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교정기를 요구대로 착용하지 않아 샘플을 따서 다시 만들어야 한단다. 몇번을 다시 시작하는거야……

1년전에도 아이가 너무 소극적이라 의사샘 동의하에 한동안 끊었다가 둬달후 아이가 원할때 다시 시작했다. 

지난 가을 온라인수업을 시작하면서 공부 뿐만아니라 운동, 악기, 치아교정 등등 여러 방면에서 심히 게을러졌고 침체 또는 뒤걸음 상태에 처해있었다. 

성적이 내려가고 체력이 바닥치더니 치아교정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 너, 이젠 키도 나보다 크고 고집도 세서 내가 할수 있는게 매우 적어. 나뿐만아니라 주변 어른들이 할수 있는게 적어. 치아교정 그만두겠다고 하면 나는 찬성이야. 의사샘도 동의할거야. 어른들은 지쳐있어. 시간을 너무 오래 지연시키고 있거든. 

= (침묵)

– 이빨뿐이 아니야. 담임샘도 예전엔 이번 학기에 목표를 이러이러하게 정하면 좋겠다고 하더니, 이젠 말씀이 없으셔. 학생이 많으니 너에게만 관심을 가질수 없어. 지켜보다가 말해도 소용 없겠다 싶으면 얘기 안하는거지. 양금 선생님도 요즘은 악기 련습하라는 말 별로 안하지? 어른들도 바빠. 그리고 네가 잘하든말든 어른들에겐 별로 영향이 없어. 너를 가장 관심하는 사람은 너 자신이야. 스스로 책임져야 해. 

***

이튿날 달콤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얘기나누다가, 우리는 우주의 먼지이고 수십년간 의식을 가지고 살다가 무기물로 흩어질거라는 말에 애가 놀라운 발언을 했다. 

= 나는 수많은 세포들로 구성되였지만 쓸모가 없어

– 엥? 왜 쓸모가 없는데? 

= (침묵)

– 성적?

= (끄덕)

헙, 내가 요즘 싫은 소리를 너무 했나보다. 분발하길 바라는 마음이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렸네.

그래서 독버섯 얘기를 들려줬다. 

– 알록달록한 독버섯이 있었어. 식탁에 오르지 못해 속상해하니 누군가 말했어. 독버섯은 인간 식탁의 론리일뿐이야. 세상은 넓고 시각은 다양해. 아름다움의 시각으로 보면 독버섯 색상이 제일 선명하고 다채롭지. 공부 말고 다른 시각을 찾아봐 

= (절레절레)

– 아이를 성적으로만, 어른을 수입으로만 평가하기 시작한건 불과 몇십년전이야. 

귀족이나 량반들만 공부하던 시대, 남자들만 공부하던 시대, 여전히 녀성들이 아버지나 남편의 부속물로 살고 있는 어떤 나라, 평등한 것 같지만 직장 생활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현실을 얘기하다가 어미와 아이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였다.

소학교를 어떻게 정했는지 얘기하다가 평범한 학교이긴 하나, 아이에게는 양금을 만나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음악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 고마운 학교임에 공감했다.

양금 선생님과의 각별한 인연과 학교 악단의 전성기에 마침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한 아이의 행운을 얘기했다.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고 말이 많아졌다. 

= 내가 악단에서 양금 성부장이였는데 선생님이 꼬마들에게 자주 니네 성부장을 좀 보라고 그랬어. 

– 대단하다야~ 그럼 아까 세포는 많지만 쓸모가 없다던 말, 다시 생각해 볼수 있어?

= 쓸모 있네

– 그래서 말인데, 선생님이 시간이 되시면 방학에 악기 수업을 추가할가? 

= 커이

꺄악~! 그 전날까지도 절대 안된다던 애가 눈에 빛이 나더니 기꺼이 수업시간을 늘리겠다고 한다.

***

자신이 가치가 있다는 자아효용감이 느껴지고 잘할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니 아이가 숨어있던 동굴에서 나와 구체적인 노력을 하려 한다. 

나도 덩달아 둥둥 떠서, 구정휴가에는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 수학과 물리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산산히 깨도록 돕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능성이 보이니 쓸모있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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