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시간 20분 전에 눈이 떠지길래 일어나 바닥을 닦았다. 화, 목, 토, 일로 시간을 정해 바닥을 닦는데, 어제 화요일에 회식으로 귀가가 늦어져 오늘 아침으로 미뤄서 닦는 셈이다. 

내가 봐도 피곤하게 산다. 20분간 멍 때리면 오죽 좋아. 하루이틀 미뤄서 닦으면 어때, 닦지 않으면 또 무슨 대수야. 미안하지만 내게는 루틴이 중요하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만 하고, 그 일들을 매일 조금씩 쉽게쉽게 반복하는 것이 내 질서다. 질서가 무너지면 불쾌하고 불편하고 불안해서 더 피곤하다. 성격이고 기질인듯 하다. 

***

그래서 아이에게도 그렇게 하길 바랐다. 

매일 번뜩 숙제를 끝내고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이튿날 배울 내용을 예습하고, 주말이면 일주일 배운 내용을 다시 복습하기를 바랐다. 

학생이니 으레 그래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나와 달리 질서가 잡히면 숨막혀한다. 집안이 너무 깨끗하고 정연하면 살인사건 현장 같아 무섭다고 할 정도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내게는 욕심만 있을뿐 애를 강요하거나 감독할 여력이 없다. 아이는 실컷 놀거나 멍을 때리다 더 미룰 수 없을때에야 반드시 해야 하는 숙제만 끝내는 습관을 들였고, 그것이 눈에 거슬릴때면 난 아이를 괴롭히고나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진정시키곤 한다. 

***

지난 여름방학이 끝날무렵 아이가 꼬박 밤을 새서 숙제를 했고 난 '미루지만 망치지는 않는다'는 말에 위로를 받고 한달가량 잘 지냈다. 

그러다 국경절 휴가 마지막 날에 아이가 밤늦게까지 숙제하는걸 보고 그 이튿날 아이와 같은 띠 같은 별자리인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 나는 보는게 불안하단말이다. 미루다가 못하므 어찌니

– 대충 계산하지. 시간이 얼매 걸리겠다구. 더 걸리므 밤 한번 새므 되구. 옆에서 자꾸 말하므 더 하기 싫슴다. 난 고중때 기숙사에 있은게 상관하는 사람이 없어서 대다이 행복하게 공부했슴다

– 아…

– 공부 쎄기 해야겠다 생각한거느 선생님을 잘 만나서, 다른 사람이 어찌 생각하든 난 널 믿는다, 我就看好你 하더란 말임다 

– 믿어주므 더 잘하는구나

– 후에 연구생론문 쓰멘서 남편이 론문 언제 쓰니 할때마다 엄청 스트레스 받았지므

– 아,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 되는구나

내게는 약이지만 아이에게는 독이라는 말이다. 

내가 보는게 불안하다고 해서 굳이 참견해서 아이 기분을 망치고 리듬을 깬다고 얻는게 뭐람.

***

– 어제 물리랑 력사랑 숙제 못했재? 일없드나?

– 今天做了呀,收之前最后一分钟写完了

– 오~ 잘했네 我看好你

아이에게도 나름 질서가 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건 아니다.

잠자코 있자. 내 질서는 내안에서만 지키자.

믿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나만은 아이를 믿자.

이런 깨우침이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유지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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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루지만 망치지는 않는다~~하하하 요게 내 명언인데 같은 사람이 있엇네요~~매번 방학숙제를 마지막 날에 하면서 다음 방학에는 미리 해야지 햇는데 아들내미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 근데 지금 보니 회사일도 이렇게 하고 있더라구요…바꿀려고 해봣는데 별로 리득을 본경험이 없엇어요 미리 하고 나니 더 많이 쌓이고 고치고 또 고치고 고생만 하더라구요 (핑계인거 같긴 한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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