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한심한 골안이랫스꾸마. 길바닥에 눕어잇으면 하늘밖에 안보이구 서잇으면 키들이하는 옥시들이 보이구. 그 여팔에는 높은 산밖에 안보이꾸마. 그 높은 산들이 삥둘러 막아서 여름에는 숨이 쎄게 막혓던 한심한 동네랫으꾸마. 우리 엄마 이런 동네서 나를 낳앗스꾸마. 그래서 나두 억울하게 농촌아 되구.

겨울에는 쇠똥무지서 구불메 보내구 여름에는 갱변 물에서 우티를 다 적시메 이래저래 20살을 넘기는 덜먹총각으로 댓스꾸마. 총객이 되니깐 이상하게 어째 서바 그리 가기싶은지 모르겟습떠꾸마. 그런데 동네 새기들은 숨이 꽉꽉 막히는 골애를 떠나자구 동네총각이 늙어가는 사정을 안타까운 사정을 헌신짝보듯 제각기 다 떠낫쓰꾸마. 그런 참담한 현실을 몸으로 느끼면서 덜먹총각인 내한테두 오기로 야무진 꿈이 생기기 시작햇스꾸마. 내 인생 70이 되도록 총각으로 늙어간다해도 무조건 곱은 새긴데 서바간다.

꿈이 아무리 야무져도 그 꿈을 이루는데는 진짜 가시밭길이랫스꾸마. 세월은 노총각을 조롱하듯 한해두해 속절없이 무정하게 흘러만 갓스끄마. 그래도 서바가려는 그 굳센 신념만은 변하지 않앗스꾸마. 그런데 말이꾸마. 그래두 사람은 거저 죽어라는 법은 없는두 어느날에 외지서 우리 아재 우리집에 놀러왓습더꾸마.

“야, 저짝동네 좋은 새기 잇다. 선볼라 가자.”
“그쪽 동네 여기마 더 골애재요?”
“촌아 촌새기 얻어야지. 니 시내새기 얻자구 이때까지 기다렷나? 즈싸레.”
“아이요. 내사뭐 만티구 궈테구 가릴게 잇소? 아재 따라 가기오.”

그래서 씨푸를 빌어입고 집에잇는 발에 맞는 구두를 빤짝빤짝 닦구서리 헤써해서 아재뒤띠 따라갓스꾸마.
새기 잇다는 동네는 정마 한심햇스꾸마. 호수도 50호 되는 같잽더꾸마. 겨울에 문만 열면 산에 꿩이구 놀가지구 막 들어올것 같앗스꾸마. 서바가면 놀가지나 메대지 예월을 잘 얻어 먹겟다는 후투산 생각을 좀 햇댓스꾸마.
우리 아재 어떤 좋은 소리 햇는지 새기엄마 영 반갑게 대해줍더꾸마.

“총각이 갠채쿠만. 내 밭에 가보겟소.” 하메 눈치잇게 빠져 나갑더꾸마.
집에 새기까 단둘이 남앗스꾸마.

“내 우리 아재 조캐요. 량수고중 졸업햇소.”
“내 복금 임다. 훈춘얼중 졸업햇슴다.”

뭐 이 골애에 훈춘얼중 졸업생이…
내 와늘 놀랏스꾸마. 낸데서 내세울 밑천이 량수고중 졸업인데. 그거 가지구 저 새기 복금이 한테는 풀이 팍 죽엇스꾸마. 가마이 보니깐 시내서 학교댕게서 그런지 좀 쓰쌍해보이구 그만하면 인물도 곱앗스꾸마. 서시 비슷하게 내눈에 보엿쓰꾸마.

“난 소설보기 좋아하오. 림해설원같은 쌈하는거.”
“난 얜칭소설 좋아함다.  츙요꺼 보기좋아함다.”  

츙요뉘긴지. 얜칭소설이 어떤게 잇는지. 그때는 정마 몰랏스꾸마. 새기집에 한족말 소설이 자뜩한거 보니 그게 얜칭이겟지무.

어째 분위기가 씨원챈케  주제비 드는같은게 뭐 말할지 모르겟습더꾸마.  새기는 점점 곱아보이는데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갓스꾸마. 그렇게 말두 없이 반시간 지나갓스꾸마. 답답해서 뺀푸담배를 피우자구 거르마에 손넣엇다가 새기 앞이래서 데베 꺼냇는데…

“피우쇼 답답하면. 울 아부지두 담배피움다.”
“양, 고맙소.”

게 들어가는 소리로 고맙다 햇스꾸마.

새기 피워라는데 모르겟다. 담배 피우니 좀 낫습더꾸마. 그 순간 저 새기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소변볼라 간다는 핑게대구 도망갈수 잇다는 생각이 듭더꾸마. 그래서 출입문쪽에 앉아서 담배 피는체 하메 새기를 보는척 하메 지켯스꾸마. 오늘이 아니면 내 인생 끝날거 같고 복금이 저새기 아니면 서바갈 생각이 없읍더꾸마.
큰맘 먹고 새기앞에 나사 앉앗스꾸마. 조용히 손을 잡앗는데 새기는 고개만 돌릴뿐 손은 빼지 않앗스꾸마. 새기의 손은 그렇게 부드럽고 따스햇스꾸마. 뭐이 통하는거 같앗스꾸마. 평생 그 손을 놓지 않고 싶엇스꾸마.

“야, 너네 선보는게 이리 조용하나?”
우리 아재 들와서 떠들어 댓쓰꾸마.
“너 저 새기 맘에 드나?”

우리 아재 들어오니 어서이 되는지 좀 맘이 든든해졋쓰꾸마.

“양, 아재 난 복금이 저 새기 좋소.”
“그럼 복금이 넌?”
“저동무 싫으면 지금까지 앉아 잇엇겟슴까?”

말두 없던 저 복금이 날 싫다지는 않다잼두? 이게 날 좋다는 말이잼두? 꿈임두 생심두?

그 순간처럼 우리 복금이보다 더 곱은 미인은 이 세상에 없엇을 같스꾸마. 서시, 양귀비, 왕소군, 뚀찬, 아무리 소문난 미녀여도 그날만은 아마 억울햇으께꾸마. 촌새기보다 곱잰게.

이래서 복금이는 너울쓰고 나한테 왓고 일년후 그때는 고중졸업도 고학력에 속하는 시대래서 복금이는 대과교원으로부터 정식교원으로 시내학교 선새 댓스꾸마. 나는 남조선가서 노가다 해서 번돈으로 시내에 아파트 사서 잘살구 잇스꾸마. 아두 어즈는 다커서 대학졸업하고 촌아래두 이렇게 각시 잘 만나무 시내서 살수 잇으꾸마 .

[ 한태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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