 단순히 공부 목적으로만 사용했다면 전혀 차이가 없을수도).
이 앱을 매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내 독일어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옛날"이지만 그래도 A2레벨을 다 배웠던 내 입장에서 듀오링고 앱을 견지한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배웠지만 자꾸 잊혀지는 문법들을 되새기는 역할, 현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대화를 눈과 귀에 조금이라도 더 적응시키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안 쓰면 바로 서먹서먹해지는게 언어공부라 상대적으로 따지면 이것도 일종의 진보겠지?

사실 아주 오랫동안 내 자신에 대해 "모든 일에 쉽게 관심을 갖고 그만큼 또 쉽게 질린다"라고 평가를 해왔었다 (대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당연히 붕 떠있다 (한어로는 浮躁가 더 적합할수도)라는 상태가 고칠 수 없는 내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한 평가가 沉稳으로 바뀌어 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성격이고 기분이고 롤러코스터인 날 대체 왜?"라고 의아해 했지만 이제는 "아, 내가 이제는 뭔가를 이렇게 매일 견지할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끄덕 하게 된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견지하면서 언젠가는 습관을 능력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 "제자리걸음 독일어" 뿐은 아니다. 그런 습관들을 하나 둘 풀어가면서 우리나무에 차곡차곡 글을 싣다보면, 언젠가 그 습관들이 진짜 능력으로 되는 것까지 기록할 수도 있겠지?
그나저나 일단 너무 많이 서툴러진 우리말 글쓰기에 빨리 다시 적응해야 겠다. 아, 나의 "잃어버린" 10년이여.

저도 재작년에 한두달 스페인어 체험한 적 있어요. 이제보니 변경버전이네요. 요즘엔 hellotalk란 앱 몇번씩 ㅋ
앗 제가 2021년을 2020년이라고 썼군요! 네 아쉽게도 작년 가을부터 중국에서 사용할때만 중국 버전으로 자동변경이 되더라고요ㅠㅠ Hellotalk라는 앱 저도 오늘에야 처음 추천받았는데 꽤나 유명한것 같아요. 요즘은 잘 만든 언어 앱들이 많아서 굳이 학원 안 다녀도 편하게 배울수 있네요 🥰
사실 아주 오랫동안 내 자신에 대해 “모든 일에 쉽게 관심을 갖고 그만큼 또 쉽게 질린다”라고 평가를 해왔었다 (대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럴 만도 하다). ——보통 창의적 인재들이 이런 타입 많을지도
아하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뿌듯하네요 제가 별 창의적인 일을 한건 아직 없는것 같습니다만ㅋㅋㅋ 가끔 했던 성격테스트는 창의성/공감능력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진 ENTJ로 나오던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싶습니다 하하😂 나중에 창의적 인재인척 하는게 충분히 가능할수 있게끔 평소에 생각을 좀 더 굴려봐야겠네요😉
“습관이 능력으로 되는 그날까지” – 멋진 슬로건이네요. 구글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결과인걸 보니 직접 창조한 구절 틀림없고. ㅋㅋ 아.. 그리고 UX/UI, user friendly 등 전문 용어들이 너무 반갑게 다가오네요. UX 디자이너인 저한테는 ㅋㅋ 혹시 IT분야에서 일하시는지요? 앞으로 오다가다 우리나무에서 자주 봐요~ 🙌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구글링도 안하고 올렸었네요, 나중엔 혹시나 해서라도 검색은 해봐야겠어요ㅋㅋ 그리고 전 IT분야라고 하기에는 코딩을 하나도 모릅니다만 디지털 프로젝트 PM/PO로 일하고 있으니까 同行이라고 해도 되겠죠?! 😆 범이님 글들 조용히 잘 읽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대담하게 자주 소통할게요~ 🤗
오~ PM 멋진데요. 그리고 同行 맞습니다. 저는 UX지만 또 Product designer로도 불리니까. 하하 나중에라도 콜라보 할 일들이 있을거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ㅋㅋ
이렇게 오래 견지하다니 대단합니다. 이젠 하루의 루틴에서 빼놓을수 없는 하나의 습관이 되었겠네요. 👍🏻
아무리 생각해도 긴 출퇴근 시간 “덕분”이라는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것 같습니다, 할 일 없는 주말에는 항상 밤 10시-11시가 되어야 부랴부랴 하거든요 ㅋㅋㅋㅋ 단 이제는 매일打卡가 다시 0이 된다는 걸 상상도 하기 싫다보니 끝까지 해야죠 하하
마지막 구절 아 나의 잃어버린 10년이여 ㅎㅎㅎ 귀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듀오링고를 하듯 우리나무에도 매일 와서 글 읽고 소통하고, 짬짬히 글을 쓰다보면 그 10년을 10개월 안에 메꿀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