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것 같은데 고작 10년 전이다. 

갓난쟁이를 데리고 량수 고향집에 갔었다. 

엄마 없이 혼자서는 아이를 볼 수가 없었고, 엄마는 고향집을 그리워해서 아이를 안고 엄마를 따라 고향으로 갔다.  

시골의 밤이란 해가 저물면 코 앞도 분간 안 될 만큼 밖은 캄캄했다.
새벽에 아이에게 분유 타 먹이고 밖에 나와 마루에 앉아 밤하늘을 쳐다보면 어떤 날은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 같았다.
한창 여름이었던지라 개구리 합창 소리가 시끌벅적했지만 한내래도 소음 같지 않았고
앞마당 딸기는 씻지도 않은 채 먹어도 너무 달았다. 

 

혼자서 비장하게 단유를 결심하고 서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채석에 앉아 마셨던 뜨뜨산 맥주는 꿀맛이었고
엄마 아버지는 지금보다는 젊고 기운 차서 진도 기저귀를 팡팡 방치질해가며 빨아 주었고

뒤집기 밖에 못하던 우리 진도는 순동순둥 착했으며.

고작 새벽에 깨나 분유 타먹이는 일이 전부였던 젊은 에미는 힘들다 힘들다 엄살이나 부리며 맘껏 죠칭했었다.

둘째 낳고 량수 가서 브이로그나 찍어 올려 왕훙으로 거듭나 볼까 하는 객쩍은 농담이나 지껄이고 있지만.

오래 비워둔 고향집은 여기저기 헐어 있을 테고

이제 엄마 아버지는 많이 쇠약해져 있고

어디에도 응석을 부릴 수 없게 된 나는 가슴에 천 근짜리 돌을 얹고 맷돌 돌리는 석마간 당나귀마냥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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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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