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개울가에서 첨벙거리다가 저녁노을이 지면 통졸임통에 미꾸라지 몇마리 넣어들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는 마을로 졸랑졸랑 돌아온다.

길어진 그림자를 밟으며 싸리나무울바자를 빙 에돌아 사립문을 열어젖히면 풍로에 콕스불을 피워놓고 작은 손풍구를 잣던 엄마가 푸근한 약냄새속에서 하얗게 웃으며 일어선다. 이마에 동여진 흰 전수건으로 하여 엄마의 웃음은 더 하얗게 보인다. 풍로불우에 놓인 약탕관에선 까만 약이 볼랑볼랑 끓고 있다.

나는 엄마의 무릎에 어리광치며 감겨든다. 엄마는 인차 치웠던 약봉지를 끄집어내여 그 속에서 대추 한알 꺼내여 맑은 물에 싰어서 내 입에 살짝 넣어준다.

엄마의 손처럼 주글주글한 대추는 얼마나 맛있었던가. 비록 초약냄새가 배인 대추였지만 나는 맛있게 냠냠 먹었다. 그 약냄새가 더욱 맛을 돋구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혹여 첩약냄새를 맡게 되면 떠오르는것이 그 감칠맛나는 대추이다.

내가 엄마무릎아래 감돌던 시절, 계속 앓음자랑을 하던 엄마가 자시는 첩약에는 대추가 들어있었다. 기껏 한 두알정도 들어있는 대추를 엄마는 약 달일때마다 맑은 물에 싰어 내 입에 넣어주군 하였다. 지금은 애들 간식품이 헤아릴수 없이 많지만 그때에 우리가 안것은 기껏해야 따발사탕이나 볶은 해바라기씨였다. 그러니 대추는 희귀한 먹거리로 어린 나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넉넉했던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첩약을 달일때마다 나는 엄마의 무릎가에서 맴돌군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우리 젖먹이” “우리 막냉이”하면서 그 마디 불거진 손으로 나의 엉뎅이를 톡톡 도닥여준후 대추를 나의 입에 넣어주군 했다.

세월이 흘렀다. 인젠 나는 묵직한 대추꾸러미를 들고 집에 갈수 있게 되였다. 아픈 엄마보러 가면서 간식거리로 대추를 골랐던것이다. 손에 느껴오는 대추의 무게가 마음을 누른다.

그 대추꾸러미를 들고 울바자를 에돌아가느라면 어느사이 그 울바자안에서 이마에 수건을 동여맨 엄마가 지금도 풍로앞에 쪼크리고 앉아 손풍구를 잣고 있는 환각이 떠오른다. 금방 나의 입에 대추를 넣어줄것만 같아 마음이 달콤해나고 코마루가 찡해난다.

“엄마!”

나는 벌써부터 코맹맹이소리로 부르며 문을 열었다.

“어이구, 우리 막냉이 오는구나.”

자리에 누웠던 엄마가 몸을 일으키며 즐거운 눈길로 문가를 바라본다. 얼굴엔 하냥 미소가 담겨져있다.

“누워계세요. 몹시 아프신가요? 수건 봐꿔드릴가요?”

한뉘 앓음자랑하며 살아오신 엄마는 이렇게 불편하시다.나는 울먹거리며 무릎걸음으로 엄마곁에 다가갔다.

“자식들 다 곁을 떠나고 …”

“나야 뭐 워낙 그렇지 . 너 언니가 또 저렇게 첩약을 지어왔구나. 이젠 첩약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럭거리는데"

랭장고안엔 이미 병원에서 달여져나온 중약이 고스란히 쌓여져 있었다.

“엄마, 지금 첩약에도 대추가 있었을가요?”

“글쎄다, 이전에 네가 그 대추를 좋아도 했는데."

어머니의 다심한 그 한마디에 나는 돌아서서 랭장고안을 뒤져보는척이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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