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은채 기신거리만 했던 나의 자존심이 옹골차게 야무져지면서 언제 어디서 누구앞에서든괜히 당당해졌다.  잔뜩 구겨진채 처박혔던 나의 희망이 화사하게 피여나면서 화려한 비상을했다.  건조하기만 했던 나의 가슴이 열정과 사랑과 정성으로 빛나고 싱싱하고 따스하게 출렁거렸다

임신인 것이다.
내 아이가 내속에 있어준다는 것으로부터 나는 우주의 신비에 감사를 드리면서 무한한 행복감으로 충만되여갔다. 그러면서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해 누구와라도 지어 길옆의 작은 풀잎에마저도 무작정 다정하게 웃어주며 아이를 이야기하고 팠다.
그러던 임신  8개월의 어느날부터 나는 몸의 이상에서 불길함을 읽어냈다.  무지개빛으로 찬란하던 모두는 회색빛으로 우중충하게 젖어오며 침침해졌다.  숨막히는 불안에 박제된채  "아닐거야"만 수없이 기도했다.  허나 나는결국 의사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져오는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다는 내 의지만으로는 전혀 어쩔수도 없이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예고를 들었다.  섬뜩해서 당황하며 아득한 처절함으로 빠져드는 자신에게 알고 있는 모든 의학지식을 동원하며 괜찮은 가능성을 주장하며 침착하지 못했다. 그만큼으로 나는 가슴에 빽빽이 차오는강렬한 체념과 싸워야 했다.  헌데 비명소리하나 지르지도 못했다.  그런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큰 슬픔은 항상안으로만 가라앉는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다만 남보기에 매정할만큼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의사를 믿으면 되느냐는 의혹을 품어볼 순간조차도 허락받지 못한 나의 의지는 의사를 온순하게 믿어갔고 의학에 급급히 매달려갔다.  나는 의사의 분부를 한점의 오차도 없이 또 한점의 경솔함도 용서하지 않으며 차근차근따랐다. 주사용액은 질식할 것같은 아픔이 마음의 곳곳을 훑어가듯이 내몸의 곳곳을 조용히 그리고 무심히 흘러갔다. 나는 아이는 천사이니까 천사에게 잔인한 벌을 주는 하느님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기로 자신을 강요했다. 그렇게 약해지는 자신을 추스리느라 힘들었지만 표정은 나의 기대만큼으로 단단해져갔다.

밤잠도 자지 못하고 간호하면서 안타깝게 지켜보면 동생이 울었다.  바쁜 가을철에 일하던 모습대로 그냥 허겁지겁 달려온 엄마가 울었다.  친척에게 돌보아달라는 부탁을 남기며 아버지가 울었다.  온통 눈물로 질펀한 모습들에 나는 감전되지 않은듯 평화롭게 두눈을 감고 잠자듯 가장했다.

옆침대의 아기가 태여났다.  그아이의 챙챙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아이의 이쁠 얼굴과 가동거릴 두발과 뽀슴한 털이 나있을 잔등과 몽고반점이 파랗게 있을 엉뎅이에 수없이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러며 나는 내곁에서 옆침대의 아이를 들여다보며 그애랑 웃어주며 그애의 건강을 부 러워하는 얼굴들과 희미하게 웃어까지 주었다. 웃음이 나오느냐며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나는 너무 아득해서 호수의 겉면처럼 평온한 내불안을 들키지 않으려애썼다.

드디여 나는 수술을 받았고 아이와 나는 따로따로 구급실에 옳겨졌다.  내목숨 다바쳐갈만큼으로 소중한 아이의 구급도 지켜보지 못한채 혼수상태에 빠졌던 내가 깨여났을 때 엄마는 아이가 많이 건강하고 이쁘다고 말해주면서 또울었다.  아이가 많이 아프겠지만 지금 이순간까지 나랑 함께 숨을 쉬고 있음에 한없이 고마워했다.  나는 아이가 지금 보온상안에서 점적주사를 맞으며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묻지는 않았다. 나는 기실  너무 두려워서 아이에 대해 감히 물을 수 가 없었다.  다만 주위의 표정과 대화로부터 아이의 건강을 체크해보려고 모지름 썼을 뿐이다. 그러면서 언젠가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27주되는 아이가 산대에 버려진채 보살핌도 없이 지어 먹지도 못한채  3일을 살더라는 글로부터 사람의 목숨은 질긴 거라고 믿기로 했다. 그러는 내 의지에 상처를 내며 처절한 몸부림을 치도록 섬약한 목숨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나는 기막히는 정적속으로 그 이야기들만 무수히 반복하여 떠올려내며 하느님을 믿어버렸고 가슴이 다슬도록 기도했다.  그리고 아이의 입술에 내젖을 물리고 아이의 빛나는 눈빛을 바라보며 아이의 엉뎅이를 톡톡 쳐주고 싶다고 아이의 온몸에 입맞춰주고 싶다고 꼬옥 껴안고 쌔근썌근거리는 숨소리에 취하고 싶다고…갖가지로 생각할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이 기적으로 다가와주길 수없이 기도만 했을뿐이다.

며칠후 아이를 만났다. 내맘은 아이가 울어도 왜 울가고 또 아니 울면 왜 울지 않을가고 정신을 추스리지 못한채 허둥대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허둥대는 모습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러는 그들이싫었다. 그러며 스스로도 두려울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 되여 나는 아이로부터의 모든 아픔까지도 내가 독차지하며속에 차곡차곡 쌓아갔다. 허나 내손은 자꾸만 떨렸고 나하나만 믿고 세상으로 온 아이에게 내가 아무것도 해줄수없음에 화나있었다. 기실 아픈 아이를 본다는 것 그 자체가 잔인한 형벌이엿다.

히스테리 한번없이 침묵으로 단단하게 굳어진채 스스로도 섬찍한 침착함으로 이겨내는데  그러기에는 참으로많은 아픔을 인내하는데 그런 나를 모두들 독한 녀자라고 말해왔다.  아이에게 어쩌면 그렇게도 무심할 수가 있느냐며 한심해하며 제몸이 아프니까 그럴지도 하면서 리해해준다는 관용까지 보여주었고 이후 아이랑 함께 있어야실감이 나서 사랑이 갈거라며 깨우쳐까지주었다. 그 리해와 그 용서와 그 충고에 나는 고맙기만 했을가? 나는 결코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런 반응들에 신경을 써갈만큼의 여유는 내게서 용서되지도 않은 것이였다.

끝내 병원을 나와 나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아이의 건강으로 기운을 되찾은듯 밝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해본 나에게 오로지 아이의 안부만 견디기 힘들어하며 나를 버리고 내목숨의 모든 시간들을 모조리 아이에게 주어지길 바랐던 나에게도 살아있음에 축복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내 모든 절망이 지금 화사함으로 조금씩 색칠되여옴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 두눈으로 는눈물이 흐르고있었다. 행운과 감사와 행복만은 아니였다. 안으로 안으로 껴안고 가라앉혀서 짙어지고 응어리졌던 아픔이 애써 숨긴 만큼으로 더 큰홍수로 범람했다. 그쳐지지 않던 울먹임과 흐느낌을 소리한번 안 지르고 견뎌냈던 슬픔이깊어진만큼으로 더 큰 오열로 터졌다. 칠흙의 어둠속에 후둘거리면서도 끈질기게 버텼던 인내가 맥이 풀린채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내 아픔을 덜려고 떨어대는 엄살이 될가봐 건강하려는 아이의 몸부림에 든든하지 못한 소원이 될가봐 아이앞에 못난 예고라도 되여줄가봐 기어이 기어이 참았던 모든 눈물이 마구 흘러내린 것이다.

나는 비로소 눈물이란 어떻게 비롯되는지를 그리고 그것의 색갈과 무게와 의미를 처음으로 깨달았고 엄마가되기까지는 얼마나 처절한 무릎닳는 기도로 살아햐나는지를 배웠으며 아이가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삶의 리유인지를 깨달았다.

나는 과연 정말로 독한 녀자였을가? 눈물 한방울없이 아프다는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미친듯한 몸부림 한번치지 않은 나는 어쩌면 정말 독한 녀자였는지도 모른다.

허나 엄마는 내가 무엇을 어느만큼으로 원하며 얼마나 많은 것을 어떻게 인내해왔으며 어느 정도로 어떤 모습이 되여버렸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나를 독하다고 이야기해준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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