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는 선배맘한테 물었다.

"일본 엄마들은 어떻게 혼자서 아이 둘 셋을 키우지요? 육아만 하는것이 아니라 밥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잖아요. 진짜 중간에 끊기지 않고 조용히 요리라도 할수 있고 청소라도 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선배맘의 대답은 상상밖이였다.

"다 그러는지는 몰라도 우리 아파트에 독박육아하는 엄마들이 꽤 있는데, 얘기해보면 그들은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 세끼 밥을 다 준비하고 집안일을 다 해치운다더라. 그러고나면 애기가 깨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그냥 애기한테만 신경쓰면 되니까, 집안일이 쌓여서라든가 혹은 일하는데 애가 보채서 등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아이와의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보낼수 있대. 대신 밤에는 아기 재우고 일찍 자지."

독박육아 하면서 자도자도 부족한게 잠인데 새벽에 일어난다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지만 한편으로 뭔가 나도 해볼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마침 남편이 유투브에서 "私の朝習慣” (나의 아침습관) 이라는 짧은 영상시리즈를 알려줘서 보게 됐다. 나도 모르게 아직은 어둑어둑하지만 고요해 보이는 영상속의 그 시간이 좋아 보였다. "저 시간 참 끌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간이 고팠던것이다. 그렇게 2019년 12월 중순 즈음부터 나는 새벽 기상을 하게 되였다. 대신 집안일보다 나는 내가 하고싶고 또 해야 될 일을 택했다. 바로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일어공부를 하는것이였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은  진짜 괴롭다. 그래도 나만의 새벽시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바닥에 찰떡같이 붙은 내 몸을 억지로 떼어낸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놓고 세수하고 양치한다. 그때쯤 끓어오른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는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1일의 법칙' 이 문득 생각난다. 이제 곧 21일이다. 그 법칙이 맞는지는 몰라도 아직은 할만하다.

사실 새벽기상을 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공부는 해야되겠는데 시간확보가 잘 안되어서였다. 아이가 낮잠 잘때는 나도 따라서 잘때도 있고, 자지 않더라도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고, 또 깰때 됐는데 하며 조마조마한 심리가 계속 있었다. 밤에는 아이 재우다가 나도 따라서 잘때가 많았다. 심지어 어떤날은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들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하다가 말다가 하면서 패턴이 계속 깨졌다.

그러면 그 어렵게 확보한 시간을 나는 충분히 쓰고 있는가? 이것 또한 난관이다. 이때까지 내 몸에 박혀있던 습관들이 그 시간에 모두 작동된다. 위챗 모멘트 한번 볼가? 유튜브 좀 할까? 낭비하는 시간들이 계속 조금씩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반년전 샀다가 구석에 처박아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라는 책이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다. 다시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대목이 있어 옮겨본다. 

이미지: 인터넷

"습관은 고속도로 진입로와 같다. 습관은 무의식중에 이미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고, 다음 행동으로 빠르게 질주하게 한다. 어려운 뭔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미없는 영화를 두 시간 내내 끝까지 볼수 있다. 배가 부른데 군것질을 계속할수도 있다. '잠깐'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하지만 곧 휴대전화 화면에 20분 동안 달라붙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생각없이 행하는 습관은 종종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을 결정짓기도 한다. 엄청난 자제력을 지닌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자제력을 발휘할 필요를 최소화한 사람들이다. 자제력을 발휘할 일이 무척이나 적다면 자제하기도 쉽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스몸비족에게 (스마트폰+좀비 합성 신조어, 하루종일 스마트폰에 중독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스마트폰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꺼내보지 말라 하는것은 엄청 어려운 일일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꺼내보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와 남편이 아이 데리고 산책하면서 스마트폰을 패딩 안쪽 지퍼달린 주머니에 넣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그날 우리의 스마트폰 보는 횟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꺼내기 귀찮아졌기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스마트폰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고…

2019년의 마지막 한달은 아마도 신년계획을 세우기 위한 예행 단계였던거 같다. 아직은 완벽히 시간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새벽기상을 시도하였다. 손이 간질간질해서 뭔가 궁금해서 다시 모멘트를 열어보곤 하지만 일단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위챗 모멘트를 닫아버렸다. 좋은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스텝을 더 거쳐야 하니 자연스레 보는 횟수가 적어지는것 같다. 사실은 아이 데리고 일본에 여행와서 까지도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는 부모들을 꽤 봤다. 아이한테 집중하는 시간은 사진 찍는 시간밖에 안보였다. 그리고는 모멘트에 올리고 하트 꾹꾹 찍히는것을 수시로 확인하고…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광경이지만 집에 있는 우리 또한 별반 차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확인하고 싶고 그냥 한번 들면 놓기 싫어하는 모습이 메스꺼울 정도로 싫었다. 

그래서 나는 '제일 간절하게 해야할 것'과 '제일 철저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신년계획으로 세웠다. 

* 마의 말을 빌려서 하자면 나는 "계획 세우기 달인 + 건망증 1인자"이다. 계획은 거창하게 빈번하게 많이 우는데 일주일도 못가서 온데간데 사라진다. 올해는 딱 두가지이니 그리고 이미 그 마(魔)의 21일에 거의 도달했으니 스타트는 이왕과 조금 달라보인다.

첫째, 새벽 5시 기상해서 나만의 모닝 루틴을 만들어가는것이다. 우리 아이는 보통 아침 7시에 일어나기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2시간이나 주어지는 셈이다. 이 시간동안 나는 육아와 상관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시간을 쓴다. 12월의 예행단계를 거쳐보니 피곤할거라고 예상했던거와는 달리 의외로 기분 좋은 날이 훨씬 많았다. 솔로일때는 보따리 넘쳐날만큼 지겹도록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는데 별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흘려보냈던 내가 생각난다. 그래서 안해로, 엄마로 사는 지금의 내가, 좀 더 꿈틀거리며 버둥대며 사는 내가 더 만족스럽다.

둘째,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를 얻는것이다. 모멘트를 닫아버리고 아이가 자는 시간 외에는 스마트폰을 되도록 체크하지 않는다. 육아하는 엄마들은 공감할거라 생각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나한테는 스마트폰을 항상 무음상태에 놓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내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 두면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다. 새해에는 나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스마트폰에서 철저하게 탈출하기를 원한다.  

전에 나는 화장실 갈때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아이가 자면 아니 심지어 아이와 놀때도 틈틈이 확인한다. 솔직히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나도 모른다. 볼것 없어도 현란하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냥 싱겁게도 심심하면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독박육아에 심심할 틈이 있는가구요? 육아란 바쁘지만 심심하다는 친구의 모멘트가 200프로 공간간다. 그러다 어느날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했다.

현재 나는 22개월 된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18개월쯤 됐을때 아이가 호빵맨을 너무 좋아해서 유튜브로 호빵맨 노래를 틀어준적 있다. 그 뒤로 한 반달동안은 매일 조금씩 노래를 틀어줬던거 같다. 외식할때 애가 보채거나 내가 잠깐 쉬고 싶거나 애가 짜증내거나…그러다 한가지 현상을 발견했다. 그토록 온 집안을 누비며 이것저것 만지고 꺼내고 쌓고 넣고 하던 애가 심심하면 스마트폰 가져와서 틀어달라 한다. 아이가 자기만의 탐색을 그만둔거 같아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나도 스마트폰 보여주는거에 대해서 점점 자제력을 잃기 시작한다는걸 의식했다. 왜냐면 내가 편해지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은 아마 엄마들의 "육아神器“라 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놀이용이든 교육용이든… 

아무튼 나는 아이한테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처음 한 이틀은 애가 울며 불며 난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냥 강제로 안주니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말발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체 영상매체는 안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요즘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는 주제의 강연을 우연하게 듣게 됐는데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더 심각한 현실을 듣게 되었고 그에 뒤따른 더 엄중한 영향을 알게 되였다.

강연중 제일 임팩트있게 다가온 한마디가 있었다. "스마트폰, 스마트한 세상, 이 시대에 태여난 아이들은 가장 재수없는 시대에 태여났다" 고 한다. 그 중 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렇다.

7곱살짜리 아이가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니 너무 좋아서 현관까지 뛰여간다. 그리고는 아빠의 주머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고 어딘가 사라진다. 아빠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아들을 찾는다. 우리 아들 어디 있을가? 그리고 아들손에서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논다. 아들을 찾는것이 아니고 자기의 스마트폰을 찾았던것이다. 

참 재수없는 현실이다.

무척이나 공감가는 내용이 하나 더 있었다.

장난감, 인형, 레고 등을 놀때와 스마트폰을 놀때 우리 아이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바로 입이다. 스마트폰을 틀어주면 계속 중얼중얼 하며 놀던 아이는 입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엄마들이 스마트폰을 아이들한테 들이미는것 아니겠는가? 조용히 하라고, 입 다물라고… 그러나 아이가 손, 발, 입을 움직이면 대뇌피질에 있는 시냅스들이 연결되고 뇌의 창조적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이가 뽀로로를 좋아해서 아주 집중해서 보고, 말도 빨리 배우더라구요? 뽀로로랑 엄마는 뭐가 다를가요? 

아이가 금방 태여나 며칠이 되지 않았어도 웃는다. 배냇웃음이라 하는데 사실은 근육의 경련에 불과하다. 그러나 엄마는 세상에 우리 아이가 벌써 이렇게 웃을줄 아네 하며 기뻐 난리다. 엄마 아빠의 리액션, 엄마 아빠가 반응할때마다 대뇌피질에서 창문이라는 시냅스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바로 소통하는 사회성이다. 

하지만 정작 뽀로로는 절대로 리액션이 없다는것이다. "안녕 뽀로로" 하면  뽀로로가 하던 일을 멈추고 "아, 서아 왔구나" 하며 할까? 그냥 이미지 각인만 된다. 2018년의 통계이긴 하지만 한국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클릭되는 채널 20개중 영유아 채널만 8개라고 한다. 0-13세사이에 시냅스 연결이 폭발적으로 연결되고 언어적인것, 사회적인것, 조절적인것을 키워야 할 이 시기에 이 세가지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부실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것이다. 

육아하면서 느낀건데 다들 자기만의 육아법이 있고 육아고집이 있는것 같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공감과 비공감에 따라 선택하는듯 하기도 하다. 우리 아이를 보면서 나는 위의 내용들이 공감이 됐고 적어도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에는 영상노출을 최소화 할려고 한다. 안 보여주면 더 좋을듯 하다. 프롤로그에 얘기했던것 처럼 우리의 육아방향에는 흔들림이 없기를 기도한다. 

요즘 말이 한창 트는 시기인 우리 아이는 하루종일 수다쟁이다.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아무튼 자는 시간외는 입은 그냥 놀리고 있다. 아빠는 아이가 엄마 닮아서 말이 많다고 한다. 하나라도 나를 닮아서 기분 좋다. 너와 더 많은 말을 나누며 눈을 맞추며 함께 자연을 누비고 싶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써버린 모든 시간들을 나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쓰고 싶다. 애를 쓰지 말고 시간을 쓰고 싶다.

국어사전에 해석은 이러하다. 

애쓰다 –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쓰다

아이가 공부 잘하기 위해, 남편이 좀 더 내가 원하는것을 해주기 위해 오늘도 그대는 애쓰고 있지 않나요? 아이의 이런저런 조기교육(우리 아이가 아직 작아서 경쟁의 치열함을 체감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남편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들, 비교로부터 오는 초조함… 그들과 눈 맞추며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 보고 듣고 말하며 서로를 어제보다 오늘 더 알아가며 공감하며 이해하며 사랑하며 우리의 시간을 쓰는것이 가족이 갖춰야 할  참된 모습이 아닐가? 저녁밥 먹고 온가족이 모여서 각자 스마트폰만 보고 싶지는 않지 않은가? 디지털 미니멀리즘, 하고 싶지 않은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꿈을 찾기 시작한것 같다. 두손 두발 다 묶이고 하루 24시간, 전년무휴 상태로 아이를 위해 작동하는 내 몸을 보고나서야 문뜩 생각이 든다. 나 이대로 진짜 괜찮을가?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려는 꿈을 갖게 되였다.

엄마가 되기전 꿈을 찾은 그대는 참으로 멋지다!

I will never leave you nor forsake you. Be strong and courageous.  

— Joshua 1:5-6

시리즈 링크
<독박육아 울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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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당당

당당한 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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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니 나 완전 커피 중독…임신하고 수유할때 이것땜에 넘 힘들었는데 지금 자유롭게 마실수 있다보니 하루에 기본 두컵….근데도 애기 재울때 때론 애보다 빨리 잠든다능 😂😂😂 근데 그 아침 시간이 진짜 매력적이 니다^^

  1. 에서도 스마트폰을 끊으라고 해요. 학교 마중용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준지 한학기, 고민하고 소통하고 난리하면서도 끊지 못했네요… 다시 잘 고민해야겠습니다.

    티비에, 만화책에, 相声에, 抖音에… 빠지는 걸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책을 훨씬 적게 읽고 뭘 하려는 의욕이 대폭 줄더라고요.

    을 읽으니 넘치는건 덜어주고 모자란건 더해주어 균형을 잡으래요. 전자기기 덜어주고 직접 소통, 자연과 운동을 더해줘야겠습니다.

    어떻게? 작가님이 말한 시간을 쓰는 방법으로요. 좋은 글, 좋은 생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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