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고마운 분들의 덕분에 나의 수필집이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 나에게 고운 정으로 다가와준 분들에게 고마울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많은 고마운 분들과 함께 할수있다는 그 행복에 오래 감동해야 했다.

       그리고 책을 손에 들고 한장한장 조심스럽게 펼치며 읽어보았다. 이미 내게서 떠난 나의 글이다. 글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이런저런 부족점이 보이고 이런저런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했다. 글들은 모두 나를 닮아있었다. 그러나 이젠 이렇게 별수없이 세상에 던져졌으니 세상을 향한 내 고백을 그냥 너그러이 품어달라고 말씀드릴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결국 이만큼이여서 참 죄송하다고 이야기드린다. 그러나 그런 자신을 내가 누구보다 사랑하고있음도 함께 이야기드리고싶다. 그건 아직 글 한줄에 감동할줄 알고 세상의 작고 평범한것들을 사랑하고 그 설레임을 글로 적을수있으며 글을 쓰고있는 사람을 사랑하고있기때문이다. 

       나는 참 오랜 예전부터 글로 적기를 좋아했던것같다. 내게는 중학교시절에 두터운 일기책이 있었다. 조용하고 그러나 반란을 꿈구었고 명랑했으나 괜히 아파했고 불안하나 어딘가 고집스러웠고 차가웠으나 너무 사랑했던 …이런저런 내가 뒤죽박죽이 되여 일기책에 공존해있었다. 

       나는 늘 일기를 쓸 때면 부모님이 밭에서 돌아오지 않은 그 어스름의 시간에 혼자 방바닥에 엎디여 적거나 했다. 때로는 변소로 가는듯 일기책을 숨겨 갖고나와서는 소우사칸의 한 모퉁이에 짚단을 깔고앉아 적기도 했다. 벼온상안의 그 찜찔방같은 곳으로 기여들어 적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날 옥수수다락방안에 기여들어 적기도 했다. 해질녘 강가의 나무밑에 오도카니 앉아 적기도 했다. 훤히 밝아오는 새벽빛을 빌어 가만가만히 적기도 했다…그렇게 나는 어딘가 내 혼자가 되여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곳을 애써 찾아내서 적군 했다. 사실 농사일로 늘 바쁘고 지치는 부모님들은 내가 일기책을 밥상우에 꺼내놓고 적는다고 해도 공부하는줄로 여겼을뿐 비밀의 일기책이라고는 눈치도 채지 못했을텐데 말이다. 나는 그렇게 방해받지 않을 혼자만의 세계를 찾느라 모지름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도 적을 일이 많았는지 참 놀랍다. 하루에도 가끔은 몇번씩 꺼내 적군 했다. 나는 그때쯤 무엇에라도 상처를 많이 받은것같다. 부모님들의 말 한마디나 친구들의 눈길이나 한차례의 시험이나 지어 날씨나 길가의 꽃이나 풀이나 저 무심한 구름에서까지 말이다. 웬지 모두가 날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참 많이도 외로왔다. 눈물나는 이 지독한 외로움을 누군가와 말하고싶었고 함께하고싶었다. 하지만 웬지 외로움때문에 일기를 쓰는 애는 없어보였다. 누구라도 너무 밝고 기운차고 발랄했다. 기실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으리라. 너무 많이 웃고 너무 많이 장난치고 너무 많이 떠들었으니까. 그런데 가슴 한켠에 왜 그렇게도 커다란 외로움이 웅크리고있었던걸가. 그리고 세상의 이모저모를 미워했고 분노했다. 어쩌면 세상 모두를 다 사랑하고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미운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그 미움들을 털어내면 꽃같이 이쁜 모습이 되여주리라 여겼을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어딘가로 훌훌 떠나고싶다고 생각도 했다. 내가 갈망하는 곳이 도대체 어떠한 곳인지 또 왜 이곳을 벗어나고싶어하는지 모르면서 무작정 어딘가로 갈수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또 왜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죽음이라는 단어까지도 생각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럴만큼의 일도 그럴 까닭도 또 죽을 마음도 하등 없었는데 그런 단어들을 늘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내 일기책은 늘 괜한 짓거리들로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부모에게도 나의 그런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내 맘을 눈치챌 분들도 아니였거니와 그러한 여유도 없이 늘 몸이 고달팠고 혹 이야기한다고 해도 내 가슴을 느낄수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 믿고 좋아했던 친구에게도 나는 말하지 않았다. 웬지 이야기로서 똑똑히 전달할수도 그애가 또 제대로 느낄수도 없을것만 같았다. 그만큼으로 나는 이 세상과 고립되여있다고 생각했고 내안의 이 모두는 말로 표현될 그 이상이라고만 여겼다.

        그렇게 한권의 일기책이 꽉 차게 되면 나는 다시 읽군 했다. 다시 읽으면서 줄줄 울기도 했고 비시시 웃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그 책들을 늘 집마당 앵두나무밑에 파묻군했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시간을 타서 삽을 가져다 혹 들킬세라 깊숙이 구뎅이를 파고 일기책을 파묻군 했다. 그리고는 며칠을 늘 앵두나무옆을 서성거렸다. 때로는 다시 꺼내여 잘 건사할가고도 궁리했다. 그러나 그 일기책이 내겐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되는 비밀의 것이였다. 나는 나의 가슴깊숙이를 누군가와 공감하고싶었지만 나는 결국 영영 깊숙이에 숨겨버렸다.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여갔고 그러면서도 혼자를 지극히 견디기 어려워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한 짓거리를 많이 하나본다. 나는 누가 내 맘을 알아주고 나랑 친구가 되여주고 나랑 이야기를 나눠주고 함께 껴안을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면서도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열고 다가가기는 싫어했다. 누군가 가슴 활짝 열고 다가와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릴뿐이였다.

         그렇게 나는 그런 일기책들을 여러권 앵두나무밑에 파묻었다. 어쩌면 우리집앞마당의 그 빨간 앵두들은 내 맘을 알았을지 모르겠다. 그 뿌리들이 내 일기책의 구절구절을 읽으며 신열을 끓이며 사랑하는 내 맘을 담아 앵두를 빨갛게 물들였으리라. 그렇게 몇번의 앵두들이 빨갛게 익기를 하고 나는 더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조금씩 글이라고 써서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그때 가슴을 열고 조금씩 세상을 마주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한편한편의 글들은 내 내심의 이야기였고 나는 많이는 서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번씩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마음을 열고 마주해올 때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에 한동안씩 감동하군 했다. 나는 가슴을 열고 세상을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세상도 기실 나를 향해 미소하고 나를 품어주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는 점차 세상속에서 참된것들과 사랑을 나누며 웃을수있었고 행복할수있었고 평화로울수있었다. 

        그렇게 고마운분들의 격려와 지지로 조심스럽게 글을 썼고 그러하게 모인 글이 지금 한권의 수필집으로 탄생했음을 고백한다. 이제 나는 그 책이 어느만큼 부끄러운 내 맘의 고백이더라도 다시 앵두나무밑에 파묻어둘수 없음을 잘 안다. 그리고 더는 혼자의 안으로만 기여들지 않고 이렇게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가고있는 자신을 잘 사랑하고싶다는것도 안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자유.”

         그래, 그것처럼 이 한권의 수필집이 이 세상의 먼지속에 묻혀져갈것임을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내가 앵두나무밑에 파묻어둔 여러권의 일기책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일도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흙 한줌에서 내가 이생에서 사랑했던 많은 분들에 대한 그리움의 향기가 날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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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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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goql님, wulinamu팀 입니다. 우선먼저 수필집이 세상에 나오게 된걸 축하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나무에 “책소개” 페이지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goql님의 수필집을 담아 보려합니다. 더 많은 독자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알려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여주고 싶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책 출판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2. 우왕👏🏻👏🏻👏🏻👏🏻👏🏻👏🏻👏🏻수필집 출간 너무 추카드려용👍🏻너무 부럽고 또 부럽네용 ^^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자유, 한줌의 흙,그리움의 향기, 앵두나무 … 다 너무 좋네용~ 저도 어릴때 혼자 뭐를 많이 긁적이고 썻는데 비슷한 동년추억의 취미를 간직한거 같아서 읽는 내내 행복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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