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모카(첫째 고양이)랑 닮은 구석이 없다. 친구들이 오렌지는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가족관계를 한참을 해석해야 하는 정도로 닮지 않았다.

고양이집사로 생활을 한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정작 내가 고양이를 키울 결정을 하게 만든 내 친구는 고작 반년정도만 키우다가 친구한테 맡겼다. 그렇다고 그 친구를 원망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생각을 해보니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결정들은 다 그때 당시에 생각을 했을 땐 아주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들 이였다.

사실 작년까지도 나는 둘째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가 집에 사정이 생겨 혼자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울 수가 없었기에 친구를 도와주는 생각에 3개월 되는 오렌지를 생각밖에 키우게 되었다. 이건 마치 둘째를 낳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부모가 예상밖으로 임신을 한 격이다.

(오렌지가 금방 집에 왔을 때.)

갑작스레 늘어난 식구인 만큼 나랑 모카는 다 준비가 되지 않아 있었다. 특히 모카는 너무 오랜 시간동안 사람과만 생활을 한 상황이라 다른 고양이라 곤 거의 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나는 모카가 자기가 사람인 줄로 아는 것 같다. 낯선 사람과는 전혀 낯을 가리지 않고 친하지만 다른 고양이를 보면 겁이 나서 벌벌 떤다.

(모카랑 오렌지,이런 화면을 보기까지 거의 한달이 걸렸다.)

(장난꾸러기 오렌지귀찮은 모카)

사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모카랑 오렌지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 매일 오렌지에게 쫓기는 모카를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집에서 둘째딸로 태어났다. 엄마 말로는 언니가 동생을 갖는 것에 동의를 했다고 한다(물론5살때지만…), 그후로 몇 십년간 언니가 후회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이 각자 집안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우리집 둘째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주위에 온통 언니랑 오빠들 뿐이었다. 물론 나이차도 꽤 많이 나서 다들 나를 엄청 예뻐했고 먹을 것도 많이 사주고 선물도 자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막내라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나쁜 점도 적지 않았다. 집안에 유일한 아이가 아니 라서 나는 불안감을 안고 태어난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둘째가 그런 건 아니다, 아마 내가 예민한 물고기자리 여서도 그런 것 같다.)

어릴 적 나는 눈치가 백 단이었고 집안 어른들이 좋아하는 일만 찾아서 했었다. 성격이 까다롭기로 동네에 유명한 우리 할머니가 온 세상에서 나만 좋아할 만큼. 지금에 와서 생각 해보면 왠지 어른들의 승인을 받아야 내가 이 집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욕이 아닐까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하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를 정확히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나 진짜 자신으로 살아 갈수 있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내가 사춘기가 늦게 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겠다.  20여년간 부모님 말만 잘 듣던 딸이 더이상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이 세니.

여태껏 나는 둘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내가 얻은 것, 잃은 것에 초점을 두었는데 모카랑 오렌지를 바라보면서 신기하게도 첫째의 시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카는 5년 동안 우리집을 독차지 했었고 매일 아침 침실문을 여는 순간 뛰어 들어와 나랑 침대에서 한참을 애교부리고 그랬었는데 오늘 아침 문을 여는 순간, 오렌지가 먼저 뛰어 들어왔고 그 뒤에서 망설이는 모카를 보면서 나는 순간 마음이 짠 했다. 오렌지가 나처럼 생존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카는 분명히 서러워하고 있다.

(오렌지는 또 무슨 궁리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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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년만 키우고 고양이를 “버린” 그 친구, 참 나쁜 사람이네요 :/ 눈에 하트 달고 고양이 사진들 보며 읽었는데 마지막 단락이 뭔가 여운이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렌지를 올려다보는 모카 눈빛에 여러 감정이 섞인 것 같기도 하네요. 더 많은 사진과 이야기 기대합니다~

  2. 앗!!! 오렌지 세상 졸귀탱구리네요… 저도 시바이누 키우는데 요즘 자꾸 까망하나 더 키우고 싶었던지라,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임신 된 격이 될까바 위에 글이 너무 공감가네요! 모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 서러울 거도 같고, 또 칭구가 생긴 맘으로 둘이 잼게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냇으면 좋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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